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12. 8. 20.
초판 2011. 6. 1.
이 책은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가 2010년 11월 1일 발표한 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y(SR)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을 설명하고 독자와 함께 그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ISO 26000의 발표에 즈음해서 국내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지만, 그런 관심을 제대로 충족시킬 만한 해설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서 몇몇 단체가 교육 목적으로 만든 해설서가 있지만, 주로 영문으로 106쪽에 달하는 국제표준을 번역해서 요약하고, 거기에 일부 사례나 해설을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저자는 새로 발표된 국제표준을 국내에 빨리 소개하고 시사점을 살피기 위해서는 이런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사회책임과 ISO 26000에 관심을 갖는 많은 조직과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고, 사회책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에 바탕을 둔 실천을 돕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진전된 작업이 필요함을 느꼈다.
저자가 ISO의 사회책임 국제표준 개발 작업에 관여하게 된 것은 2002년부터였다. 영국에서 학위 취득을 위해, 199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며 일어나기 시작한 소액주주운동을 연구한 저자는 사회와 기업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에는 많은 이에게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던 기업사회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과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개념을 공부하게 되었다. 2001년 4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근무처인 산업자원부(현재의 지식경제부)로 복귀했을 때,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ISO의 사회책임 국제표준 개발 작업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비록 당시 저자가 직접 담당하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외국에서 새로 배워온 지식으로 국가 정책의 일부를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술표준원과 함께 직장 상사를 설득해, ISO 개발 작업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가 10월이었는데, 이 책 제3장에서 ISO 26000 개발역사로 소개한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 작업반’보고서가 나온 후 후속작업을 논의하고 있을 때였다. 그로부터 ISO 26000 개발을 본격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2004년 구성된 ISO 사회책임 작업반에 우리 정부 추천 전문가로 참가하고, 국내 대응을 위해 기술표준원이 구성한 SR 표준화 포럼이나 사회책임 전문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ISO 26000과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ISO 26000과의 인연이 늘 편안하진 않았다. 저자가 ISO 26000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둔 이유는 ISO가 현재 강조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전세계에서 사회책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회책임에 관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에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했던 것은 이 국제표준의 개발과정이 사회책임의 내용뿐 아니라 실천과정을 함께 보았던 데 있다. ‘사회책임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미리 정해놓고 조직은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되는 식의 접근보다 사회책임을 실천하려는 조직이 사회책임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실천방안을 찾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ISO 26000의 개발과정과 그 결과물인 ISO 26000은 저자의 그런 바람에 미치지 못한 면이 꽤 있었다. 저자는 이중 몇 가지를 개발과정의 한계, 내용의 한계, 실천과정의 한계로 요약한 적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느끼는 ISO 26000의 한계 중 일부를 저자 나름대로 보완해서 ISO 26000이 사회책임 확산에 보다 의미 있게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이, 여러 사람들이 사회책임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하나의 표준으로 종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표준 전체의 논리성 결여와, 사회책임 진작을 위해 근 10년간 전세계 수많은 전문가들이 투여한 순수한 노력의 결과물을 자신의 판매용 저작물로 만들기로 한 ISO의 결정에서 나타난 ISO 26000의 한계에 대한 보완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이 책은 ISO 26000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소개하지 않고, 전체 내용을 저자 나름대로 이해하고 재해석하고 재구성했다. 일면으론 저자의 이런 노력이 ISO 26000의 온전한 이해를 가리는 독단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ISO 26000이 이 시대에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논점은 그간 사회책임 논의를 한 데 모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외부에서 요구하는 사회책임의 내용을 조직의 입장에서 충분히 소화해서 체화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분야를 수년간 공부한 사람이 보기에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ISO 26000의 내용을, 지난 몇 개월간 나름의 논리로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한 사람의 해석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해석에 공감이 가거나 의문이 생긴다면, 이를 바탕으로 독자 나름의 사회책임과 ISO 26000에 대한 견해를 만들고 이를 기초로 사회책임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것이 ISO 26000으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0년에 가까운 사회책임 논의 결과를 ISO의 사유물로 만든 부분에 대해서, 이 책은 ISO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ISO 26000을 구매하지 않고도 ISO 26000의 핵심내용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사회책임을 실천하고자 하는 조직과 개인이 이 책을 통해 사회책임에 관한 기본이해를 갖고 실천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도 ISO 26000이라는 사회책임 표준의 한 형태를 진지하게 읽고 받아들일 필요를 느끼면, 그때 이 표준을 구입해서 원문을 읽어도 될 것이다. 그런 경우를 위해 이 책은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ISO 26000의 관련 부분을 26000 표시와 함께 최종안의 관련 절을 제시해 두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저자가 위에 설명한 동기로 인해, 혼자서 보다 깊이 있는 ISO 26000 해설서를 만들어 보겠노라고 준비하고 있을 때,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의 의미를 인식하고 적극 지원의 의사를 전해준 GS 칼텍스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허동수 회장님께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ISO 26000 발표에 즈음하여 사회책임에 관한 각국의 동향 파악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뜻을 받아들여 각국 소재 코리아비즈니스센터를 통해 파악한 정보를 선뜻 제공해 주신 코트라 조환익 사장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아쉽게도 조사내용을 깊이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국제동향에 기초한 감각을 갖고 집필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바쁘신 중에 졸저를 읽는 시간을 할애해 주시고 과분한 추천의 말씀을 주신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박원우 서울대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GS 칼텍스 이현 과장님과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정구선 부장님이 그동안 보여준 깊은 신뢰의 응원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으며, 또한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제대로 된 책으로 보답해야 하겠다는, 큰 부담이 되기도 했다. 원고 마감의 약속을 수차례나 어기고 어떤 때는 오랜 묵묵부답으로 원고작성에만 몰두한 저자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강전욱 연구원과 계속된 원고 독촉을 저자 대신 중간에서 받아주어 저자를 원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좋은경영천사 유혜연 차장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랜 기간 집중된 사고와 집필로 균형감을 잃어가던 저자에게 계속 심신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신 설악산 신명환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역시 탈고 약속을 몇 번이나 어겨가며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한 채 마음 졸인 집필작업을 수개월간 계속 한 저자 옆에서 함께 힘들어 하며 지켜보고, 끊임 없이 용기를 불어넣어 준 가족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2011년 4월
성북동 집에서
노한균 씀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경영연구소 지속가능경영연구센터 센터장
좋은경영천사 카페 매니저
국민대 지속가능경영 학생 동아리 ‘코빅스’ 지도교수
[학 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캠브리지대학교 경제·사회발전학 석사
캠브리지대학교 경영학 박사
[경 력]
1991 제35회 행정고등고시 재경직 합격
1991~2003 상공부(現 지식경제부) 사무관, 서기관
2003~2006 영국 브루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6~2007 국가청렴위원회(現 국민권익위원회) 국제협력팀장
2005~2007 국제표준화기구(ISO) 사회책임 작업반 한국 측 전문가
2008~ UN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운영위원
2009~ 기술표준원 사회책임 전문위원회 대표전문위원
2010~ 한국윤리경영학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