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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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자유의 심연
신간
페미니즘과 자유의 심연
저자
Linda M. G. Zerilli
역자
조주현
분야
사회학/미디어/언론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2.11.2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88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1011-4
부가기호
9408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4,000원

초판발행 2022.11.25


Feminism and the Abyss of Freedom의 한국어로의 번역은 특히 현재 한국 사회의 특정한 맥락과 깊이 공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한 이 책의 중심 주제들의 지속적인 관련성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민주사회를 형성해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상황에서, 앞선 페미니즘의 투쟁으로 어렵게 쟁취한 권리와 자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정체성의 특수성을 고집하는 것이 이제는 더 어려워지면서 동시에 더 시급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다양한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 국가가 시도했던 엄격한 긴축 정책은 젠더 평등을 주류화하려는 제2물결 페미니즘의 시도를 차단했습니다. 실제로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면서 공적 의제를 형성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 정책의 신자유주의화로 보수정당의 놀라운 상승과 함께 “가족 가치”를 장려하는 정책들이 동반됐는데, 이 정책들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삶에서의 성평등 추구를 종식시킬 뿐만 아니라, 앞선 페미니스트 세대가 쟁취한 결과물들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성 역할로의 회귀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점점 더 혁명은 정체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어떻게 현실적이면서도 열망을 품은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실천은 고사하고 상상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모든 정치적 행위자들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들 역시 자신들이 선택한 세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운동에서 동기부여가 되었던 젠더 정의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현실 세계의 제약을 인정하는 것은 끊임없는 투쟁이 됩니다. 정치적 분석에 있어 중요 범주인 성차와, 집합적 동원에 필요한 정체성의 기반을 포기하라는 요구에 직면하면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그러한 요구의 배경을 이루는 이른바 포스트?젠더 후기자유주의가 엉터리라고 비난하며 당연히 반대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들에게 “여성” 정체성 개념은 20세기 후반에 바로 그 개념 아래 평등의 척도가 달성된 것으로서, 그들이 남성 중심적이며 여성의 곤경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비난하고 있는 바로 그 신자유주의의 젠더?중립적 언어로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것입니다.  조주현은 2019 미국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원고에서 최근 한국의 청년여성페미니스트들이 한국여성운동에 제기한 도전과 그에 따른 운동의 조정을 분석했습니다 (“The Contentiousness of Contemporary Young Women’s Movement in South Korea: From a Perspective of Strategic Action Fields Theory”). 이후 이 원고는 수정·보완되어 ??경제와 사회?? (2019) 123호에 출간됐습니다.


저는 이러한 우려에 매우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제가 21세기 초입에 이 책을 썼을 때의 제 마음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저의 걱정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범주”라는 다른 상황에서는 가치 있을 수 있는 비판의 무게 아래서는 이제 더 이상 진정한 정치적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여성들”의 이름으로 말할 수 없다면 페미니즘은 누구의 이름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 있어 인종, 계급, 민족성, 그리고 성적 지향성을 젠더와 동등하게 피억압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여성을 페미니즘의 통일된 주체로 설정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며, 효율적인 정치운동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걱정의 긴박감을 인식했지만 그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왜 자신들의 정치적 행동이 문제 삼는 “여성”의 규범적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지 않으면서도 여성들의 이름으로 말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 페미니즘이 어떻게 여성들의 주장을 진전시키면서 동시에 여성들의 우려를 다른 소외된 집단들(민족, 인종, 그리고 성 소수자들, 저임금 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의 정당한 주장과 공명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그리고 페미니즘을 다른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회운동 및 정치운동과 (녹색 행동주의, 진보적 좌파주의, 인권 국제주의) 연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체성이 아니라 자유의 측면에서 우리의 투쟁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는 신자유주의의 유행어는 아니라 하더라도, 고삐 풀린 소비주의와 이제는 느슨해진 복지국가에 대한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승리를 상징하는 유행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의 이상은 분명히 반정치적이고 반페미니즘적인 것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서구 전통에서 물려받은 의지의 현상으로서의, 주체의 특성으로서의, 그리고 주권이라는 이름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자유 개념에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얽혀있다는 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서 더욱 집요해진 자유는 고도로 개인주의적인 용어로 정의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수용되며, 그리고 정치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경험됩니다. 그러나 제가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페미니즘에 있어 자유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것은 세계?구축의 창의적이고 집합적인 실천으로서, 근본적으로 시작을 여는 특징을 보이며, 새로운 공유 대상 및 공동의 관계를 설정합니다. 자유의 세계?구축적 실천으로서의 페미니즘 정치는 정체성을 출발점으로도 종착점으로도 택하지 않습니다. 자유?중심적 페미니즘 정치는 언제나 환상에 불과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주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시대에 우리가 전진하면서 페미니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공동행동과 공동 관심사의 새로운 대상을 창출할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압력과 복지국가의 후퇴로 페미니스트들은 새로운 공동 존재의 형태와 새로운 시작의 자발성을 열 수 있는 자신들의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남아 있는 과거의 이득을 고수하면서 다른 사회 운동들?특히 그러한 이득을 손실로 보는 사회 운동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피하려는 것은 분명 유혹적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의 주장을 결코 다른 집단들의 주장에 종속시켜서는 안 되며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대변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해야 하지만, 그 요구는 다양한 투쟁들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저의 최근 연구에서 페미니즘의 관심사와 다른 진보적 운동의 관심사를 연계시켜야 하며, 공동의 정치적 열망을 형성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 판단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Linda M.G. Zerilli, A Democratic Theory of Judgment (Chicago, IL: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6).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치적 현실에 대해 페미니즘이 방심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은 공유된 정체성이 아니고, 비판적이면서 성찰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공유된 능력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제가 현실적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가져오기 위해 현재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자유는 행동의 우연성에 열려 있는 한, 현실적인 관점과 일치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도구적 정치개념들이 가정하는 방식으로는 우리는 우리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우리에게 권유했듯이 연합을 구축하고 공동세계를 만든다는 생각은, 모든 형태의 현대정치를 지배해온 것처럼 페미니즘을 지배해온 수단?목적적 정치 개념에 대한 환상, 즉 환상적 주권이라는 모래 위에 세워진 환상을 포기할 때, 상당히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아렌트와 함께 저는 자유?중심적 페미니즘을 주장합니다. 자유?중심적 페미니즘은 실현된 목적의 보장이 아니라, 말과 행위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사이에 정치적 공간을 창조하는 방식에 공유된 관심과 공유된 기획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입니다. 그 정치적 공간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그들은 우리의 세속적 현실감각을 확장시켜줄 수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형상과 형태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아렌트가 정치적 판단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던 확장된 관점을 요구합니다.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비판적이고 성찰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으로, 아렌트가 현대 민주주의 시민권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세계?구축의 다양한 실천에 참여하는 참여적인 자유?중심적 페미니즘은 그 행동의 기반으로 공유된 정체성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자유?중심적 페미니즘은 완전히 비교할 수 없는 관점들은 아닐지라도 종종 상충되는 관점들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합니다. 페미니즘을 포함한 현대정치는 아렌트가 전통의 단절이라고 불렀던 것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공간에서 작동합니다: 거기에는 그야말로 보편적인 판단기준도 없고, 우리의 판단실천을 안내할 수 있는 선에 대한 초월적이거나 권위적인 개념도 없습니다. 공유된 판단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페미니스트들은 항상 불확실한 정치적 지형을 탐색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비판적 판단을 형성하기 위한 기반으로 우리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능력에만 의존하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공유된 정체성에?우리가 할 수 있다 하더라도?의존할 수 없게 됩니다. 전통의 단절은 더?이상도 아니고 아직은?아닌 것도 아닌, 현시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과 도전을 열어놓습니다. 자유의 열린 구조가 번창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거기, 그 불안정하고 불안한 공간에서입니다.

저자 소개

린다 M.G. 제를리 교수는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의 찰스 E. 메리엄 석좌교수이며, 동 대학교 여성학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제를리 교수의 주요 저서로는 <여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루소, 버크, 밀의 연구에 나타난 문화와 혼돈> (Signifying Woman: Culture and Chaos in Rousseau, Burke, and Mill,  Cornell University Press, 1994), <페미니즘과 자유의 심연>(Feminism and the Abyss of Freedom,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5), <민주적 판단이론> (A Democratic Theory of Judgmen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6)이 있으며, 특히 <페미니즘과 자유의 심연>은 페미니즘의 제4물결을 열은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제를리 교수의 논문 주제들은 페미니즘 사상, 언어의 정치학, 미학, 민주주의론, 유럽 대륙 철학의 영역을 포괄한다. 제를리 교수는 풀브라이트 펠로우,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원, 스텐포드 인문학센터 펠로우를 역임했다. 그 외 정치철학의 대표적 저널인 <정치이론> (Political Theory)의 집행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미국정치학회지> (APSR), <철학과 수사학> (Philosophy and Rhetoric), <성좌들> (Constellations), <문화, 이론, 비판> (Culture, Theory and Critique)의 편집과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다. 제를리 교수는 시몬느 드 보봐르 사후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제를 했다.


옮긴이 소개

조주현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사회심리학과 성 계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분야는 페미니즘 이론과 방법론, 페미니즘 과학기술학, 여성운동이며 그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여성 정체성의 정치학: 성·지식·권력망 읽기에서 새 여성의 모색으로>(2000), <성 해방과 성 정치>(공저, 2002), <벌거벗은 생명: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명정치와 페미니즘>(2009), <정체성 정치에서 아고니즘 정치로: 여성학 방법론과 페미니즘 정치의 실천적 전환>(2018) 등이 있고, 역서로는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공역, 1992), <여성해방의 실천과 후기구조주의 이론>(1993), <페미니즘과 기술>(2001),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여성들의 삶에서 생각하기>(2009)가 있다. 주요 편서로는 <동아시아 여성과 가족 변동>(2013)과 East Asian Gender in Transition(2013)이 있다.

한국어판 서문 / iv

서문 / ix

감사의 말 / xiii


서론  왜 페미니즘(Feminism)과 자유(Freedom)는 둘 다 F로 시작하는가 / 1

1. 사회 문제로서의 자유 6

2. 주체 문제로서의 자유 19

3. 세계 문제로서의 자유 36

4. 페미니즘의 “잃어버린 보물” 50


01  페미니스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 59

1. 이론─일반성에 대한 갈망? 63

2. 페미니즘 토대론 논쟁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식 읽기 70

3. 젠더 하기, 규칙‒준수 하기 88

4. 급진적 상상력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형상들 110

5. 자유‒중심적 페미니즘 이론을 향하여 116


02  페미니스트들은 시작을 여는 사람들이다 / 123

1. 의심의 한계 135

2. “전쟁 기계”로서의 언어 144

3. 반전 151

4. 더‒이상‒아닌 그리고 아직은‒아닌 160

5. 그들Elles—환상적 보편성 163


03  페미니스트들은 약속을 하는 사람들이다 / 171

1. 사회계약 파기하기 179

2. 보상에의 욕망 185

3. 평등의 문제 192

4. 격차 발견하기 199

5. 성적 차이의 정치적 실천 210

6. 권리 재구성하기 217


04  페미니스트들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 225

1. 판단과 “새로운 것의 문제” 230

2. 객관성의 오래된 문제 237

3.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판단 내리기 240

4. 정당성의 한 개념 246

5. 정당성의 정치적 개념 254

6. 감춰진‒세계‒드러내기에서 새로운‒세계‒열기로 259

7. “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내가 속하지 않은 곳에서 

   존재하고 생각하기” 268

8. 상상력과 자유 276

9. 공통감각과 자유의 실천 284


결론  페미니즘에서 자유의 문제 재구성하기 / 295

1. 창립에 대한 페미니즘의 역설 301

2. 정치적 주장이란 무엇인가 305

3. 페미니즘은 세계‒구축적 실천이다. 315

4. 페미니즘의 “잃어버린 보물” 되찾기 319


옮긴이 해제 / 323

참고문헌 / 341

찾아보기-용어 / 355

찾아보기-인명 / 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