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008. 9. 25.



발 간 사


신인령 선생님, 언제나 저희들 곁에 변함없이 ‘살아 있는 혼’의 표상으로 건재하실 것만 같았던 선생님께서도 세월과 더불어 계시는지라 올해로 법학과 교수 정년을 맞이하게 되셨습니다. 겉치레나 허식을 경계하시고 또한 전시성 행사나 내로라하게 행해지는 모든 의식과 절차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눈을 돌려 버리시는 선생님의 성품을 익히 알기에 기실 저희들은 선생님의 화갑 때조차 그저 조용히 지냈습니다. 그러나 정년퇴임이라는 한 고비를 넘으시는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저희 제자ㆍ후학들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뜻을 거스르면서라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대 법정대학 학생회장으로서 1960년대 중반 한일협정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6.3세대의 주역으로 시작하여, 1970∼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산파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올곧게 헌신하셨던 시기, 1980년대 중반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법정대학 법학과 교수로 임용되시고 난 후에도 실천과 괴리된 아카데미즘의 함정과 안이한 일상을 경계하시며 교육과 연구활동 속에서도 늘 분명한 학문적 실천과 입장을 견지하고자 애쓰셨던 선생님의 역정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현대사의 한 단면일 뿐만 아니라 사장될 수 없는 우리 시대 지식인의 깨어 있는 삶의 한 표상이었습니다. 근거리에서 선생님의 온전한 열정과 투신의 삶을 지켜보고 들어 온 저희 제자ㆍ후학들로서는 선생님께서 대학을 떠나시게 되는 이 시점에 이르러 선생님의 일대기를 아우르는 무엇인가를 기록하여 기념하고픈 조바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그 어떤 전기적 기록이나 자서전류의 글쓰기를 허하지도 응하지도 않겠노라 하셨습니다. 다만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지난 시절 살아오는 동안 특별하게 인연을 가졌던 소중한 관계와 만남에 대해 기록하고자 하지만 그 또한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한사코 고사하셨습니다.

당신의 일대기나 자전적 기록을 통해 당신의 삶이 특별하고 대단한 것으로 미화되거나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바는 평소 선생님의 삶의 원칙이나 철학과도 통하는 것이기에 저희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다시 수차례의 논의 끝에 결국 가장 최근의 공식적인 활동기록인 이화여자대학교 제12대 총장 재임시절 동안 각종 교내외 행사 연설문들을 수록한 자료집과 기념논문집이라는 두 권의 책을 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총장 재임시의 공식적인 연설문들은 선생님 개인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 시기 이화의 기록이며 함께 헌신적으로 일한 사람들의 열정과 땀과 수고가 고스란히 담겨진 공동의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선생님께서 연설문집의 간행을 수락하셨습니다.

그러나 기념논문집은 글쓴이 누구에게든 부담이나 폐가 될 여지가 있다고 하시며 주저하셨으나 순전히 저희 제자들과 후학들의 강변으로 간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노동법학의 대표주자로서 1980∼90년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현안과 쟁점에 대하여 당신의 학문적 논증과 입장을 분명히 하시고자 애썼던 법학자로서의 선생님의 존재가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라는 우리 시대 학문적 담론에 선구적인 획을 그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법학회 이사와 노동법학회 회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민간위원 등을 역임하시는 동안 인접 사회과학의 집적된 성과들과 헌법, 노동법학, 법여성학을 아우르는 법해석학ㆍ법사회학적 접근방식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전환기에 제기되었던 법률적 쟁점들에 대해 응답하심으로써 학제간 연구영역을 확대하고 기존 노동법학의 패러다임 전환의 지평을 여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하신 선생님의 실천 법학자로서의 면모에 비추어 보더라도 기념논문집의 헌정은 제자ㆍ후학의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논문집은 이 같은 취지에 부응하여 지금껏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노동법학자들과 선생님의 제자ㆍ후학들을 중심으로 엮어 낸 22편의 글모음입니다. 또한 노동법학 영역에서 선생님이 이룩하신 실천적 성과들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선생님의 여러 저작 중 주요 저서 7편에 대한 머리말을 게재하였습니다.

노동법학자로서의 선생님의 뿌리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핵심역량을 배출했던 1970년대 크리스챤 아카데미 노동교육 활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의 실천적 경험과 문제의식이 노동법학자로서의 선생님의 정체성을 규정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상아탑에 안주하는 교수나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친구이자 동지로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요구되는 절박한 이론적 과제와 필요에 부응하여 시의적절한 해답을 모색하고 그러한 당신의 입장을 제자들과 후학들에게 몸소 펼쳐 보이시고자 노력하셨습니다. 특유의 균형감각과 인권적 시각을 바탕으로 노동법을 비롯한 실정법 전반의 의의와 한계를 냉철하게 간파하여 노동법학과 당대의 노동운동계에서 대두되었던 실천적 쟁점에 응답하셨던 기록들과 노고를 저희들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 논문집에 실린 22편의 글들에는 선생님의 지난한 노고에 대한 제자들과 후학의 감사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자들이지만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선생님이 베풀어 주신 따스한 사랑과 노동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치열한 실천정신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면서, 선생님께 대한 사랑과 다짐을 새삼 확인하고자 합니다. 또한 뜻 깊은 하사를 보내 주신 김유성 선생님과 논문집에 소중한 옥고를 기고하여 주신 집필자 선생님들께는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비록 이화의 강단을 떠나시지만 선생님께서 보여 주신 법학자로서의 삶, 나아가 우리 시대 지식인으로서의 실천적인 삶과 그 정신은 이화대학 법과대학과 곧 출범하게 될 이화로스쿨의 제자, 후학들에게 오래오래 이어질 것입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더 많은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더불어 나누는 기쁨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바라옵건대 선생님, 정년퇴임 이후에도 지금까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강건하시고 곧은 모습으로 저희 곁에 늘 함께 계셔 주십시오.


2008년 9월
신인령 선생님 정년기념문집 간행위원회

신인령 선생님 정년기념문집 간행위원회

논문집 편집위원

김선욱(위원장) 곽상진 김엘림 노정희 문미란
박은정(인제대) 석인선 이승욱 이철수 최희경

논문집 발간위원

곽상진 권성희 김경희 김병선 김선욱 김수진 김엘림 김유정 김은미
김재련 김정순 김지숙 김지현 김현진 노윤아 노정희 노희섭 류영지
문강분 문미란 민경주 박경옥 박귀천 박성희 박소현 박수연 박애영
박은정(서울대)박은정(인제대)박은정(검사) 박현민 배지숙 석인선
손향미 신수정 신옥주 신한미 신희영 안미영 양소영 양정숙 오영주
오혜원 우라옥 윤문희 윤석희 이노홍 이명숙 이미현 이선희 이소라
이수연 이수진 이승욱 이연전 이영숙 이영희 이용숙 이유정 이은영
이지영 이진화 이철수 이현혜 장명선 장민선 장선희 장옥주 전성연
전효숙 정경원 정문경 정미화 정미희 정현미 조경애 조성혜 차명희
채재은 최금숙 최미정 최성지 최은정 최정숙 최현희 최희경 하미용
함정민 홍현미 이법출신연수원 35기

Ⅰ. 신인령 교수의 노동법론과 실천

신인령 교수의 여성노동권 연구에 관한 고찰〈김엘림〉
신인령 교수의 쟁의행위론과 그 실천적 의의〈박은정〉
신인령 교수의 노동기본권론과 실천적 과제〈송강직〉



Ⅱ. 노동법의 실천과 과제

사내 하도급의 실태와 법적 대응〈이철수〉
노동분야 규제완화의 노동법적 한계〈김인재〉
2000년대 집단적 노사분쟁 통계분석 및 노사관계의 변화〈이성희〉
공공기관의 통폐합과 근로관계의 승계〈김선수〉
영업임대차와 근로관계의 승계〈박종희〉
ILO 결사의 자유 원칙에 비추어 본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이승욱〉


Ⅲ. 노동법의 새로운 모색

독일에서의 근로자의 의사표현의 자유〈박귀천〉
단체협약상의 해고동의(협의)조항에 위반한 해고의 효력〈노정희〉
독일의 연방남녀평등법에 대한 고찰〈신옥주〉
노동단체권(노동3권)과 부당노동행위제도〈강희원〉
노조전임자의 법적 지위와 판례〈이달휴〉
조정․중재와 법〈이상덕〉
노인 사회복지제도에 관한 현행 법체계의 재정립〈이상윤〉
고용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을 위한 입법방안연구〈김재훈〉


Ⅳ. 현대법의 새로운 이슈들

헌법원리에서 본 시민운동〈곽상진〉
복지국가와 젠더－헌법상 가족과 여성복지관련 규정에 대한 분석과 해석의 전제논의－〈석인선〉
공기업의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대상성〈이노홍〉
동물보호에 입각한 동물관련법제에 관한 소고〈김수진〉
출산권을 제한하는 강제적 의료절차에 관한 연구〈최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