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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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신간
대학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저자
김태준, 유재원
역자
-
분야
교육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2.01.1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60P
판형
신A5판
ISBN
979-11-6519-227-3
부가기호
9337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4,000원

초판발행 2022.01.10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하였다는 옛 일은 교육을 위해서 주위환경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더 중요한 것은 세 번이나 이사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의 교육열이다.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에도 자식을 잘 키우려는 부모님들의 경쟁이 치열했음을 짐작케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영수 등 주요 과목의 과외 금지, 학원 등원 금지, 학원들의 영리 추구 금지를 골자로 하는 사교육 억제책을 내놓았다. 젊은 세대들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아이 낳기를 꺼리고, 또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겪는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것이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중산층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집에서 은밀하게 과외교육을 시키자면 비용이 너무 올라간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교육당국과 학부모 간 줄다리기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그 답은 뻔하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 선례도 있다. 한국은 지금 중국당국처럼 서슬이 시퍼렇던 1980년 신군부하에서 과외금지령을 밀어붙인 적이 있지 않은가?
현대에서 맹자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일 것이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자녀교육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명필 한석봉, 10만 양병설의 율곡선생, 피겨여왕 김연아까지 어머니의 교육열이 없었더라면 이들은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의 초등교육과 중?고등학교 교육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식 교육의 예찬론자이다. 그는 “미국의 어린이들은 매년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이나 적다”며 “새로운 세기의 도전은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 공부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여기 미국에서 할 수 있다”고 토로하였다. 정말 그런가?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교육에 가려진 사교육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한국의 사교육은 그 뿌리가 깊다. 식민지 시대에 교육자인 아버지를 따라 조선에서 성장한 소리모리사키 가즈에란 일본여성은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1934년에 대구봉산정공립심상소학교에 입학하였다. 그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소학교에 들어가면 가정교사를 두는 아이도 있었고, 개별적으로 피아노를 배워 잘 치는 아이도 있었다. 발레나 일본 무용도 유행하고 있어서 발표회도 열렸다. 오시마이(전통가면극인 노가쿠에서 반주와 의상을 갖추지 않고 노래만으로 추는 약식 춤)를 배우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습자학원에 다닐 뿐이었다.”(??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글항아리, 2018).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대학입학을 위해 입시교육에 몰두하는  고등학교 교육은 정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세월호가 깨닫게 해준 교육모순과 병폐가 ‘최순실의 교육 농단’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국민적 분노는 단순히 농단의 주역 몇몇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평등한 교육, 공정한 교육, 그리고 인간다운 교육을 통해서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노력의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교육,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불공정한 사회, 양극화된 사회, 권련과 ‘빽’이 원칙과 상식을 압도하는 사회, 줄과 연고주의가 주요한 작동 원리가 되는 사회, 그러한 부조리함이 결합된 극단적인 적자생존식, 약육강식의 시장주의에서는 교육이 바로 설 리가 없고, 교육이 삶의 희망일 수 없습니다… 소수의 재벌이 산업체제를 넘어 국민의 삶을 지배하는 나라, 이른바 ‘SKY’가 기득권이 되어 움직이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최순실 사태에서 우리가 확인한 ‘똑똑한 악마’가 세상을 지배하지 않고,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성실하고 노력하는 착한 민중’이 공정하고 인간답게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를 우리는 원합니다. 불평등한 세상에 적합한 능력이 아닌, 평등한 사회에 복무하는 ‘착한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우리는 원합니다. 그런 점에서 능력주의의 모순을 깨닫고, 공공적 능력과 공동체적 성실함이 교육적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복잡다단한 미래 사회로의 선진적 흐름과 구시대적인 입시경쟁교육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뉴스1코리아, 2017.2.23).
 대한민국 사회가 매우 불공정하고, 따라서 초?중?고 교육이 이러한 잘못된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공교육의 정상화가 대학입시제도의 개혁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개혁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개혁마인드가 투철한 그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두 아들을 외고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성실하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존중받는 교육은 얼마나 귀중한가?  인간은 누구가 다 소중하고, 마땅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경쟁 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사회는 없다. 대학입시만 해도 그렇다. 이 세상에는 들어가기 어렵고 졸업하기 쉬운 대학과 들어가기는 쉬운데 졸업하기가 어려운 대학이 있을 뿐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졸업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대학도 있다.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의 대학은 들어가기 어렵지만 졸업하기는 쉬운 편에 속한다. 필자들이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대학의 낭만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많이 사라지고 학생들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 대리출석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학생들은 휴강하자는 말을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어학연수와 기업 인턴까지 하려면 대학생활은 매우 바쁘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볼 때 우리 대학의 학업강도는 아직 약하다. 하버드대학의 재학생들이 1주일에 1,000페이지에 달하는 강의자료를 읽느라 잠잘 시간이 없다는 말은 아직도 교과서 위주의 강의를 진행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무척이나 생소하게 들린다. 이러한 대학교육수준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여러 군데에서 발표하는 세계대학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대 이하이다. 대학을 대학이라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교육과 연구의 질이 낮은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중?고등학교보다 더욱 급한 것은 대학교육의 혁신이 아닐 수 없다.  권재원(2015)은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한 논란이 거의 대부분 학생, 특히 고등학생에게 집중된 이유가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고 어른은 이미 공부를 마친 사람이란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학생이라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빈약한 대학교육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한평생 대학에 몸담고 있던 필자들이 느끼고 고민했던 대학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정리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필자들은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한다. 말 그대로 콩나물 시루같던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입시시험을 치뤘다. 그리고 운좋게도 소위 일류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국책연구기관에서 함께 일하였고, 서울시내 사립대학에서 교편을 잡아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제 필자들은 막 은퇴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몸담고 있던 대학의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는 암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우뚝 서려면 대학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이 책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대학은 시대가 바뀌면서 그 위상이나 역할도 바뀌어 왔다. 대학이 시대적 소명에 얼마나 부합되는가에 따라 대학의 운명이 결정된다.  지금 보는 것처럼 영미나 유럽에 있는 세계적 대학들을 중국과 일본의 대학들이 따라가는 모습은 오랜 시간을 두고 겨루어온 경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학은 그동안 선진국의 앞선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를 수입하는 데 바빴고 어느 정도 성과도 이루었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학령인구의 급감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변화가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대학의 개혁을 미룰 수 없다.
동양에서 최초의 대학은 한무제가 건립한 태학(太學)을 시초로 본다. 교육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의미의 태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웠을까? 주희는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서문에서 대학이란 책은 옛날 태학에서 사람을 가르치던 법이라고 밝히고 나아가 주나라 시절 소학교(小學敎)와 태학의 배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남자 아이들은 8살이 되면 소학교에 들어가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답하며,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육례의 문(文)을 배웠다고 한다.  육례란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인데, 이는 각각 예학(예법), 악학(음악), 궁시(활쏘기), 마술(말타기 또는 마차몰기), 서예(붓글씨), 산학(수학)에 해당한다.
 소학교를 마치면 15세에 천자와 고관대작의 자식뿐 아니라 일반 백성의 준수한 자는 태학에 들어가서 이치를 궁구하고 마음을 바로하며 몸을 닦고 남을 다스리는 도를 배웠다.
중국의 태학은 한국에도 수입되어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에 태학이 설립되었는데, 상류계급의 자제만 입학할 수 있었으며 경학, 문학, 무예 등을 배웠다고 한다.  태학은 서울에 설치된 국립학교였으며, 경당(?堂)은 지방에도 설치되었던 사립교육기관이었다. 태학의 교원 명칭은 ‘박사’였다. 백제의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박사’라는 호칭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태학을 설치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태학(太學)’ 참조).
 신라는 신문왕 2년(682년) 국학을 설립하였다. 고려 성종 11년(992년)에는 국자감이 설립되었는데, 고려 충선왕 2년(1310년) 때 이를 성균관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7년(1398년) 국립 고등교육기관으로 성균관이 건립되었는데, 고려시대 국자감의 전통을 이어받아 사서와 오경 등을 기본으로 가르쳤다.  위키백과, “대한민국의 대학,” 2021.
 1946년 사립종합대학으로 설립된 성균관대학교는 옛 성균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인의예지의 품성과 신언서판의 능력을 갖춘 교양인,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디지털시대의 신가치를 창출하는 전문가, 그리고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키백과, “성균관대학교,” 2021.
 이러한 교육목표는 다른 대학들도 대동소이하다. 지금도 태학에서 추구하던 대로 이치를 속속들이 연구하는 일은 대학의 본업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마음을 바로하고 몸을 닦으며 남을 다스리는 도를 깨닫는 일은 이제 대학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서양의 최초 대학은 카톨릭 교회 수도승에 의하여 세워졌는데, 1088년 볼로냐 대학을 시초로 본다. 대학을 지칭하는 ‘university’라는 용어는 “교사와 학자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universita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  Wikipedia, “University,” 2021.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을 의미하게 되었고, 유니버시티(university)는 종합대학, 그리고 칼리지(college)는 단과대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진화하였다. 한데 일본의 도쿄대학은 종합대학인데도 그냥 대학이라고 부른다. 한자 문화권에서 서양의 ‘university’에 대응되는 뜻으로 ‘대학(大學)’이라는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곳은 일본이며, 시초는 도쿄대학이다. 중국에서는 현재의 베이징대학에 해당하는 경사학당(京師學堂)이 일본의 역어를 수용함으로써 지금처럼 바뀌었고, 따라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4년제 고등 교육 기관은 대학이라고 통용된다. 한국에서는 대학교와 대학을 구별하여 오다가 지금은 그냥 대학교라고 부른다.  한국은 1949년 제정된 교육법에서 단과대학은 ‘대학’, 3개 이상의 단과대학과 대학원으로 구성된 종합대학은 ‘대학교’로 구분하였다. 1991년 교육법개정으로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의 구분이 사라졌고,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교명을 대학교로 바꾸었다. 그러나 전문대학만큼은 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여 ‘4년제’ 대학교와 구분하였다. 1998년 3월 1일 교육법이 폐지되고 고등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전문대는 교명에서 ‘전문’을 떼어내고 ‘대학’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11월 20일 고등교육법의 재개정으로 전문대학도 ‘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은 말 그대로 큰 배움의 장이다.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학을 정의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문적 자유이다. 이것에 대한 최초의 기록적 증거는 12세기 볼로냐 대학의 학술 헌장에 나타나는데, 교육을 위한 학자의 자유로운 통과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오늘날 이것은 “학문의 자유”의 기원으로 주장되고 있다. Ibid, page 3. 
 독일의 철학자 훔볼트는 <인간교육론>에서 국가는 대학에 대한 간섭은 가능한 줄이고 대학에 대한 지원은 가능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통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대학이 만들어진다면, 이게 곧 선진 국가를 만드는 든든한 반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석, “진리의 상아탑과 대학의 기업화,” 투데이신문, 2015.9.11.


 오늘날에도 진리 탐구를 위한 대학의 자율성이야말로 대학의 존립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리’의 성격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신학이 학문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지동설과 진화론을 앞세운 과학이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이다. 오래된 역사와 명성은 대학의 커다란 자산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쳐온 교수의 관점에서 대학개혁을 다루고 있다. 한평생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천직으로 여겨온 교수라도 대학개혁에 대해서는 전공에 따라 의견이 제각각이다. 물론 경제학교수라고 해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몇가지 점에서 다른 전공교수들과 시각이 다를 것이다. 우선 경제학은 절대선이나 절대악을 믿지 않는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선택이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선호의 문제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무엇을 중시하는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대학개혁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이유는 이전에 이루어진 여러 선택의 결과이다. 이제 와서 이전의 선택을 무시하고 제로베이스에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학에게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역할이 무엇인가, 또 대학은 이러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선할 점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접근방식일 것이다.
선택과 관련하여 경제학의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는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선거철에 유행하는 포퓰리즘은 특권층에 의해 착취당하는 일반대중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숭고한 대의를 앞세우지만, 종종 인기에 영합한 나머지 현실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비용이 따르지 않는 편익은 없다. 즉, 어떤 선택을 하면 다른 무엇을 포기하여야 한다. 대학생들은 대학에 다니기 위하여 등록금과 기숙사비 이외에도 일을 했으면 벌 수 있는 소득을 포기하여야 한다. 대학이 이러한 비용을 뛰어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미충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대학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한다면 그 혜택을 누가 얼마나 보고, 또 그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라고 해서 시장만능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시장만능주의는 시장을 신뢰한 나머지 정부간섭은 적을수록 좋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기조는 퇴보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경제학은 시장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래전부터 가르쳐왔다. 교육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육은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전체에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후자에 해당하는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서비스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다시 말하자면 교육서비스 시장은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경제학자들은 정부개입을 이야기할 때도 시장의 기능을 중시한다. 시장을 무시한 정부개입은 시장의 실패 못지않은 정부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 교수가 바라보는 대학개혁의 청사진이 교육부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은 인적자본을 육성하는 장소이다. 대학에서 탐스런 열매를 맺으려면  때맞춰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벌레를 잡아주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가 어떤 열매를 원하는지는 시시때때 바뀐다. 나무가 위치한 곳의 기후도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변한다. 본고에서는 대학이 사회적으로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스스로 거듭나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학의 경쟁력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선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환경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무엇보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대학이 직면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위기는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대학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부디 대학개혁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출발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2021년 12월
저자 일동

김태준(金泰俊)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연구위원을거쳐,동덕여자대학교국제경영학과교수로 2021년 2월까지 재직하였고 부총장을 역임하였다. 대외활동으로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대행,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그리고 경기학원 이사를 지냈다. 저서로는 유재원 교수와 공동저술한 󰡔국제금융경제󰡕, 󰡔국제통상론󰡕, 󰡔한국경제의 이해󰡕 등이 있다.

유재원(柳在元)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연구위원을 거쳐,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 중이며 대학원장 및 교학부총장을 역임하였다. 한국경제발전학회와 국제금융학회, 그리고 국제경제학회 회장으로 활동하였다.

프롤로그 i
감사의 글 xi


01
대학개혁, 왜 필요한가?

1.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진학율 4
2. 문제는 대학의 수준 9
3. 지속적 성장의 열쇠 15
4. 변화의 물결과 개혁의 필요성 20


02
대학이란 우물이 마른다

1. 학령인구의 감소  28
2.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양극화 32
3. 수도권이란 블랙홀 38
4. 구심력과 원심력의 조화 47

03
4차 산업혁명과 교육환경의 변화

1.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 54
2. 경제학원론을 누른 컴퓨터과학입문 57
3. 교실이 없는 대학 63
4. 대학의 위기와 기회 69


04
대학경쟁력의 관건

1. 대학경쟁력은 공짜가 아니다 78
2. 대학경쟁력의 결정요인 85
3. 반값 등록금과 등록금 동결의 명암 94
4. 등록금 정책의 경제적 효과 99


05
대학개혁의 구체적 방안(I):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개선

1. 한시적 정부주도의 일률적 대학입학정원조정 113
2. 국공립대학 구조 개편 125
3. 사립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대 130
4. 대학 지배구조 개선 139


06
대학개혁의 구체적 방안(Ⅱ):   연구경쟁력 및 교육의 질 개선

1. 특성화된 연구중심대학 지원 강화 148
2. 에듀테크 활용과 토론중심 학습으로 교육의 질 향상 154
3. 평생교육 및 직업직무교육 체계 강화 162
 


07
대학개혁의 구체적 방안(Ⅲ):   재정확충 및 사회적 책임 강화

1. 고등교육재정 확충 170
2. 대학 서열화 완화 175
3.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회의 사다리 확대 185


08
결론: 대학개혁의 7가지 전략

전략 1: 시장경쟁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 및 개혁 198
전략 2: 대학운영 규제를 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 200
전략 3: 대학 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 202
전략 4: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간 차별성 강화 204
전략 5: 고등교육을 위한 재원의 안정적 확보 206
전략 6: 사회적 약자의 대학 접근성 확대 208
전략 7: 대학경영의 전문성 제고 및 사회적 책임 강화 210


에필로그 215
미주 217
참고문헌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