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는 사상과 이론 분야를 중시하는 가운데 정치학 분야를 크게 정치사상과 정치이론, 비교정치, 정치과정, 한국정치(북한정치 포함), 국제정치로 나누어 강의해 왔다. 사상과 이론 분야를 중시한 것은 경험적·실증적 연구에 앞서 사상적·이론적 기초를 다지는 일이 정치학을 사회이론 중의 사회이론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한정된 수의 교수진을 지닌 가운데에서도 한국정치학의 발전에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본과가 한국정치학의 발전을 선도하는 많은 젊은 인재들을 배출해 온 것에 대해 긍지를 지닌다.
우리는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그간 공동연구의 산물로 『정치학의 이해』와 『현대정치의 이해』라는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전자가 고유한 연구대상으로서 정치현상을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해시키는 정치학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이라면, 후자는 정치현상과 다른 사회현상들과의 관계 및 현대 정치학의 새로운 과제를 매우 일반적인 수준에서 이해시키기 위해 집필한 책이다.
그러나 이 두 책은 모두 교양수준의 책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진작부터 정치학 지식을 일정하게 쌓은 고학년 학부학생이나 대학원과정에 들어온 학생들이 정치학을 보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을 발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년퇴임하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돌아가신, 우리들의 존경하는 스승이었던 구영록 교수님의 3주기를 맞이하여 그 분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정치학의 대상과 방법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주최한 고(故) 구영록 교수 3주기 추모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들을 필자들이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편집한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됨으로써 각 분야에서 축적되어 왔던 정치학의 주요 연구 성과들이 집대성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 책이 정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이 현대 정치학의 모든 연구대상과 연구방법을 다루고 있다고 자만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현상들과 최신의 방법론이 누락되었을 수도 있다. 또 국내 학계의 최근 연구동향이 충분히 소개되지 못한 점도 불만스럽다. 우리는 이 책에 대한 많은 학문적 비판들이 있길 기대한다. 그런 비판은 앞으로 겸허하게 수용해 나갈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스승을 기리는 마음에서 귀한 시간을 내어 논문을 발표하고 수정·보완해 주신 모든 집필자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실무적 일을 뒷받침해 온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오창룡 군과, 책을 출판하는 데에 기꺼이 동의해 준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 그리고 꼼꼼하게 책을 만들어 주신 김양형 님께 감사드린다.
2005년 12월
집필자를 대신하여
김세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