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민주화 30년을 목전에 두고 그동안의 정치적 변화를 뒤돌아보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었고 정권교체도 두 차례 이뤄냈다. 국회와 사법부의 권한과 독립성은 증대되었고 언론과 시민사회의 자유도 증진되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같이 통치자 1인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어느 정도 작동하게 된 것이다.
중앙정치에서 분권화와 자율성이라는 민주적 원칙이 지난 30년 간 꾸준히 진전되어 온 것에 비해, 지방정치는 그동안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물론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외형상 중앙집권적인 통치 형태로부터의 변화는 이뤄졌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틀을 유지하면서 행정적 위임을 행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 정부의 권한은 재정적으로, 행정적으로 지방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었고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리는 국토 이용의 편중과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역 간 격차는 과거처럼 영남 대 호남의 구도가 아니라 서울과 나머지 지방, 혹은 수도권과 나머지 지방의 구도로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지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정치 공동체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들 역시 낮은 효능감으로 인해 지방정치를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중앙정치 중심의 구조는 지역 편차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의존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건강한 민주주의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환경과는 달리, 오늘날 지방은, 지방선거와 같은 제도적 참여가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부안 방패장, 경남도립 병원 폐쇄,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성주 사드기지, 삼척 원전 주민투표, 제주 지사 주민소환투표 등 지역주민 간, 또는 지역주민과 중앙정부 간 갈등을 야기한 굵직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지방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주민의 일상생활과 보다 근접한 지역 단위에서의 주민 참여, 주민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 주민들이 이제 자신들의 삶의 공간과 관련된 주요 사안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참여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 지방은 정치적 행위의 매우 중요한 공간이자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술적으로 지역 수준에서 나타난 정치 현상에 대한 관심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지방정치를 지방정부 수준에서의 정책 이행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바라봄으로써 지방의 자율성과 지방 수준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측면을 소홀히 한 문제점이 있었다. 물론 정치학을 비롯한 관련 학계에서 지방정치를 주제로 한 연구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는 있지만, 종합적으로 지방정치를 망라하여 정리한 서적은 그다지 많이 출간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우리들은 지방정치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학문적으로 제시하면서, 동시에 지역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역정치인이나 활동가들이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을 출간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지방정치에 대한 학문적 연구서로서 대학 교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지방의원 및 지역 정치인, 지역 언론인과 지역 단위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교육 및 실무 능력을 함양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서술했다. 그리고 일반 지역 주민들도 지방정치에 대해 쉽게 다가서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 평이하고 실용적으로 글을 쓰고자 했다.
지방정치의 이해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비교정치적 수준에서 지방정치의 일반적 이론을 다루고 있고, 2권은 우리나라의 특성과 사례에 보다 집중했다. 먼저 1권은 민주주의와 지방정치, 지방정치 이론, 지방정치의 역사적 발전, 지방분권 제도 등 지방정치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와 이론에 대해 분석.정리했다. 다음으로 2권은 우리나라 지방정치의 이론과 역사, 지방정치 제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방정치의 쟁점과 과제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하고 있다. 지방정치의 보편적 이론과 사례에 대한 논의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평가하고 바람직한 발전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2016년 한국정치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바쁜 가운데서도 그동안 이 책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편집회의와 토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저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책임편집위원으로 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은 정상호, 하세헌, 김영태, 강경태 교수와 간사로 애써 주신 정하윤, 김덕진 교수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 책을 펴내는데 수고해 주신 박영사의 많은 관계자분들, 특히 이영조 차장께 감사드린다.
세계화, 지방화의 시대에도 여전히 과거의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 책이 진정한 지방자치, 분권화,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6. 8.
저자들을 대표하여
강원택
저자 약력
강 원 택
런던정경대(LSE) 정치학 박사
한국정치, 선거, 정당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국정치학회장(2016)
주 인 석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Universty of Muenster 정치학 박사
유럽정치, 정당정치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 재 욱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 박사
지방정치
신라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한국지방정부학회장(2015)
정 상 호
고려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정치, 비교정치
서원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한국정치연구회 회장, 한국지방정치학회 이사
서 복 경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
정치과정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하 세 헌
일본 도호쿠대학 법학 박사
비교정치, 지방정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지방정치학회 회장 역임
황 아 란
뉴욕 주립대(스토니브룩) 정치학 박사
지방정치, 선거
부산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 한국지방정부학회 이사, 한국선거학회 부회장
장 우 영
건국대학교 정치학 박사
비교정치, 정치커뮤니케이션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분석지원위원, 대구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하 승 우
경희대학교 정치학 박사
정치사상, 지방정치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땡땡책협동조합 공동이사장
원 구 환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지방재정, 공기업
한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공기업학회 회장(2015~2016)
최 종 술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법학 박사
경찰학(자치경찰론, 경찰제도사, 경찰인사관리론)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부장,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실무위원
노 정 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MIT 정치학 박사
비교정치, 정치경제, 정치학방법론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김 종 법
이탈리아 토리노 국립대학 국가연구박사(Dottorato di Ricerca)
정치사상, 정치기구
대전대학교 글로벌융합창의학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