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은 강의하기도 어렵지만 그에 대한 책을 쓰기는 더더욱 어렵다. 저자는 십여 년 전부터 나름대로 법철학에 관한 체계적 저술을 준비해 왔지만, 아직도 선뜻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구상하는 본격적인 저작의 이전단계에 해당하는 셈이다.
법철학은 법학의 기초에 대해서 논하고 보다 옳은 법에 대한 물음을 부단히 추구하는 학문이다. 그런 법철학은 “법철학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언제나 다시 새롭게 쓰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있어야 할 법’에 비추어 ‘있는 법’을 언제나 다시금 새로운 눈으로 보기를 요청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법철학을 왜 하는가? 20년이 넘도록 법과대학에서 법철학을 강의하는 동안 저자는 매 학기 첫 시간에 스스로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러한 물음을 던졌다. 이러한 제목으로 일찍이 논문을 쓴 적도 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함에 있어서, 변화된 상황과 시대에 따라 강조점을 이동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이 말하고 써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가변적이고 미래로 열려 있는 글들이다.
글들 중 일부는 논문의 형태로 이미 발표한 글들을 재수록한 것이다. 제4장과 제6장, 제7장, 제8장, 제10장이 그러하다. 제1장은 처음에 김철수 교수의 회갑기념논문집에 실은 글이지만 상당부분을 개작했다. 물론 제4장 등의 글들도 부분적으로는 새로운 자료를 보충하고 내용을 수정했으며, 가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문장을 다듬었다. 제9장은 저자의 생명공학시대의 법과 윤리(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0)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저자는 법학도를 포함하여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이것저것 많은 학설을 익힌다기보다는 많은 고민거리, 생각거리를 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철학은 교설의 뭉치가 아니라 활동이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법과 질서의 문제를 인간사(人間事)와 연관지어 실천적으로 성찰하고 그 과제와 끊임없이 대적하는 가운데 느끼는 정신적 긴장! 저자는 법과대학 교육이 로스쿨 체제로 바뀌더라도 법철학 공부를 통한 이 정신적 긴장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저자 박은정(朴恩正)은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법철학회 회장,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 위원 등을 역임했고, 아시아생명윤리학회(ABA) 부회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자연법사상 (민음사, 1987), 현대의 사회문제와 법철학(교육과학사, 1993), 생명공학시대의 법과 윤리(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0), Bioethics Research Ethics and Regulation(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2005), 자연법의 문제들(세창출판사, 2007)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형의 양정에 있어서의 문제점,” “지구화와 여성주의 법이론” 외 다수가 있다.
제3장 해방후 한국 법철학의 흐름 Ⅰ. 머 리 말 63 Ⅱ. 전환기의 법철학: 해방 후부터 1950년대 말까지 66 Ⅲ. 형식주의 법이론의 지배―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72 Ⅳ. ‘법의 지배’와 정의의 긴장―1980년대 76 Ⅴ. 다양한 갈래를 통한 성장―1990년대 이후 79 Ⅵ. 한국 법철학에 대한 반성 84 Ⅶ. 한국 법철학의 과제 88
제4장 법개념에 대한 새로운 논의 Ⅰ. 머 리 말 91 Ⅱ. 의미분석적 법개념 논의의 한계 93 Ⅲ. 법개념에 관한 새로운 논의 99 Ⅳ. 실증주의적 법개념과 비실증주의적 법개념 104 Ⅴ. 실증주의적 법개념의 문제점 108 Ⅵ. 마치면서 115
제5장 법의 이념으로서의 정의 Ⅰ. 머 리 말 119 Ⅱ. 법과 법원리 122 Ⅲ. 법과 법이념 124 Ⅳ. 법의 이념으로서의 정의 128 Ⅴ. 전승된 법이념을 통해 본 정의 132 Ⅵ. 정의론의 현대적 경향 148
제6장 정의론의 인간학적 기초 Ⅰ. 정의의 물음, 인간 실존의 물음 159 Ⅱ. 정의이념과 인간학이념 163 Ⅲ. 평등원리의 예 170 Ⅳ. 인간 없는 정의? 175
제7장 법치국가와 시민불복종 Ⅰ. 오늘날 불법은 어디에 있는가 181 Ⅱ. 시민불복종과 저항권 188 Ⅲ. 시민불복종은 법적으로 정당화되는가 199 Ⅳ. 시민불복종은 다수결의 원리를 부정하는가 207 Ⅴ. 시민불복종은 법치주의를 손상시키는가 210 Ⅵ. 법치국가에서 정당성의 마지막 수호자는 누구인가 212
제8장 여성주의와 비판적 법이론 Ⅰ. 머 리 말 215 Ⅱ. 여성주의 법철학의 과제 220 Ⅲ. 여성주의 법철학의 방법론 224 Ⅳ. 성의 프리즘을 통해서 본 법언어 229 Ⅴ. 전통적 평등이데올로기의 한계 233 Ⅵ. 평등이냐 보호냐?―이른바 보호입법의 문제 239 Ⅶ. 평등이데올로기에 대한 새로운 도전 240 Ⅷ. 성의 프리즘을 통해 본 전승된 법이념 251 Ⅸ. 성의 프리즘을 통해 본 정의론의 현대적 경향 255
제9장 생명공학시대의 법윤리 Ⅰ. 법가치와 생명윤리의 만남 261 Ⅱ. 첨단생명과학이 가져온 변화 266 Ⅲ. 생명공학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들 271 Ⅳ. 생명윤리의 문제와 법의 한계 275 Ⅴ. 생명정의의 요청 283 Ⅵ. 마치면서 295
제10장 북한법원리와 통일국가법이념 모색 Ⅰ. 머 리 말 299 Ⅱ. 북한법 논의의 학문적 위상 303 Ⅲ. 북한법의 새로운 발전경향 309 Ⅳ. 북한법이론의 특징 319 Ⅴ. 북한법의 기본원리 331 Ⅵ. 통일국가의 법이념을 향하여 341
제11장 지구화와 법이론 Ⅰ. 머 리 말 347 Ⅱ. 지구화 논의의 배경과 의미 350 Ⅲ. 지구화와 ‘법의 지배’ 353 Ⅳ. 주류의 법이론에 대한 도전 369 색 인 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