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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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창의성
신간
봄의 창의성
저자
David Bohm
역자
김정래
분야
공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1.01.0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76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1158‒6
부가기호
0370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1,000원

초판발행 2021.01.05


몇 년 전부터 역자는 형이상학적 탐구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불교의 인연이기도 하지만, 탈근대 아래 논의되는 ‘일체의 틀을 벗어나게 하는 틀’에 관한 관심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불교 경책도 접하고, 문명 패러다임, 복잡계 이론, 수학의 불완전성의 원리,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을 소개하는 책과 글을 읽게 되면서, 이를 형이상학이라는 거창한 우산 아래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겨났다. 그러던 중, 전공 영역인 교육학에서 중시되는 앎의 문제를 다룬 두 권의 책*을 번역하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기본 유형이 두 가지로 대별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를 나름대로 ‘것’-중심사고와 ‘일’-중심사고라고 명하고 학회에서 논문 형식으로 발표를 하였으나, 이것이 앎의 문제, 즉 인식론적 영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니체의 철학적 반전을 기점으로 하여 20세기 철학이 큰 변환을 하여 후설, 베르그송, 듀이, 화이트헤드 등의 사상가에 이르러 각기 다른 색깔로 전개되는 양상이 ‘일’-중심사고에 토대를 둔 것임을 알게 된 ‘인연’은 동국대학교 김종욱 교수의 BTN의 인문학 강좌에서이다. 이후 내게는 전혀 생소했던 니체, 베르그송, 후설 등 대륙사상가들의 저작과 해설서를 구해 보면서, 어떤 면에서는 영미 분석철학의 틀 속에 살아온 자신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유럽 철학과 미국 프래그마티즘의 매력에 끌리기도 하였다. 이즈음 BBS의 우승택 법사의 강의를 들은 인연으로 서점에서 구해 읽은 책이 ??봄의 창의성??이다. 단박에 3개의 장인가를 읽고 그 다음 날 출판사에 염치없이 출판을 조르면서 번역 ‘섭외’를 할 정도로 끌렸던 책이다.
2년여의 번역 과정에서 이 책을 통해서 배운 것이 많아서 기뻤던 것은 물론이지만, 저자의 학문세계의 무량함에 숙연해지기도 하였다. 봄의 사상은 양자물리학을 기점으로 하지만, 그 설명 영역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을 포괄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불교의 이치에 그대로 닿아 있는 듯하다. 접힌 질서와 펼친 질서는 광대한 우주론이며, 자신의 초양자장에서 중첩은 연기로 설명되는 존재론이며, 창의성은 인식론적 사고를 보여준다. 그는 또한 자재(自在) 운동의 관점에서 인류의 불행과 파멸을 막을 수 있는 윤리학과 정치철학적 비전을 제시한다. 천학(淺學)한 나에게 이런 경지가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이며, 언어도단이며 불가사의하다는 <금강경>의 일합상(一合相)인 줄로 짐작할 뿐이다. 혹자는 그를 원효대사의 화신(化身)이라고 한다. 그래서 봄의 한 단면을 알았다는 감격에 초역이 끝나고 나서 나름대로 ‘봄의 인문학적 이해’라는 제하의 제법 긴 해설을 붙일 양으로 글을 꾸며 보았지만, 이것은 봄을 피상적으로 접한 나의 만용임을 깨달아 삼가는 마음으로 다시 차분히 공부하여 차후 다른 경로에 ‘봄의 인문학적 기여’를 소개하기로 하였다. 그때 가서 역자가 나름 그리고 있는 ‘것’-중심사고와 ‘일’-중심사고의 개요를 선보일 것을 약속드린다.
다만 역자가 뜬금없이 두 가지 사고를 언급한 데 대하여 약간 부언하고자 한다. 물리학 탐구의 전개 과정을 입자냐 파동이냐에 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뉴턴 시절에는 빛이 입자인가 파동인가의 논쟁이었다가 이후 전자와 같은 미립자의 정체를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하였다. 여기에 양자물리학이 대두하면서 논쟁에 한껏 불을 지핀 셈이다. 즉 물리학의 전개를 파동과 입자의 대립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립을 김성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표] 입자와 파동의 대립 양상

입자                                                                파동
서로 떨어져 있음discrete countable                        연속적임continuous uncountable
위치 점유→위치 확인                                          퍼져나감
(가두어둘 수 있음)                                             (가두어둘 수 없음)
운동량을 가짐                                                   운동량을 갖지 않음
(다른 물체를 튕겨낼 수 있음)                                 (다른 물체를 튕겨내지 못함)
간섭현상 없음                                                   간섭현상 있음
입자들의 물리량은 개별 입자들의 물리량의 합과 같음   파동의 총세기는 개별 파동의 세기의 합과 다름
몸, 실체                                                          몸짓(실체가 없음)


이 [표]의 내용은 내가 설정한 두 가지 사고방식에 상응한다. 이를테면 ‘입자’가 바로 고정된 ‘것’이라는 실체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존재형태를 뜻하며, ‘파동’은 곧 ‘벌어지는 사태’, ‘일이 벌어지는 장’, 움직임 등의 특징을 지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대비가 가능하다.

입자 vs 파동 : ‘것’-중심사고의 기반 vs ‘일’-중심사고의 기반

그렇다면 봄의 입장은 입자를 부정하고 파동의 편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 그의 입장을 입자를 부정하고 파동의 편에 섰다고 할 논거를 찾기 어렵다. 그의 주장은 오히려 입자 대 파동의 이분법을 넘어선 것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그래야 봄의 ‘자재 운동’이나 ‘접힌 질서’와 ‘펼친 질서’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봄의 주장은 입자 대 파동의 대립 양상이 아니라 ‘것’-중심사고 대 ‘일’-중심사고의 양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것’-중심과 ‘일’-중심의 대립조차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것’-중심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니 만큼, ‘일’-중심사고 자체가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봄의 주장대로 접힌 질서에서 예측할 수 없는 ‘펼친 질서’가 전개되듯이, ‘일’-중심사고에서 ‘것’이 펼쳐 나올 가능성은 봄이 주장하는 바와 어긋나지 않는다. 여기서 ‘일’이란 ‘노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봄의 ‘흐름(flux)’ 또는 ‘전체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이 접힌 상태로 있다가 ‘것’의 형태로 펼쳐 나온다는 것이다.
초역이 끝나고, 역자의 동료들은 번역에 도움을 주었다. 성리학을 넘어서 있는 성리학자 李相益 교수님과 인문학 소양과 감각이 남달리 뛰어난 성악가 梁宗模 교수님, 그리고 학교 현장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달려들어 공부하고자 하는 金相烈 선생님은 초역을 꼼꼼히 읽고 어색한 부분을 잡아주었다. 이 세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들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본 역서에 남아 있을 오역과 결함은 역자의 부족함에 기인한 것이다. 독자들의 질정을 바란다. 데이비드 봄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이를 시각화해 달라는 부탁에 표제화를 만들어 준 딸 芝暎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역자의 ‘간청’을 마다 않고 출간 결정을 해 준 박영사 安相浚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庚子年 仲秋佳節
玄山 金正來 謹白

저자 데이비드 봄(David Joseph Bohm)
데이비드 봄(David Joseph Bohm, 1917~1992)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헝가리계 유대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지도를 받아 졸업하였다. 봄은 미국 공산주의 관련 단체에 연루되어, 갖은 고초를 겪고 살아야 했다. 그 결과 그는 브라질로 추방당하였으며, 이스라엘을 거쳐 결국 영국에 정착하여 브리스톨 대학과 런던 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의 이론 물리학 교수로 활동하였다. 봄은 물리학에서 초양자장이론을 폈으며, 이를 토대로 하여 모든 것을 포섭하는 우주 질서이론을 개진하게 된다. 그의 이론과 주장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영역을 모두 포괄할 뿐만 아니라 불교의 이치에도 닿아 있다. 접힌 질서와 펼친 질서는 광대한 우주론이며, 자신의 초양자장에서 중첩은 연기로 설명되는 존재론이며, 창의성은 인식론적 사고를 보여준다. 자재 운동의 관점에서 인류의 불행과 파멸을 막을 수 있는 윤리학과 정치철학적 비전을 제시한다. 그가 이른 경지는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이며, 언어도단이며 불가사의하다는 󰡔금강경󰡕의 일합상(一合相)을 증득하는 경지이다.
그의 저서는 사후에 편집하여 출간된 서적을 포함하여 대략 다음과 같다.
Quantum Theory (1951); Causality and Chance in Modern Physics (1957); Quanta and Reality (1962); The Special Theory of Relativity (1965); Wholeness and the Implicate Order (1980); Unfolding Meaning: A weekend of dialogue with David Bohm (1985); Science, Order, and Creativity (1987); Changing Consciousness: Exploring the Hidden Source of the Social, Political and Environmental Crises Facing our World (1991); Thought as a System (1992); The Undivided Universe (1993); On Dialogue (1996); On Creativity (1998; 본서); Limits of Thought: Discussions (1999); Bohm-Biederman Correspondence: Creativity and Science (1999); The Essential David Bohm (2002); The Unity of Everything: A Conversation with David Bohm (2018) 등이 있다.


역자 김정래(金正來)
김정래(金正來)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Keele에서 교육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와 한국교육개발원을 거쳐, 부산교육대학교 교수로 있다. 현재 관심분야는 교육형이상학과 새로운 문명패러다임 문제이다. 저서로는 연작인 <증보 아동권리향연>, <아동권리향연 플러스>, <아동권리향연 마당>과, <민주시민교육비판>, <진보의 굴레를 넘어서>, <고혹평준화 해부>, <전교조비평>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교육과 한국불교>, <교육과 성리학>, <교육과 지식>, <학생과 시민의 자원봉사활동> 등이 있다. 역서로는 <지식의 조건>, <암묵적 영역>, <초등교육문제론>, <교육과 개인>, <아동의 자유와 민주주의>, <교육목적론>이 있으며, 같이 번역한 책으로는 <대중을 위한 경제학>이 있다.

일러두기 2
용어해설 3
리틀 베어 서문 33
리 니콜 서문 43
감사의 말 66

제1장  창의성에 관하여 71
제2장  과학과 예술의 상호 동질성 111
제3장  상상력의 실상 135
제4장  흐르는 우주 질서라는 예술 167
제5장  예술, 대화 그리고 암재 질서
        ―데이비드 봄과 대화― 227

참고문헌 256
봄의 생애와 저서 257
역자후기 263
색인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