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15. 8. 30
초판 2014. 6. 30.
지난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그에 따른 실물경제가 겪은 전대미문의 불황은, 과연 금융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한 경제체제인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게 만든다. 특히 이 금융위기이후의 심각한 불황타개책으로 취해졌던 양적 팽창(Quantitative Easing)정책이 정상적인 통화정책의 궤를 벗어났던 만큼, 다시금 정상적인 통화정책의 틀로 돌아가기 위하여 이 양적 팽창정책의 규모를 줄이는 정책(Tapering)이 취해지자,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또다시 휘청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산성과 기술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인류역사에서 신기원을 이룩했던 자본주의체제가, 최근 그 빈도와 강도가 더욱 커지고 있는 금융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과연 지속가능한 체제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도대체 자본주의의 어떤 요인이 자본주의를 자기파괴적으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의문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경제적 합리성 개념에 주목한다. 즉 경제적 합리성이 과연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체제의 기본이념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합리성개념의 철학적 바탕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금융자본주의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궁금함과 걱정스러움으로, 최근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원인과 그 구조적 특성을 한 번 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금융위기를 확대 재생산시켜온 금융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어고 있는 경제적 합리성개념의 기반과 그 타당성도 되짚어보고자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금융자본주의의 미로에서, 미국 등 서방 금융대국들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나라 경제가 가장 심각한 홍역을 치러왔었다. 이런 와중에 한국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우리경제의 내재적인 각종 구조적 문제점들도 한 번 더 살펴보고 그 대안도 찾아보고자 한다.
인류역사와 또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하여 배운 것은, 끊임없는 새로운 생산력과 기술력의 등장에 따라 경제체제 및 사회체제도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점이다. 지금 금융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홍역은, 바로 이 금융자본주의체제의 새로운 진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신호이다. 이러한 진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은 인류전체의 과제이다. 세계경제사에서 압축경제성장의 모델로 거론되어온 한국경제는, 자본주의의 진화를 위한 대안모색과정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고자 한 이 조그만 노력이 우리경제와 금융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한 진화담론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어수선한 원고들을 깔끔한 책으로 만들어준 박영사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두서없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선배, 동료 그리고 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2014년 초여름,
미세먼지와 소음들을 모두 빨아들이며 서울의 하늘을 지키고 있는, 비원 숲 언저리를 바라보며,
김영한 씀
김영한(金暎漢)
지은이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한무역진흥공사,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전전하다가, 미국 인디아나 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과정에서 국제경제학과 산업조직론을 주로 공부하였다. 귀국 후, 한국외국어대학교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요즘도 국제경제학, 특히 동아시아경제통합이 아시아의 국제분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부와, 세계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제정책조정체계 및 금융감독정책 관련 국제정책조정체계에 관시믈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제개방화 과정에서 한국경제와 같은 소국개방경제의 산업경쟁령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을 공부하는 데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Paul Krugman 교수와 Anthony Venables 교수와 함께 Regional Integration in East Asia(Palgrave, 2007)라는 책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