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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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입시문화사
신간
한국의 대학입시문화사
저자
강창동
역자
-
분야
교육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0.08.1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14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6519-080-4
부가기호
9337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0,000원

중판발행 2021.06.22

초판발행 2020.08.10


인재를 공정하고 완벽하게 선별하는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험은 신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한 장치다. 시험은 사회 권력을 합법적으로 분배하는 기제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시험이 없으면 합리적으로 인재를 선발할 다른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험이 없으면 오히려 엄청난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 시험의 역설이다. 그래서 시험을 사회의 필요악이라고 한다.   

시험은 탄생할 때부터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 도구로 출발했으며, 개인에게는 입신양명이라는 출세주의 욕망을 부채질한 사회 도구로 활용됐다. 시험은 공정성이라는 고귀한 순결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속에 물든 출세 욕망을 실현하는 장치였다.
시험은 과거제란 이름으로 중국, 한국, 베트남에서 효과적인 인재 선발 장치로 활용됐다. 시험이 처음 생길 때부터 시험과 부정행위는 실과 바늘의 관계였다. 과거제 시험은 사회 출세의 세속 욕망을 실현하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과거제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예상 문제와 모범 답안지를 실은 초집(抄集)이라는 참고 도서가 있었다.

시험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마테오 리치가 중국의 과거제를 로마 교황청에 보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유럽은 중세에서 근대 사회로 전환하면서 타고난 혈통보다 노력에 의한 능력을 강조했다. 능력주의(meritocracy)를 구현하는 시험은 유럽 사회에서 큰 각광을 받았다. 시험이 공무원 채용에 활용되면서 유럽 전역으로 전파됐으며, 특히 학력(學力)을 가늠하는 선별 장치가 되자 학력(學歷) 사회를 도래시켰다. 유럽 사회에서 시험은 근대 사회의 능력주의 이념을 유지하는 제도 축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출세 욕망을 도모하는 장치였다.  
우리 역사도 차이가 없다. 고려·조선 시대에도 과거제는 신분 출세 욕망을 실현하는 효과적인 제도였다. 교육은 사회 출세와 신분 유지를 구현하는 기제였다. 지배층도 과거제를 통해 자신의 사회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교육은 과거 합격과 신분 출세 욕망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교육 욕망의 깊은 곳에는 사회 출세 욕망이 숨어 있었다. 교육 욕망이 사회 욕망이며, 사회 욕망이 교육 욕망이었다.  

구한말에는 근대식 교육제도를 도입하면서 학력주의(學歷主義)의 시단이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오늘날과 같이 입시 경쟁이 치열하여, 언론에서는 홍수 지원, 패닉 등으로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극렬한 입시 압박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시기에 교육이 제도화된 학력(學歷)으로 체계화되면서 교육 욕망이 학력 욕망으로 대치됐다. 과거제의 교육 출세주의가 학교 연계의 학력 출세주의로 변한 것이다. 학력 출세주의는 학력 귀족이 되면 사회 귀족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했다. 학력 욕망의 깊은 곳에는 사회 출세 욕망이 숨어 있었다. 학력 욕망이 사회 욕망이며, 사회 욕망이 학력 욕망이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학력의 사회 출세주의 욕망이 우리의 대학입시문화를 관통하는 핵심축으로 작용했다. 우리의 교육열은 학력 출세주의에 뿌리를 둔 세속 욕망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 출세의 강력한 보증서인 학력(學歷)을 획득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은 혼신의 힘을 다해 입시 공부에 매진했다. 학력 귀족이 되기 위한 대학 입시경쟁은 마라톤 경기를 100m 달리기하듯이 전력 질주를 하게 했다. 한국의 대학입시문화는 학력 귀족이 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학력 전사가 되어 입시 전쟁을 치르는 우리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학력문화는 과거제의 교육문화와 차이가 없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교육을 통해 과거 출세주의를 실현했듯이, 오늘날은 학력을 통해 사회 출세주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 대학 입시의 학력문화의 역사 원형은 과거제의 교육문화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한국의 대학입시문화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시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우리의 치열한 교육 모습을 담았다. 이 책은 한국의 대학입시문화를 분석한 처음의 연구서라, 광범위한 자료와 높은 수준의 접근을 요구했다. 한국의 역동적인 대학입시문화에 대한 종합 분석은 금단의 벽에 갇힌 원시림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7년에 저자가 쓴 ‘한국 대학입시제도의 사회사적 변천과 특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기반으로 했다. 그리고 방대한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7장으로 나누어 접근했다.
제1장은 한국의 대학입시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흐름과 대학입시제도의 시기 구분을 위한 분류 체계를 제시했다. 이 부분은 방법론과 관계가 있어 일반 독자가 굳이 읽지 않아도 큰 무리는 없다.
제2장은 시험의 탄생과 과정에 관한 것이다. 중국의 과거제 성격과 유럽의 시험 도입 과정과 그 의미 그리고 한국 과거제의 정치사회적 성격과 교육문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나타난 치열한 입시문화의 사회 의미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 제6장은 이 책의 핵심 부분이다. 대학입시제도의 분류 체계에 따라 해방 이후에서 지금까지 대학입시문화의 시대 흐름을 분석했다. 대학입시제도의 각 시기 특징은 세 가지로 구분하여 접근했다. 처음인 ‘교육의 사회적 배경’에서는 대학입시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대의 정치사회적인 흐름과 특징을 제시했다. 다음인 ‘대학입시문화의 전개’에서는 입시를 위한 학부모의 절박한 교육열과 학생의 치열한 경쟁을 담은 생생한 장면과 그 의미를 논의했다. 마지막인 ‘대학입시체제의 특징’에서는 당시 대학입시체제의 제도적인 특징을 기술했다.
제7장은 지금까지 대학입시체제에서 논란이 되고 예민한 부분인 핵심 쟁점 세 가지를 논의했다. 하나는 ‘대학입시체제 vs 학교교육의 정상화’, 다른 하나는 ‘국가 주도 관리 vs 대학의 선발 자율권’ 마지막은 ‘수시 vs 정시’이다. 이 주제들은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되며, 하나의 정답을 찾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단지 여기서는 대학입시제도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함께 깊은 고민을 도모하고자 세 가지 주제를 제시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있었다. 이 책은 까탈스러운 글쓰기와 구토를 참게 하는 끈기를 요구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지인들의 관심과 격려로 마음을 붙잡을 수가 있었다. 

이 책을 위해 구체적인 도움을 주신 학문의 벗들이 있었다. 한경대학교 정미경 교수님은 이 책의 구상에서 마무리 단계까지 귀한 시간을 내어 토론에 응해주시고 전체적인 체계 마련에 도움을 주셨다. 전지니 교수님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문장 구성과 배열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주셨다. 마상룡 박사님은 시대 흐름 체계와 문장 구성에 대한 지혜를 주어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유정 박사님은 글의 맥락과 내용 흐름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글의 세련성에 도움을 주었다. 김혜진 박사님은 문장 배치와 내용 구성에 참여하여 글의 가독성을 높였다. 지면에서 이 분들에게 감사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결실은 한국의 대학입시정책을 고민하는 이 땅의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2020년 4월 10일 어느 봄날
강 창 동

강 창 동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학사
고려대학교대학원 교육학과 석사
고려대학교대학원 교육학과 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원 및 교육정책연구실장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교육정책평가 전문위원
국무총리자문교육정보화위원회 전문위원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연합회(국교련) 공동회장
국립 한경대학교 교수회장

(현) 국립 한경대학교 브라이트칼리지 교수


[주요 저서]
한국의 교육문화사(제3판, 박영story, 2019)
우리는 히스테리 사회에서 산다(박영story, 2019)
교육사회학의 이해(제3판, 학지사, 2018)
시간의 가장자리(글나무, 2016)
지식기반사회와 학교지식(문음사, 2003)

새로운 교육학개론(공저, 학지사, 2020)
한국 국립대학의 길을 묻는다(공저, 북스힐, 2019)
한국교육의 사회학적 이해(공저, 교육과학사, 1998)
교육학개론(공저, 하우, 1996)
교육사회학연구(공저, 교육과학사, 1990)

CHAPTER 1 대학입시제도의 분류
CHAPTER 2 대학입시문화의 사회사적 배경
CHAPTER 3 대학별 단독시험기(1945년~1968년)와 입시문화
CHAPTER 4 대학입학 예비고사기(1969년~1981년)와 입시문화
CHAPTER 5 대학입학 학력고사기(1982년~1993년)와 입시문화
CHAPTER 6 대학수학능력시험기(1994년~현재)와 입시문화
CHAPTER 7 대학입시체제의 쟁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