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08. 10. 15.
초판 2007. 9. 30.
20세기가 이념의 장벽으로 가로막힌 폐쇄적인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그 벽을 허무는 통합의 시대이다. 세계를 가로막던 수많은 이념의 장벽들이 허물어지면서 이제 지구촌은 새로운 경제 전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1세기는 개방의 시대이며 또한 변혁의 시대다. 그 속에서 세계 역사의 여러 지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했던 대서양 시대에서 바야흐로 태평양 시대, 나아가서 일본, 한국,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동북아지역도 바야흐로 국제 협력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각 국은 서로 긴밀히 협력해야 할 당위성과 긴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각국의 이익구도가 다르고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지역 전략이 다르며 서로 상충하는 측면도 뚜렷하기 때문에 동북아국가 다자 간의 상호신뢰, 나아가서 동북아 국제협력을 제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수많은 산들이 가로막혀 있다. 때문에 단순한 무역교류를 넘어선 고차원의 협력은 아직 담론의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동북아 국제협력은 이제 세계정치의 자연스런 한 흐름이며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발전의 한계에 부딪친 유럽과 미국 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 주는 역동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동서양의 공통된 이해와 요구가 부합되는 동북아 국제협력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연적인 사안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중국 땅에 뿌리를 내려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일부인 조선족을 새롭게 주목해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중국의 조선족 사회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한반도와 중국의 변연에 위치해 있다. 조선족 문화는 한반도 문화와 중국 문화의 융합으로 형성된 이중문화구조로서 한중 관계 발전에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평화와 발전을 기반으로 하여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에서 조선족 사회는 앞으로 전개될 21세기 동북아 국제협력시대의 중요한 매개적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조선족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변연복합문화구역으로서의 매력적인 특질을 연구하고 이를 한국 사회발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에 최고의 목적을 두고 있다. 변연복합문화구역이라는 특수한 문화적 요소와 중국 내에서 영향력을 지닌 소수 민족이라는 그들의 신분을 존중함으로써 최대한의 협조를 받아 상호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한국의 각계 분야에서 조선족 사회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분석․진단하고 오랫동안 지켜 온 조선족 특유의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조선족과 한국 그리고 중국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를 토대로 조선족과 한국 및 중국, 더 나아가 동북아 국제협력과 세계 평화발전을 위한 연구에 미미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어려운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고 공들여 분석한 저자의 노력에 가장 큰 보답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쓰면서 저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기준을 세운 것이 있다. 우선 가능한 대로 중국 측 문헌자료를 많이 이용하려고 애썼다는 점이다. 이는 ‘동북아’라는 객관적인 틀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내부문건을 최대한 관찰해 보고자 했던 의도이다. 중국식 문자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때는 그리하였다. 예를 들면 지연(地緣), 우세, 이익구도, 집거지(집단거주지), 부동(不同) 등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의 사용이 그것이다. 또 통계수치 및 국제정세의 변화기류에 대한 분석은 최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2006년까지의 자료를 수집,정리해 보려고 애썼다. 시사적인 항목들은 예측과 판단을 최대한 억제하였다. 예를 들면 동북아 FTA의 성사 여부에 대한 전망이라든가 북핵 관련 6자회담의 진로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주의하였던 것은 조선족 사회라는 한 특수집단을 학문적 지식의 대상으로 국한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의 집필의도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은 그들의 삶과 역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독창적인 문화기능을 체계화하여 실사구시적인 실용성을 높이고 국제화시대를 향해 창의적 대안을 세우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었음을 이 자리에서 밝혀 둔다.
개인적으로 저자는 조선족 연구에 대한 전문연구자가 아닌 입장에서 조선족 사회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하고, 조선족 문화에 대해서 체계 있는 이론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있다. 다만, 그 옛날 나라를 잃고 어쩔 수없이 남의 땅에 이주해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았던 그들이 고난의 과정을 통해 터득한 이중언어문화와 개척정신으로 지금과 같은 국제협력시대를 맞아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도 흉내 내기 어려운, 더할 나위 없이 강인한 자질과 능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조선족 지성인들과 청년들에게 알려 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저자가 바쁜 시간을 틈내어 성숙치 못한 책을 쓰게 된 동기인 것이다.
1990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만 16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변’ 땅을 드나들면서,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연변과학기술대학의 동역자들과 사랑하는 조선동족들에게 이 책을 드리고 싶다. 저자는 감히 이들을 “역사의 새벽을 깨우는 선구자들”이라고 부른다. 중국 땅에는 지금도 부모가 해외로 돈 벌러 떠난 뒤 할머니와 함께 외롭게 살고 있는 많은 조선족 아이들이 있다. 이들을 위로하고 또한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도록 깨우쳐 주고 싶은 마음 또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의 하나이다.
저자는 이 과제를 연구하고 책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지성인들의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 누구보다도 먼저 연변과학기술대학 김진경 총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는 내게 새로운 꿈과 용기를 갖도록 부추기면서 나를 면학의 길로 인도해 주신 장본인이시다. 또한 온갖 성의를 다하여 박사학위 과정을 지도해 주셨던 중앙민족대학교의 황유복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베이징(北京)대학교 동북아연구소 소장 쑹청유(宋成有) 교수께서는 친히 나의 목차 제강(提綱)을 고쳐 주셨고,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주임 리원(李文) 박사님, 연변대학교 동북아연구원의 김강일 원장님과 민족연구원의 전신자 교수께서도 우정 어린 성원을 보내 주셨으며, 특히 연변대학교의 최후택 교수님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조선족 취업실태조사를 위해 여러 지역을 다니며 수고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저자가 연길을 갈 때마다 요구하는 중문자료들을 한국어로 꼼꼼히 번역해 주시는 등 아낌 없는 협조를 해 주셨다.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 구성진 본부장, 동춘항운(주) 백성호 사장, 중국 조선족 글로벌 네트워크(‘조글로’) 김삼 대표, 연변조선족자치주 상무국 이용남 실장, 연변정보산업협회 김창율 비서장, 국제상회연변상회 이명숙 부회장 등 여러분께서도 국내외 자료수집의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한 이 책이 발간되기까지 수고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아낌 없는 성원으로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과 실무진 여러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책을 기획, 편집, 교정하는 데 있어서 최선을 다하여 협력해 주신 ‘플랜필드’의 최지현 대표와 이재효 작가, 원고정리를 도와 준 비서실의 안희정 과장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지금껏 저자와 함께 인생의 고락을 같이 해 온 아내 박재숙에게 사랑의 선물로 이 책을 보내고 싶다. 아내는 16년간의 연변과기대 사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동역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앙민족대학을 통해 만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 준 아름다운 믿음의 여인이다. 이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중국과 동북아의 대지를 힘차게 달려 나갈 조선족 사회의 미래와 한민족 역사의 발전 위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서울 우면동 서재에서
2007년 8월 15일
이 승 률
東國大學校 文科大學 哲學科(1975~1979)
東國大學校 大學院 哲學科 碩士(1979~1981)
(中國)延邊大學校 國際政治學科 碩士(2000~2002)
(中國)中央民族大學 民族學系 法學博士(2003~2006)
綜合環境計劃硏究所 代表(1978~1985)
半島環境開發(株) 會長(1986~현재)
東北亞敎育文化協力財團 理事(1991~現在)
(中國)延邊科學技術大學 兼任敎授(2000~現在)
平壤科學技術大學 設立 企劃團長(2001~現在)
連友Forum(韓民族共同體 Network) 會長(2003~2005)
(中國)北京大學 東北亞硏究所 客座硏究員(2004~現在)
(中國)延邊科學技術大學 (對外)副總長(2004~現在)
(中國)中央民族大學 民博同學會 會長(2006~現在)
主要著書
윈-윈 패러다임(2004, 영진닷컴)
共生時代(中文版, 2005, 世界知識出版社)
동북아 연합의 꿈(2006, P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