21세기 들어 중국은 한국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 왔다. 한국 경제가 중국 쇼크로 인해 쇼크사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중국 쇼크의 실체 파악이 중요하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중국 쇼크의 실체는 무엇인가. 필자들은 그것을 한국 산업의 장기적 공동화라고 보았었다. 그런데, 보다 최근 상황의 전개를 보고 이제 이를 중국화로 개념짓기로 하였다. 이제는 단순히 공장을 이전하는 차원이 아니고 모든 것이 중국을 통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단순히 노동이 싸서 중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있어서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중국에 가는 것이다.
2002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되었고, 최대 해외투자 대상국이 되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은 전세계적으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외국인투자 유치국이 되었다. 한 해에 250억 불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니 한 해 몇십억 불 운운하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더군다나 2004년 상반기 통계만을 보면, 한국이 홍콩 다음으로 중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라니, 즉 우리보다 몇 배 큰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중국에 더 투자를 하고 있다니 이를 어찌 보아야 할까?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해 보자. 한국도 같이 뜨는 쉬운 방법이 있다. 그것은 뜨는 중국에 한 다리 걸치거나 붙어 있으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이 뜰 때 같이 뜬다는 간단한 논리이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저버리고 저 뜨는 용을 어떻게 가라앉힐 수 없을까 또는 내가 더 빨리 뜰 수 없을까 등의 딴 생각을 하는 것은 무모하거나 때 늦은 전략이다. 필자들은 중국에 대해 우리가 이를 방관하거나 방해하거나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 제휴자로서 역할을 하는 내재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은 모든 경제정책 및 발전전략도 중국변수를 고려해서 수립해야 한다. 즉, 중국의 옆에서 한국은 뭘 먹고 살아야 할까 하는 문제이다. 이는 양국 간의 분업론을 제조업 차원을 넘어 모든 산업 및 국민경제 차원에서 수립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것이 ‘중국화’라는 도전에 대한 바른 대응 방식이다. 본서는 중국의 기업, 산업, 경제에 대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경제의 생존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본서에서는 중국경제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였지만, 네 가지 핵심적 주제는 경제발전모델, 다양한 기업시스템, 산업과 기술혁신 그리고 한국의 대응이다. 첫째, 이 책은 중국의 발전모델을 다루면서 과거 모택동 시대의 중국의 발전모델과 개혁ㆍ개방 이후 시기의 발전모델의 비교, 구소련과 대비한 중국식 경제개혁모델의 우수성과 성공요인, 그리고 향후 중국경제의 발전모델에 관한 전망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경제는 한국과 일본이 걸어온 소위 동아시아 모델보다는 오히려 영ㆍ미식 모델에 더욱 근접하는 발전모델을 따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였다. 둘째, 이 책은 중국의 전통적 국유기업, 기업집단, 집체기업, 사영기업, 개인기업, 외장기업 등 여러 유형의 기업들이 중국경제의 체제이행 과정에서 수행해 온 역할 및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변화를 다루고 있다.
위의 두 가지가 5년 전에 ‘중국의 기업과 경제’란 제목으로 책이 나왔을 때 중요 주제라면, 새로 추가된 것이 산업과 기술혁신이다. 이는 중국경제가 이제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마치고 본격적 도약을 하는 단계로 들어서면서 산업과 기술혁신이 더 중요하게 된 것을 반영한다. 특히 여기서는 대학교나 연구소의 과학기술에 기반하여 등장한 학교기업을 다루고, 또한 중국의 국가 혁신시스템의 관점에서 중국 과학기술체제의 변천을 다루고, 기술발전 정책에서의 핵심주제인 시장과 기술을 맞바꾸는 정책이 중국 국내기업의 기술능력 개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전화교환기 산업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중국경제의 부상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는 단지 한ㆍ중 경제교류의 현상에 대한 기술보다는 한ㆍ중 및 한ㆍ중ㆍ일이라는 새로운 동북아 분업체계의 전제 속에서 한국경제와 기업의 살아갈 바를 모색하는 전략에 초점을 두었다. 이제 문제를 보는 시각이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국 산업의 공동화라는 차원을 넘어 거대한 ‘중국화’에 대한 대응임을 명시하였다.
본서는 교재와 전문서적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어, 중국경제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을 포함하여 학부 및 대학원의 강의에도 사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 모아진 글들은 대부분 필자들이 여러 학술지에 발표했던 것들을 기초로 수정을 가한 것들이다. 각 장의 맨 앞에 원 출처가 되는 논문을 명기하였다. 그 외 필자 3인 이외의 사람들과 공저를 했거나 도움을 받은 글에 대해서만 설명을 하자면, 우선 1장은 원래 서석홍 교수와 공저한 논문을 서 교수의 허락을 받아 수정, 게재한 것이다. 향진기업에 관한 9장은 이근 교수가 지도했던 서봉교 군의 석사논문을 대폭 수정한 후 최근의 상황 전개를 감안하여 갱신한 것이다. 그리고 10장 과학기술체제에 관한 내용은 이번에 막 석사를 마친 중국 유학생 김부용 양의 석사논문 중의 일부를 근거로 수정한 것이다. 이를 허락한 서군, 김양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11장 중국의 기술발전 전략은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상해의 재경대학에 교수로 간 모청 교수와 이근 교수가 공저로 Research Policy에 게재한 논문을 한글로 요약하면서 수정한 것이다. 12장 학교기업에 관한 내용은 이번에 중국 청화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 온 은종학 박사와 그 지도교수인 오귀생 교수 그리고 이근 교수가 외부연구비를 받아 중국에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13장 한ㆍ중무역과 투자관계는 인천대 김민수 교수와 이근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본서에 수록된 글들은 대개 초고상태에서 여러 학회나 연구비 세미나에서 발표되었고 이 때 많은 스승, 선후배, 동료 교수들이 좋은 논평을 해 주었다. 특히 서울대의 김광억, 조영남, 정종호 교수, 고려대 김익수 교수, 인천대 한광수 교수, 서강대 김시중 교수, 광운대 한홍석 교수, POSRI의 한내희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만수 박사, 한중경제정보교류센터의 배연해 사장 등이 중국경제연구회, 서울대 중국 포럼, 동북아경제학회, 한국경제학회 등 관련 모임에서 해 주신 좋은 논평에 감사드린다.
또한 필자들은 여러 차례의 중국 현지조사 및 관련연구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무역협회의 김재철 회장, 북경 현대자동차의 김덕모 상무, 청도 기업은행의 이창용 지점장, 맥슨텔레콤의 홍성필 사장, 하나코비의 김준일 회장, 천진 자화전자의 한영수 총경리, 아가방 중국법인의 박세동 총경리, 천진 인탑스의 김종림 총경리, 천진 피앤텔의 강호연 부총경리, 청도 오로라월드의 최수길 부총경리, 청화대의 오귀생 교수, 상해사회과학원의 이일해 이사처장 등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다.
아울러, 필자들은 이번 집필 작업에 참여한 여러 학생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서울대 대학원의 이지선 양, 김부용 양, 추기능 군, 서봉교 군이 수고하였다.
마지막으로 필자들은 이 책의 출판을 맡아 수고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황인욱 전무, 박규태 편집위원께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05년 8월 더운 여름
이근, 한동훈, 정영록
이 근(李根: Klee1012@plaza.snu.ac.kr)
1983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및 영국 에버딘대에서 교수로 근무하였고, 1992년 이후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중국 및 남북한 경제에 대해 기업조직, 기술혁신, 산업정책 등의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세계명인사전에 등재되었고, 2004년도 청람상(한국경제학회), 1998년도 매경 이코노미스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동훈(韓東訓: dhhahn@songsim.cuk.ac.kr)
1984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부터 1992년까지 쌍용투자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에서 투자은행 업무에 종사하였다. 1997년 북경대학(北京大學) 경제학원(經濟學院)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9년 이래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에 재직하면서 중국경제를 가르쳐왔다. 중국의 기업과 기업집단, 중국의 발전모델, 한ㆍ중 분업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정영록(鄭永祿)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1998년까지 재직한 바 있으며, 한ㆍ중 수교 직후인 1993년부터 1995년까지 2년여 기간 동안 주중한국대사관 연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1998년 봄학기부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 재직하면서 중국경제발전에 대해서 강의하였으며 2001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으로 옮겨 중국경제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