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매우 다양한 유형의 규제가 복잡하게 적용되는 규제산업이다. 다른 한편 IT는 창의력의 발휘와 혁신이 강조되는 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두 산업은 매우 다른 특징을 보이게 된다. ‘핀테크’(FinTech)는 서로 크게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산업이 만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금융서비스 제공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산업은 기술환경의 변화에 대해 보수적으로 반응하여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서비스의 제공을 더디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국내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기술변화가 금융서비스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의 일반화와 함께 인터넷 뱅킹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여러 유형의 전자상거래가 일상화된 것은 그 중요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적으로 금융산업이 기술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기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많은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 되는 핀테크는, 지금까지 주로 금융산업이 주도하여 기술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과는 다른 양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가장 큰 차이라 하면, IT산업의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기존의 금융기업들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변화의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상황에 직면하여, 금융규제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수많은 금융관련 개별 법령의 내용은 어떻게 재해석 또는 수정되어야 할 것인지, 새로이 나타나는 다양한 서비스는 여러 개별 법령 하에서 어떻게 수용될 것인지(또는 수용되기 어려울 것인지) 등에 관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질문에 대해 해답을 모색하고 관련된 논의를 정리하기 위해서 구상된 것이다. 문제의 성격상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느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고, 그 반대로 법학자, 경제학자, 법조실무가, 업계실무자 등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성격의 작업이었다.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은 실제로 연구집필진이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다. 집필진은 2015년 연초에 구성되어, 여러 차례에 걸쳐 자체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견해를 개진하는 동시에 서로 이해와 대화의 폭을 넓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각 개별 주제에 대해서는 집필과정에서 대체로 서로 유사한 길이와 논의의 깊이를 가지도록 하여 일관성을 높이고, 또한 가급적 각주의 숫자를 적게 하여 가독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다만 주제의 성격상 불가피하게 길이가 길어진 경우나, 실무적 내용 위주 또는 그 반대로 이론적 내용 위주인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2015년 가을 무렵의 법제도와 현실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크게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Ⅰ은 금융규제의 패러다임에 대해 거시적인 시각에서 논의하는 내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PartⅡ에서는 핀테크와 관련된 다양한 법제도에 대해 논의한다.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규제 및 전자상거래규제의 맥락에서 보면 매우 다양한 개별 법령상의 규제 이슈와 맞물리게 되는데, 그 중 중요한 이슈들 위주로 논의를 정리하였다. PartⅢ은 개별 산업이나 개별 서비스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좀 더 높은 사안들을 다룬다.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외국환거래 등과 관련된 사안들이 그것이다. PartⅣ는 개별 서비스의 사례로, 일부 개별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실제 현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물론 이 책에 담긴 내용이 핀테크 관련 규제나 법제도에 대하여 거의 모든 논의사항을 망라하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중요한 현안사항들에 대해 논의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핀테크 관련 규제와 법제도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더 깊고 풍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준비하고 연구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선 연구진으로 참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연구진 규모가 큰 편이고, 그런 만큼 개별 연구자께 충분한 배려와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핀테크지원센터의 정유신 센터장은 연구진의 워크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과 피드백을 주셨다. 그리고 각종 행사의 준비와 원고 정리 등 연구 작업의 진행에 있어 여러 가지 도움을 준 서울대학교 정종구 조교와 윤준영 선생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근사한 책이 나오도록 신경써준 박영사의 조성호 이사, 김효선 대리 등 출판사의 담당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연구가 가능하도록 재정지원을 해준 다음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한국사이버결제에도 감사드린다.
2015년 11월
편저자 고학수
저자 소개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노혁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광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박상철,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윤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준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임범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