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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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사회와 노동법
고용사회와 노동법
저자
스게노카즈오 / 역자 : 이정
역자
-
분야
법학 ▷ 노동법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01.09.1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81P
판형
신A5
ISBN
89-10-50889-2
부가기호
강의자료다운
-
정가
20,000원
역자서문


이 책의 원저는 스게노카즈오(菅野和夫) 동경대학 교수의 저서 "고용사회의 법"으로
서 일본의 현행 노동관계법과 이를 둘러싼 고용환경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데 가
장 적합한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법의 정신을 원용하여 이를 현실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체계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기관을 포함하여 유기적이고 종합적
인 재검토가 요구되며, 또한 전문가를 포함하여 고용문제에 대한 모든 이해관계 당사
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까지 일본의 법률행정에 대한 문제점을 반추한 뒤, 이에 대한 법
해석학적인 지적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문제의 본질을 저자 특유의 평이한 수
법으로 예리하게 분석한 것이 바로 위의 스게노카즈오 교수의 저서이다. 현재 일본의
노동법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정부의 각종 심의회 및 위원회에 소속하여 행정실무
에 정통한 저자의 주장인 만큼 그 이론이 논리정연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글로벌화가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고령화 및 성숙화가 급속
히 진행되고 있으며, 집단주의 및 연공주의를 기조로 하던 인사관리도 노동자들의 개
인주의화와 취업형태의 다양화를 반영하여 개인적 관리와 성과주의적 색채가 점점 짙
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종래의 장기고용 시스템 및 기업별 노사관계의 카테
고리 내에서 고용안정과 노사협의를 꾀하는 대가로 기업의 포괄적인 인사권을 인정하
여 소위 ‘실업 없는 노동이동’과 노동조건의 변경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기업경영의
유연성을 배려하는 종래의 방식을 유지해야 할 것인가, 또한 단기간 노동자, 파트타
임 노동자, 하청기업의 노동자, 파견노동자 및 외국인 노동자 등 소위 ‘장기고용 시
스템의 주변노동자’에 대하여 어떠한 입법적 또는 행정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인
가 등이 현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저자는 과거의 판례를 인용하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해설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장래를 직시한 뒤, 종래의 고용 시스템 및 법제도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실을 이해하고 법의 유효성과 한계를 실감한 저자의 고견이기에 이미 많은
학자들 및 실무가들로부터 찬동을 얻고 있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도 4년 전에 금융 시스템의 기능부전으로 인한 경제 대환란을 경험
하면서 ‘빅뱅’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다 하여 산업구조 및 고용 시스템에 대한 패
러다임이 시프트하고 있다. 노동법분야만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용이케 하고 노동시장
의 유동화를 꾀한다는 명목하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리해고법제와 근로자파견법을 도
입하는 등, 새로운 고용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를 정비하였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둘러싼 대외경제정세는 점점 격화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고용조
정과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현행법제가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꾀함과 동시에 고용확보를 위한 소위 ‘세
이프티 넷(safety net)’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 및 고용 시스템을 일본과 비교해 보면 놀랄 정도로 흡사하다.
예를 들어 조선이나 철강을 비롯하여 자동차, 반도체, 가전제품 등을 주력산업으로 하
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산업구조는 거의 일치하고 있으며, 종신고용을 전제로 한
OJT와 내부노동시장이 발달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양국의 고용 시스템은 매우 닮은 꼴
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리 나라가 일본의 법제도나 사회적인 여러 시스템
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 외에도, 경제개발형 모델로서 일본의 노동관계
법제와 고용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우
리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노동문제는 과거에 일본이 경험했거나 또는 현재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미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일본적 고용 시스템과 이를 규제하는 노동법간의
상호관련성과 문제점들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과 유사
한 노동문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시
금석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노동정책을 설계하는 데 많은 시사를 주리라 기대한다.

변변찮은 책이지만 출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역자를 학문의 길
로 인도해 주시고 어려웠던 유학시절 항상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신 원저
의 저자이자 스승이신 스게노카즈오 교수님과 사모님(지난해 여름 작고)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려운 출판사정에도 불구하고 출판을 쾌히 승낙해 주신 박영
사 안종만 회장님을 비롯하여 출판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이 책
의 출판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어드바이스를 해 주신 박영사의 조성호 과장님, 편집작
업에 세심한 배려를 해 주신 김선민 대리님, 그리고 정성껏 표지디자인을 해 주신 이
선주 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역자가 번역작업을 하는 도중에도 수차에 걸쳐 고용관계법이 개정되었다. 일련의 개정
이 일단락 되기를 기다리다보니 번역작업에 착수하여 출간에 이르기까지 약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역자의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새로이 개정된 법제의 내용을 소
개하고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해설을 첨가한 관계로 출판이 다소 지연된
점 널리 양해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비전공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꼼꼼히 교정을 봐 준 아내와, 번역작업을 할
때만큼은 얌전하게 있어 준 귀여운 딸 지윤, 지원에게도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I would like to express my most sincere appreciation for Professor Sugeno
Kazuo who was my former teacher on graduate student course at University of
Tokyo. This book owes a great deal to Prof. Sugeno's distinguished scholar-
ship. And I, therefore, humbly dedicate it to him. I also wish to thank
Professor Watanabe Akira of Tsukuba Uni- versity who wrote a recommendation
document to aid the publication of this book.

This publication has been supported in part by the Japan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Science Under Grant- in-Aid for Publication of Scientific
Research Result and the Suntory Foundation.

Fukuoka에서 2001년 여름
스게노카즈오

동경대학 법학부 졸업과 동시에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소 수료 후, 동경대학 법학부 조수, 조교수를 거쳐 교수로 임명
하버드대학, 옥스퍼드대학 및 콜럼비아대학에서 교환교수로 강의
세계노동법사회보장법학회 부회장 및 일본노동법학회 및 행정개혁위원회 등 각종 행정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노동법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임

이 정

저자인 스게노카즈오 교수의 지도하에서 약 10년간 노동법을 전공
동경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석사과정 및 박사과정 졸업
동경대학 법학부 특별연구원, 동경오비란대학 강사, 큐우슈우국립대학 법학부 조교수
를 거쳐,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에 재직중임
제1장 일본의 고용사회와 노동법
제1절 고용사회의 구조
제2절 고용사회법의 구조

제2장 고용 시스템과 고용보장
제1절 장기고용 시스템의 법적 구조
제2절 장기고용 시스템과 고용정책
제3절 장기고용 시스템 및 복무규율, 징계
제3장 커리어의 개시 및 전개

제4장 고용관계의 기본조건
제1절 임 금
제2절 노동시간 및 휴가
제3절 남녀의 기회균등

제5장 장기고용 시스템의 주변 노동자
제1절 기간고용 노동자
제2절 파트타임 노동자
제3절 사외(社外) 노동자
제4절 외국인 노동자

제6장 기업별 노사관계
제1절 기업별 노사관계의 구조
제2절 기업별 노사관계의 법적 룰
제3절 노동조건의 변경

제7장 노사분쟁의 해결
제1절 장기고용 시스템과 노사분쟁
제2절 노동위원회에 의한 노사분쟁의 해결
제3절 재판소에 의한 노사분쟁의 해결
제4절 고용 시스템의 변화와 분쟁처리절차
【역자해설】


일본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이나 미국을 훨씬 능가하는 경제적 고도성장을 배경으
로 고용 및 물가가 안정되어 일본 역사상 초유의 그야말로 대호황을 누려 왔다. 그러
나 90년대에 접어들어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하여 올해에 들어
서는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5퍼센트에 육박하고 있
다. 이러한 90년대를 두고 일본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의
경제사정은 전후 최악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의 록펠러빌딩을 매수한 것을 계기로
일본의 매스컴들은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일본’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쓰기 시작
했으며, 미국영화사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팍스영화사를 일본이 인수했을 당시
에는 ‘토요타 시스템’이다 ‘마즈다 시스템’이다 하여 일본적 고용 시스템(기업별
노동조합, 연공서열제, 종신고용제)에 대한 찬양론이 절정에 달했다.

이러한 일본적 고용 시스템은 전후 폐허상태의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소위 ‘삼종
의 신기’(三種의 神器. 이는 원래 ‘일본의 왕위계승에 사용된 세 가지 보물’이라
는 뜻)라 하여, 아시아 각국의 기업은 물론 포드사나 크라이슬러사 등과 같은 굴지의
미국기업들조차 일본적 고용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수십 년 동안
‘경제모범생’이란 부동의 자리를 지켜 온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
릴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경기가 침체되고 고용불안이 만연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
측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일본의 경제문제 전문가들 중에는 90년대 초에 주식시장이 불안정세를 보이면서
유효구인배율이 낮아지기 시작하자, 일찌감치 일본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경제학자
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우려는 오로지 정권유지에만 집착하고 있었던 일본정부나
집권당에게는 마이동풍이 되었고(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일본에서는 7
명의 수상이 교체됨), 심지어는 대기업의 경영인들조차도 이미 일본경제에 대한 불길
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본의 신화’에만 안주한 채 이
를 지나가는 태풍쯤으로 생각하고 경영개혁이나 구조조정에 소홀하였다.

일본정부가 경기침체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에 들어서이
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의 실질적 도산이 도화선이 되어, 은행 및 증권, 투자신탁, 신용
금고 등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그 파장이 기간산업 전체에 확대되고 나
서이다. 헤이세이(연호, 1989년이 원년)의 사카모토료마(坂本龍馬, 왕정복고에 헌신
한 에도막부 말기의 지사)라고 불려진 당시의 하시모토(橋本) 수상을 비롯하여 오부치
(小渕) 수상, 모리(森) 수상 그리고 현재의 코이즈미(小泉) 수상에 이르기까지 경기회
복을 일본정권의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공적 자금을 불량채권의 처리 및
금융기관의 재건에 쏟아 부었으나 일시적인 효과로 끝나자, 3년 전에는 국민소비를 촉
진시킨다는 차원에서 심지어는 ‘지역진흥권’이라는 상품권을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
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도 신통치 않자 작년부터는 금융빅뱅 및 산업
구조전환(IT산업의 유치)을 본격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실업을 최대한 억제해 온 종
래의 고용정책도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과거의 선진국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과정(catch up)에서 탄생하여, 고도경제
성장기에 그 위력을 발휘해 온 종래의 일본적 고용관행 및 고용 시스템은, 오늘날처
럼 저성장기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불합리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고도성장을 전제로 한 고용창출시기에는
기업 내에서의 인사이동을 통하여 효과적인 노동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던 소
위 ‘기업의존형 고용안정 메커니즘’이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되어 새로운 고용창출
이 어려운 상황하에서는 결국 개개의 기업이 귀중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한 채, 개개인
의 능력발휘 및 신규사업의 창설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기업조직의 지속적인 확대가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할 때,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
록 노동력을 공급해야 할 노동시장이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이 일본경제
사에 있어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하게 된 커다란 원인이 된 것이다. 금융시장의 빅
뱅에 대응하여 노동시장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경제활동의 대동맥이
라고도 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21세기의 일본경제에 있어
최대의 과제가 될 것이다.

노동시장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고용 시스템

서문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일본의 노동시장을 둘러싼 경제환경은 예상치 못할 정도
로 급격히 변해 가고 있다. 이는 첫째, 경제활동의 국제적인 상호의존관계가 고조되
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와 국가간에 무역 및 자본이동이 활발해지면, 가
령 국제간의 노동력의 이동을 규제한다 하더라도 상품의 수입을 통한 임금경쟁이 치열
해지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둘째, 일본사회의 초고령화는 연공서열제를 근간으로 하
는 기업에 있어 코스트면에서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인터넷을 중
심으로 하여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지금까지는 개개의 기업이 독점해 온
‘기업 고유의 기능(know-how)’을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한 데스크워커(desk
worker)들이 네트워크를 통하여 그 기능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일본의 노사관계안정에 공헌해 온 고용관행이나 인사관리가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다. 연공서열 및 종신고용을 중핵으로
하는 소위 ‘일본적 고용관행’은 결코 일본의 전통문화나 관습에 의거한 것이 아니
라, 숙련된 노동자를 기업 내에서 육성하기 위한 일종의 ‘합리적인 시스템’에서 비
롯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고도경제성장 및 기업조직의 지속적인
확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전제인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면 이에 걸
맞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 시스템이 요구된다. 각국의 고용 시스템 사이에는 원래 우열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환경하에서는, 기업 내의
OJT를 통하여 기능을 형성하는 것이 여전히 유용한 블루칼라(blue color)에 대해서는
종래의 시스템을 유지하되, 화이트칼라에 대해서는 개인주체의 노동시장을 통한 교육
및 훈련을 보다 중시하는 메커니즘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환경변화 중에서도 종래의 고용정책의 기본적인 전환이 가장 필요
한 분야가 고령자에 대한 고용정책이다. 고령자사회의 코스트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세
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일본의 고연령자에 대한 취업률을 계속해서 유지할 필요
가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에 대한 취업기회의 확보가 커다란 문제로 된다. 따
라서 연령을 기조로 하는 종래의 고용 시스템은 인구의 연령구성이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화함에 따라 여러 가지 모순이 필연적으로 생기리라 예상된다. ‘65세의 현역사회’
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령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능력 및 의욕에 따라 취로에 종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용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
다.

21세기에는 여성 샐러리 맨들이 증가함으로써, 위의 고령자와 더불어 향후 일본의 노
동시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여성노동을 보조적인 것으
로 간주해 온 지금까지의 고용 시스템이나 사회제도에 적지 않은 모순이 생기리라 여
겨진다. 노동자의 연령이나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오로지 노동자 개개인의 능력에 따
라 평가가 이루어지는 고용 시스템이야말로 21세기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고용 시스템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취업형태의 다양화 및 노동시장의 개혁

일본에서는 아직도 자유경쟁을 전제로 하는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조건이 악화될 수밖
에 없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제 2 차 세계대전 이전
의 획일적인 노동시장처럼 독점기업이 미숙련 노동자를 착취하는 소위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제상황하에서는 기업의 독점력에 대응하여 자유경쟁을 통하여
달성되는 균형임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가 필요하였
다. 그러나 경제발전과정에서 노동력의 질적 향상과 함께 취업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이
러한 노동시장의 특수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현재의 노동시장은 일반시장과 같
이 기업간의 경쟁을 전제로 하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으므로 자유로운 거래활동에 대
한 규제는 전체 노동자에 대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자본가 대 노동자’의 대립뿐만 아니라 ‘조직노동자 대 비조직노동
자’ 사이의 이해대립이 노동시장에 있어 보다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나 프랑스의 경우 평균 10%를 넘는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으나, 이는 해고에 대한 과도
한 규제 및 젊은 미숙련노동자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제도 등 노동시장의 경
직성으로 인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는 이미 고용된 노
동자에게는 유리한 반면에 신규고용의 기회를 억제하여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노동시장은 임금격차가 큰 불공평한 시장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으
나, 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 그 자체가 불공평한 유럽의 노동시장에 비하면
오히려 고용기회는 상대적으로 평등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지속적으로 저하하여 현재는 2할을 겨우 상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노동시장에서 종래의 장기고용 시스템을 전제로 하는 노동자수는
이미 소수파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점에 착안할 때, 향후 노동시장의 개혁은 기득권
을 가지지 못하는 ‘비조직 노동자’ 및 ‘장기고용 시스템의 주변 노동자’를 배려하
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21세기형 노동관계에 적합한 법제도

일본의 현행 노동관계법은, 첫째 제 2 차 세계대전 이전과 같이 노동력이 남아도는 노
동시장을 전제로 기업에 비해 교섭력이 떨어지는 ‘약자’인 노동자를 상정하고 있다
는 점, 둘째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사간의 자유로운 교섭은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는 것
을 전제로 한 강행법규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 셋째 이미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건을 유지, 개선하기 위한 사전적 규제를 주체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행법규는 획일적인 블루칼라에 비해 취업형태
가 다양한 화이트칼라나 여성노동자 및 미숙련노동자에 비하여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숙련노동자에게는 현실성이 없는 불합리한 내용이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노동계약관계를 규제하는 기본법이 노동기준법이
다. 동법에서는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고용계약의 자유(해고의 자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고권의 남용’이라는 판례법상의 해고제한법리가
정착되어 실질적으로는 해고법제를 정비하고 있는 나라 이상으로 해고가 제한되고 있
다. 이러한 판례법상의 법리는 사용자에 의한 자의적인 해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
는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해고제한은 기업에 대한 중도채용 등의 고용기회를 줄임으
로써 노동시장에 있어 인재활용을 방해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1998년의 노동기준법 개정시에는 종신고용이냐 파트타임이냐의 양자택일형 고용
형태로부터 탈피한다는 의도로 고용계약기간을 종래의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노동시장 및 고용형태의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법의 적용대상이나 요건
이 ‘전문적 지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노동자’에 한하여 인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
에, 이번 개정으로 인하여 과연 고용형태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유연
성을 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노동기준법상의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을 전제로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러한 규정의 제정경위를 보면, 공장의 생산라인에 따라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소위
‘블루칼라들의 집단노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개개인의 재량에 따
라 효율적으로 노무에 종사할 필요가 있는 화이트칼라에 대해서는 이미 상미기간이 지
난 제도가 되고 있다. 이에 개정 노동기준법에서는 노동시간 이외에 일의 성과만을 가
지고 보수를 결정하는 소위 ‘재량노동시간제’의 대상범위를 종래보다 확대했다. 하
지만 이 또한 대상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노무에 종사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따
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99년에는 노동시장에 있어 여성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촉진한다는 목적
하에서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을 개정하였다. 이는 원래 여성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오
히려 직장에 있어 남녀평등을 저해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하여, 노동기준법상의 여성
보호규정을 철폐한 것과 함께, 소위 ‘노동시장의 규제개혁에 대한 하나의 선례’가
되고 있다. 또한 이는 1999년도 국회에서 성립된 ‘男女共同參畵社會基本法’과도 밀
접한 관계에 있으며, 직장 및 가정 내에서의 남녀간의 고정적인 역할분담을 전제로 하
고 있는 노동시장을 비롯한 각종 세제 및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시정이 요구되고 있
다.

기업과 노동자간에는 생애를 통한 장기적 고용관계보다도 단기적 계약을 전제로 하는
고용관계에 대한 중요성이 강해지고 있다. 고용안정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적 고용관행
의 음지에는 파트타임 노동자가 있으며, 정사원과 파트타임 사원간에는 고용안정면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시간당 임금면에서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유럽이나 미국의 파트타임 노동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히 ‘단시간 노동’이라
는 고용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신분격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동조건
에 있어 격심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 주된 원인으로서는, 정사원의 경우에는 파
트타이머와는 달리 연공임금 및 고용보장이 정사원의 당연한 권리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개개인의 능력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사원이 정규 사원으로 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다.

파트타임과 공통점이 많은 고용형태가 노동자를 다른 기업의 노무에 종사케 하는 노동
자파견사업이다. 노동자파견사업은 지금까지 ‘바람직하지 못한 취업’을 확대시킨다
고 하여 직업소개사업과 동일하게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왔다. 그러나 원래 노동자와
기업간의 교섭사항인 고용계약에 대하여 정부가 당연히 개입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특
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노동자파견법은 불안정고용을 억제한다는 명목하에서
파견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가 의문시
되고 있다. 고용이 보장된 정사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파견노동자의 이익을 주체로
하는 노동자파견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노동시장에 있어 기업의 고용기회와 노동자를 연결해 주는 직업소개의 경우, 일괄적
인 신규채용을 제외한다면 공공직업안정소가 지금까지 독점적인 역할을 해 왔다. 민간
직업소개사업은 유,무료와는 상관없이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직업소개사업
을 통하여 얻는 이익은 마치 ‘중간착취’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능력을
가진 노동자나 취업형태에 제약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인
재비즈니스는 훌륭한 정보산업이며, 전문적 서비스에는 이에 걸맞은 가격을 설정할 필
요가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공급독점적인 서비스형태에
대해서는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 직업안정법은 오히려 신규사
업자를 규제함으로써 이에 역행하는 색채가 강하다.

90년대에 들어서는 경제성장이 급속히 둔화하면서, 일본정부 및 기업은 정규 종업원
의 비율을 낮추는 등 종래의 고용 시스템에 대한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
데 주로 비정규 종업원의 노동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세이프티 넷’의 강화가 절실
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법 및 행정의 역할이 중요함은 물론, 오로
지 노사분쟁의 방지에 중점을 둔 현행의 사전적 규제를, 전체노동자의 상당수를 점하
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다양한 취업형태에 입각하여 개별적 노사분쟁을 원만히 해결
하기 위한 사후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역자가 현해탄을 건너와 일본의 고용사회와 노동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올해로 13년
이 된다. 그 동안 일본의 고용사정은 거품경제를 경험하면서 상상을 못할 정도로 달라
졌으며, 종래의 일본적 장기고용 시스템 및 이를 이론적으로 지지해 온 노동관계법도
빠른 속도로 변해 가고 있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우리 나라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일본적인 경제성장과 고용 시스템을 모델로 해 왔다. 따라서 위에서 지적한 일
본사회의 문제점들은 바로 지금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거나 아니면 가까운 시
일 내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다.

이에 역자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일본적 고용사회와 문제점 및 고용 시스템에 대한 역
기능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또한 역자는 지금까지 고용계약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노사관계 및 법적 문제를 주된 연구분야로 해 왔기 때문에, 여기서는 주로 노동법학적
인 관점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해 보았다. 위에서 두서 없이 제기한 문제의식의 편
린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일본의 고용사회를 이해함과 동시에 우리 나라가 안고 있는
노동문제를 생각함에 있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01년 8월 15일
편 역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