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개정판 2017. 9. 20
중판 2006. 8. 30.
초판 2005. 3. 20
전면개정판 머리말
2005년 3월 이 책을 발간한 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쟁점, 국내외 현황, 과제를 총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이 책은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책 발간 이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관련하여 많은 법적·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먼저 2005년 7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기로 결정하였고, 동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2007년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진술증거와 비진술증거를 불문하고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한다는 점을 명문화하였다. 2007년 11월 15일 대법원은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에서 과거 오랫동안 고수해온 ‘성질·형상불변론’을 변경하고 비진술증거에 대해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적용하며,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많은 판례가 나오고 있다. 이상의 변화에 졸저가 약간의 기여라도 하였다면 학자로서 기쁜 일이다.
이러한 변화를 즉각 반영하는 전면개정판을 출간해야 했지만, 저자의 게으름과 「절제의 형법학」(박영사, 2014) 발간 등 다른 연구 활동으로 개정작업은 미루어졌다. 법률과 판례의 변화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판례와 학설의 축적을 지켜본 후 제2판을 내려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2007년 12월-2010년 11월 기간 동안 국가인권위원(비상임)으로 국가기관에 의한 각종 인권침해와 사회적 차별 문제를 검토·결정하고, 2009년 4월-2011년 4월 기간 동안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양형기준 마련에 참여하고,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등, 학외(學外) 활동에 참여함에 따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긴 시간 동안 기다려준 독자들께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동시에 올린다.
제1판 출간 후 12년 만에 전면개정판을 내면서 책을 전체적으로 대폭 수정·보완하였다. 오타와 오기를 수정함은 물론, 제1판 이후의 법개정, 판례, 논문 등을 반영하고 저자의 새로운 논문과 판례평석을 재구성하여 배치하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편에서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외국 판례의 최신 변화를 추가하였다. 제2편에서는 검찰의 “불러 뻥”, “초과기소”, “답변 엮기” 기법을 추가하였고, 2007년 ‘일심회 마이클 장 사건 결정’을 반영하면서 변호인참여권 또는 진술거부권 침해 문제를 보강하였고, 외국 입법 소개를 추가하면서 약속에 의한 자백 문제를 보강하였다. 제3편에서는 제1판 출간 이후 여러 차례 이루어진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 2002년 ‘조총련 간부 회합·통신 사건’ 판결, 2016년 ‘코리아 연대 사건’ 판결 등을 반영하는 보완작업이 이루어졌다.
제4편에서는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을 분석하고 재량적 배제의 근거를 재정리하였고, 무영장 비디오 촬영에 관한 2013년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 판결’을 포함하여, 영장주의 관련 최근 판결을 추가하였고, 2011년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신설과 2011년 대법원의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 사건’ 결정을 반영하여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보강하였다. 그리고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언론사의 ‘압수·수색 거부권’을 헌법에서 바로 도출되는 권리로 파악하여 기존 입장을 변경하였고, 체내신체검사와 강제채혈·채뇨에 대한 기존 입장을 부분 수정하였다. 제5편에서는 함정수사 관련 최신 판결을 추가했다. 제6편에서는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 이후 독수과실의 원리를 적용하기 시작한 여러 대법원 판례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였다. 제7편에서는 위법수집증거법칙의 사인효에 대한 최신 판결을 추가했다.
전면개정판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던 2016년 12월, 미란다 법칙의 모국인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뽑힌 도널드 트럼프의 물고문 허용 발언을 듣고 경악했다. 이후 거센 반발이 일어나 그는 이 발언을 철회했지만, 미국 사회의 퇴행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악례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 내부에도 유사한 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면개정판을 발간하면서 다시 한 번 형사절차가 적정절차의 이념에 따라 운영되고 해석되기를 희망한다.
한편, 2016년 하반기 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전국적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있었다. 집필 작업을 하면서도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거리 강연도 수 회 하였다. 다시 한 번 민주공화국의 이념과 가치의 소중함과 주권자의 무한한 힘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10번의 촛불집회에서 총 인원 천만 명이 모여서 추진한 ‘촛불시민혁명’의 결과, 박 대통령은 헌법적 제재를 받아 파면되었고 이어 형법적 제재가 진행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제19대 대선이 조기에 치러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이러한 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민 모두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나라꼴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 모두는 확인했다. 같은 이유로 형사증거법 분야에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전면개정판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대선이 끝난 후 학교를 휴직하고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미력이나마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결심하였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권한을 분명히 행사하되, 권력의 냄새를 풍기거나 권력의 위세를 뽐내지 않는 민정수석비서관이 되고자 한다. 겸손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소임을 수행한 후 학교로 돌아가 다시 연구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이 책에서 펼치는 주장은 ‘민정수석’이 아니라 ‘학자’의 입장으로 전개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최신 판례 자료를 수합해준 전주대 권창국 교수와 숭실대 김준호 교수, 독일 최신 판례를 수합해준 뮌헨 대학교 박사과정 박중욱 군 등 세 명의 제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모두 학문의 길에서 대성(大成)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흔쾌히 표지의 저자 사진을 제공해주신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님께도 고마움의 인사를 올린다.
2017년 9월
전국을 환히 밝힌 촛불의 정신을 생각하며
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