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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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예술, 예술로 보는 과학: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의 역사
신간
과학으로 보는 예술, 예술로 보는 과학: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의 역사
저자
조헌국
역자
-
분야
교육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1.06.1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20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6519-160-3
부가기호
9360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9,000원

초판발행 2021.06.15


“In his heart a man plans his course, but the LORD determines his steps.”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어쩌면 인생은 한 번도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골목을 지나다 보면 늘 갈림길이 나타나고, 그리고 지름길 같던 길이 한참을 돌아가기도 하고, 금방 닿을 것 같아도 막다른 길이어서 돌아와야 하기도 한다. 또 무사히 지나쳤더라도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 쪽으로는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는다. 그러면서도 막상 선택해야 할 순간에 오면 무엇이 더 좋은가 고민하지만 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관통하는 두 가지 주제인 과학과 예술을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된 것도 마치 이와 같았다. 학창 시절, 물리가 좋아서 전기와 관련된 공학계열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나보다 뛰어난 수많은 경쟁자들의 덕분에 원하는 학과로 가는 대신 다른 학과로 가야 했다. 무엇인가 실패한 것 같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과 공부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전력으로 달려도 성공하기 힘든 세상에 주변 경관을 보면서 조깅하듯 달리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든 졸업만 하고 취직을 하자고 마음을 먹으며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교양 과목이 서양미술사였다. 300명은 족히 들어갈 법한 대형 강의실의 꼭대기에 앉아서 언제쯤 수업이 끝날까, 내가 이걸 왜 듣고 있을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무엇보다 애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예술이 되었다. 그때 그 강의실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알았더라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지금도 언제든 해외에 방문하면 꼭 놓치지 않고 들르는 곳은 미술관이다. 특히 영국의 Tate Modern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국립 미술관 등은 영감을 얻는 아주 좋은 장소로 많은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고백하자면 과학과 예술을 연결해 보자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의 무지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학과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원을 들어가면서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 힘들었다. 학부 때도 농구다 뭐다 하면서 놀다가 보니 머리에 하나도 남아 있는 게 없었고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막막했다. 그러던 중 과학사를 통해 과학적 발견의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단순히 과학을 공식이나 기호로만 접하는 것보다 왜 그런 발견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깨닫고 보니 더 공부하는 것이 쉬었다. 그래서 과학의 결과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이해하는 게 나와 같이 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학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유럽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고, 역사 속에서 빠질 수 없던 변화가 철학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그 철학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예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술 작품을 통해 과학을 설명하면 나처럼 부족한 사람들도 과학을 더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박사학위 이후 처음 시작했던 강의가 <생활과 역사 속의 과학>이라는 교양 과목이었고, 이후 여러 해 동안 비슷한 주제의 강의를 하면서 과학과 예술을 잇는 공통점들을 하나둘씩 찾게 되었다. 과학에서 시작해 과학사, 역사, 철학, 예술에 이른 나의 학문적인 여정은 다시 과학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처럼 과학이든 예술이든 어설프고 부족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쓰게 되었다.
과학이든 예술이든 역사든 어느 분야에서든 위대한 학자들은 자신이 속한 하나의 영역 외에도 다른 수많은 영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유명한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물리학의 변화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당대 예술가와 철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물체의 운동이 상대적이라는 그의 주장은 철학자들에게는 시간과 공간이 무엇인가라는 깊은 물음을 던졌고 예술가들에게는 보이는 세상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반향을 일으켰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상대성이론을 이해할 수 없어도 여기저기 모여 서로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하였다. 한편 20세기 초현실주의의 대표적 화가 중 한 명인 마그리트는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는 대상과 상관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담배 파이프 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고 그 아래에 프랑스어로 “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쓴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작품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유명한 철학자인 미셸 푸코에게도 영감을 주어 그림의 제목을 딴 에세이를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였다. 하나의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상호작용과 효과의 전파의 사례는 무수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들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 어떤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일까? 만약 그렇다면 오늘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주제와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어차피 노력해도 경계를 넘나드는 일들은 아주 소수의 타고난 재능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예술을 중심으로 수많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엇인가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한 특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유명한 교육학자 중 하나인 비고츠키는 <사고와 언어>라는 책에서 둘은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우리의 사고가 언어로부터 분리될 수 없고, 언어 역시 사고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는 <철학적 탐구>라는 책을 통해 언어는 어떤 의미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쓰임새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학과 예술도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과학은 주로 숫자와 기호로 이뤄진 언어이고, 예술은 시각적인 모습을 가진 언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언어는 어느 과학자나 예술가가 단순히 정의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쓰이고 의미가 통용되어야 가치가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언어는 이미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들과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학과 예술은 아주 달라 보여도 우리의 삶과 문화, 말 등 수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과 예술을 둘러싼 보다 큰 세상의 관점에서 둘의 관계를 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도 거대한 인류의 역사라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자신만의 관점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술이나 철학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보려면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을 쉽게 읽는 방법은 일단 따라가 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말을 배우는지 생각해 보면 뜻을 모르지만 그저 귀에 들리는 대로 따라한다. 그리고 말을 하면서 그 상황이나 반응을 통해 그 느낌이나 이미지를 찾게 된다. 과학이든, 철학이든, 예술이든 새로운 용어나 말들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점점 들으면서 익숙해지고 그 등장하는 배경을 살펴보면 무엇이구나 하는 감을 점점 잡게 된다. 수천 년 동안 많은 학자들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모두 이해했다면 여러분은 앞으로의 여러 세대와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대한 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어쩌면 이 둘의 관계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살아가며 또 점점 성숙해 갈수록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아이는 저절로 자라는 것 같지만 부모의 손길 없이는 결코 성장할 수 없고 어른이 된 아이는 사회 속의 일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공경하게 된다. 아무에게도 도움도 받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자라도 매일 아침 성실하게 일어나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지하철 기관사나 버스 기사 없이 안전하게 출근할 수 없고, 매일 손을 데어가며 열심히 일하는 주방의 요리사 덕분에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밤마다 방송국을 지키는 엔지니어와 제작자 덕분에 TV를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덜어내고 잠들 수 있다. 얼굴을 직접 보거나 한 마디 인사도 건넨 적 없어도 수많은 사람들과 우리는 연결되어 살아간다. 이렇듯 과학과 예술 역시 오랜 시간동안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 도와주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둘은 매우 다른 얼굴처럼 보이더라도 나는 너와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것 역시 나 혼자의 공이라 할 수 없다. 강의를 통해 수많은 피드백을 준 학생들과 과학과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직도 저만치 뒤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원고를 다듬어 주시고 인쇄를 맡아주신 박영사의 여러 관계자들께도 감사드린다. 같은 집에 지내며 나의 고민과 애환을 함께 하며 행복을 주는 아내와 딸 예린이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던, 방황하던 나를 삶의 매 순간마다 붙잡아 주시고 길을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앞으로 더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그 분이 만드신 세계와 그 속에 숨겨진 비밀한 아름다움과 질서를 더욱 깨닫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2021년 5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을 꾸는 자

조헌국

조헌국 교수는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인공지능융합교육전공 주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여 동대학원에서 물리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주제로 국내 한국물리학회,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학센터, 국제과학영재학회와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호주의 디킨대학교와 맥쿼리 대학교 등 국내외 유수 기관과 대학교로부터 초청을 받아 강연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물리학의 미적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분야 데이터를 머신러닝 및 딥러닝을 적용해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한국물리학회 평의원, 한국과학교육학회 이사, 학습자중심교과교육학회 학술이사, 한국감성과학회 이사 등 여러 학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1장
서론

제1절  왜 융복합인가? 3
제2절  과학과 예술은 서로 연결될 수 있을까? 11
제3절  과학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 한계 16
제4절  과학으로 예술 읽기, 예술로 과학 읽기 27


제2장
고대의 과학과 예술

제1절  과학과 예술의 기원 33
제2절  과학과 예술의 두 기둥 45
제3절  고대 과학의 특징 51
제4절  고대 예술의 특징 58
제5절  과학과 예술의 접점 64


제3장
중세의 과학과 예술

제1절  중세의 의미 69
제2절  중세 과학의 특징 74
제3절  중세 예술의 특징 85
제4절  과학과 예술의 접점 92


제4장
근대의 과학과 예술

제1절  근대의 시작 97
제2절  근대의 과학 105
제3절  근대의 예술 118
제4절  과학과 예술의 통합 129
 


제5장
현대의 길목에 선 과학과 예술

제1절  근대와 현대의 사이 137
제2절  18~19세기의 예술 149
제3절  18~19세기의 과학 166
제4절  과학과 예술의 접점 185


제6장
현대의 과학과 예술

제1절  근대에서 현대로 이르기까지 193
제2절  과학기술이 가져온 변화 205
제3절  상대성이론과 예술 214
제4절  양자역학과 예술 233
제5절  과학과 예술의 융합 259


제7장
마무리

제1절  과학과 예술, 어디로 가는가? 267
제2절  과학과 예술의 나아갈 길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