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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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현상학
신간
관찰의 현상학
저자
조현영
역자
-
분야
통계/연구방법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19.03.1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14P
판형
신A5판
ISBN
979-11-89643-91-1
부가기호
9337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5,000원

시각문화, 생활세계, 그리고 그것의 관찰 가능성

백문이 불여일견! 시각의 등극

현대 사회는 스펙터클의 사회다. 디지털 매체들은 영상을 사람들의 경험을 지배하는 권좌에 올려놓았다.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각축전, 대통령 탄핵 과정, 법정에 나온 한 개인의 사생활 문제, 심지어는 방송으로 실시간 보도되는 국지전 전개과정도 대중들에게는 관전 포인트의 대상이 되었다. 스펙터클의 사회는 전쟁마저도 생방송을 통해 중계하도록 만든다. 1991년, 전설적인 종군기자 피터 아넷(Peter Arnett)을 필두로 한 케이블 뉴스채널 CNN의 취재팀은 미사일이 빗발치는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미군의 폭격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단독 생방송을 시작하였다. CNN은 걸프 전쟁 발발을 바그다드에서 생중계함으로써 거대 미디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케이블 티브이나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물은 사람들의 경험을 모조리 시각화한다. 여기에서는 먹방, 인강, 맛, 냄새, 연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시각화된 감각은 다시 우리의 감각이 되어 이후 우리의 행동과 경험에 반영된다. 시각 매체가 우리 삶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관찰 가능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본다는 것이 오늘날 가장 중요한 감각기능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머지않은 이야기다. 감각의 역사에 관한 연구에서 마크 스미스(Smith, M)에 따르면 전 근대사회에서는 지금만큼 시각을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위에 두지 않았다. 그는 서양에서 인쇄기술과 원근법의 발달로 귀가 눈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수집원으로서의 역할을 내주었다고 보았다.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이야기와 청각이 지식과 정보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얼마나 중요한 기능이었는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이반 일리치에 따르면 중세 수도사들이 온 몸을 사용해서 중얼거리며 입말로 책을 읽었다면 그 이후 사람들은 눈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에겐 눈으로 쓰윽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마법’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일이었다. 그에 따르면 수행하는 현자는 기본적으로 필기자가 아니라 구술자였다. 그만큼 이전의 사회는 글보다 말을 더 신뢰하는 사회였다.


자연에 대한 관찰 가능성과 자연과학의 발달

과학은 합리적인 탐구과정과 논리적인 증명을 기반으로 지식을 발전시켜 나간다. 자연과학은 자연을 기호화하고 수리적 체계로 다루도록 함으로써 지식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한편 그 이면에는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에 있어서도 관찰이 가장 근본적인 연구방법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회든 자연이든 체계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대상 세계에 대한 추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자세한 관찰과 기록이 가능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과학학자들에 따르면 근대 자연과학과 같이 객관적인 지식이 성립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가장 근본적인 연구방법으로 관찰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17세기 중반 보일의 법칙에서 보일은 에어 펌프라는 장치를 고안해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설이 관찰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 사건으로 시작된 로버트 보일과 철학자 홉스 간의 논쟁은 사유보다 관찰이 우위에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에 예고하게 된다. 사실상 그 이전까지 자연과학은 철학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현대의 수많은 테크놀로지나 기법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설정은 근본적으로는 자연의 상태를 관찰 가능한 상태로 조정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근대의학의 성립 역시, 다른 감각, 촉각이나 청각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의료적 경험들을 시각화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내과의사들은 환자의 안색, 피부색, 피와 소변의 색깔, 그리고 시각적 단서 같은 외견상의 징후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의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고 촬영하는 기술의 발달 역시 관찰을 기반으로 한 진단 방식이다. 이처럼 시각자료에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의사의 전문성은 더욱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의사와 환자 간의 직접적 상호작용은 그만큼 낮아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되었다.


본다는 것과 보여진다는 것의 의미

일찍이 인류학 분야는 문명화된 서구의 눈으로 비서구권의 ‘미개’ 촌락을 들여다 보는 전통이 있었다. 인류학자들은 본다는 것과 보여진다는 것의 의미를 통제와 관리의 주체와 그 주체에 의해 ‘길들여지는’ 객체 간의 권력적 관계로 보기도 하였다. 존 버거(Berger, J)는 그의 저서를 통해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을 구경하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동물을 타자화시키는지를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봄(seeing)은 타자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인간은 동물원의 동물을 보면서 인간이 동물과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규정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인간 중심 세계관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게 된다.
현대의 성찰적인 인류학자들은 본다는 것은 상대를 객체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며 객체화시킨다는 것은 그들을 주체의 의도에 맞게 재단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의 관찰 연구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록하여 보고하고 있는가에 질문을 던지면서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의 ‘재현의 위기’에 관해 일깨우기도 한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1936~1938년,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과 함께 ??발리사람들의 성격??(Balinese Character)을 통해 사진 기록이 어떻게 사회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마가렛 미드에 의하면, 과학적인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학문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수집된 것이어야 하며,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은 정확성과 중립성을 제공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인류학은 인문학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았다. 마가렛 미드는 발리 현지에서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대한 연구를 위해 약 25,000장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베이트슨과 미드는 중립적인 기록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다큐멘터리 기록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규범을 통해 설정된 프레임에 맞춰 그들의 행동을 기록에 담기보다는 일상의 평범하고도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고자 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인간의 마음도 관찰 가능한가?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는 달리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에서 탐구하는 원자는 연구자와 어떤 관계를 갖지 않는 반면, 사회과학에서 탐구하는 인간은 연구자 자신과 의미상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연관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탐구 대상의 성격이 다르다. 사람들은 애초에 이미 해석된 상호주관적 세계로 던져지며 이를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주어진 세계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상학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자들은 일상을 텍스트로 하여 자세한 관찰과 분석이 당연시된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현상학은 “현상으로 돌아가라!”라는 지상명령에 따라 현상에 대한 질문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현상학은 존재론적인 물음을 추구하던 과거의 철학과 달리 생활세계에 대한 관찰을 통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상학자들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경험이 생활세계 내에서의 존재 방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생활세계를 사람들이 그 안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며 경험을 해 나가는 ‘소우주’라고 보았다.
지각의 현상학으로 널리 알져진 메를로 퐁티(M, Ponty)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는 자신을 보여주는 장소이다. 그는 우리가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나를 이용해서 자신을 보여준다고 보았다. “보는 자는 그가 보고 있는 것에서 포착되기 때문에 그가 보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다. 즉, 모든 봄(seeing)에는 근본적으로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가 보는 것은 대상이기도 하고 그 사물이 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를 둘러싼 일상은 세계가 그 자신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자 텍스트이다.
현상학에서 영향을 받은 사회학자 해롤드 가핑클(Garfinkel, H)은 생활세계가 별난 지식이나 경험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라 ‘평범함’을 보여주는 일상의 면모를 띠고 있으며 따라서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현상학자들은 ‘일상성’이 낯선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생긴 사람들의 태도와 습관이 아니라 생활세계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현상학적 질문이란 학문적 물음이 아니라 일상의 관찰에 관한 물음이다. 사실상 생활세계 안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현상들은 사회적으로 두툼하게 입혀진 의미들에 의해 각색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참여자들의 의미 대상과 환경,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발화나 제스처 등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민속방법론이라 불리는 미시사회학자들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는 어떠한 질서든 그것들은 ‘평범함’(ordinariness)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일상의 언어(natural language)로 표현가능하며 따라서 참여자들에게 관찰 가능하다는 점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들에게 생활세계는 일상성과 평범함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참여 관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생활세계의 어떠한 질서도 간주관성, 즉 남과의 공유가능성을 전제로 성립하는 이상 그 어떤 사람들의 경험도 관찰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차원의 지식, 예를 들어 외과의 현미경 수술, 주술사의 주술, 장인의 암묵적인 기예 등과 같은 암묵적 지식들 또한 관찰이 가능하고 따라서 이를 분석, 재검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들 세계 어디에도 생활세계는 있다는 것이다.
민속방법론자들은 말을 둘러싼 행위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과정을 엄밀하게 전사 기록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담화분석(conversation analysis)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민속방법론자 하비 색스(Sacks, H)는 사회과학이 관찰과 기록이라는 연구 방법을 통해 분자생물학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사회적 행위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탐구의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마음은 한 개인 내면 깊숙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의도나 동기, 생각 그리고 정서 나아가 영혼까지 포괄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남의 마음은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에는 사적인 영역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때론 사람들의 마음은 공적인 영역에 의해 한없이 열려 있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을 하고, 공감을 구하기도 하는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적인 경험을 끊임없이 집단의 이야기를 통해 각색하여 받아들이고 표현한다. 따라서 그들의 행위방식은 동일한 처지에 놓여 있거나 같은 상황에 참여하고 있는 타인들에 의해 엿보일 수도 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Goffman, I)은 이러한 개인의 영역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 사회를 연극 무대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현대인들의 정체성이 어떻게 정교하게 연출된 자아의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고프만에게 있어서 개인의 내면적인 정체성은 연출된 모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따라서 관찰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선택적이다. 어떤 장면을 어떤 프레임으로 어떻게 선택하였는가에 따라 어떤 모습은 가시화되기도 하고 또 어떤 다른 모습은 비가시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수다를 떠는 친구들 사이에서 그 옆에서 서빙하는 웨이터의 존재는 비가시적으로 경험된다. 어떤 한 장면이 주의의 초점이 되어 전면 영역으로 드러나는 순간 그 상황에 있는 다른 국면들은 그를 둘러싼 후면 영역이 되어 우리 관심 뒤로 물러서게 된다. 어느 한 지점에 시선을 집중하고 다른 부분을 흘려 보내는 자연스러운 태도 덕분에 우리는 효율적으로 일상의 삶에 임할 수 있다. 고프만은 현대인의 선택적 응시의 태도를 가리켜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하고, 이를 시민적 무관심(civil attention)이라고 불렀다.
가핑클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일어난 일에 충분히 천착해서 보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선입견이나 기대에 따라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온갖 매체에서 쏟아 내는 정보의 홍수에 가려져 선입견이나 지레짐작에 사로잡혀 주변의 현상을 주목하여 유심히 관찰하는 데 게을러진 현대인들의 습관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과잉성찰성, 사회적으로 부유하는 지나치게 많은 전문적이고 파편화된 정보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오히려 선택과 결정의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꼬집어 이야기한 것이다.


시각적 자료 수집과 분석: 시간의 관찰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운 까닭은 철학자 바우만(Bauman)이 지적한대로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 일정한 모양 없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액체적인 속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현상들은 공간적 점유보다는 시간적 경과에 따라 모양을 갖춘다. 예를 들어, 말은 우리 경험에 어느 무엇보다도 실재감 있게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것은 일정한 공간을 점하지도 않고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단지, 시간 속에서 실현되고 또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많은 경험은 공간적 배치의 모양새를 띠기도 하지만 시간적 흐름의 양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직은 조직의 위계와 역할의 배치와 같이 공간적 모습을 띠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의 흐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비스 업종에서 흔히 일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은 서비스 종사자의 일 순서의 흐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관건인 서비스 영역에서는 순서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기도 한다.
관찰은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기 위한 연구방법으로 사용하는 만큼 거기에 투입되는 장비나 테크놀로지 또한 관찰되는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비디오 자료를 통해 좀 더 정교하고 미시적인 관찰 기록과 전사 자료가 관찰 분석에 효과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관찰 연구의 지평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자연스러운 일상의 현장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해석을 요구하는 영역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에서는 모델의 설계나 실험실 연구를 통해서 보다 일상의 장면에서 세밀한 관찰을 통해 학습의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일터 연구에서는 전문가의 역량이 맥락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으로 인해 전문가가 일하는 실제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 봄(seeing)으로써 역량에 관해 이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각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에게 한 가지 공통된 비결이 있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나 그들이 제작하는 물건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창의성의 핵심 요소인 직관의 통찰 역시 그 개념 그대로 직관(直觀), 즉 대상을 직접 봄으로써 비롯된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많은 것들은 의외로 일상에서 발견가능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이미 일상에서 늘상 보았으되 크게 주목할 필요가 없어서 당연시했던 부분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물이나 현장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상태와 더불어 보고 있다. 이렇듯 관찰은 지금껏 우리가 놓쳐온 일상의 익숙함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현상학적 사회학의 미시분석 방법으로서 관찰의 활용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문제 상황들에 참신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우리가 관찰을 통해 어떻게 현상을 새롭게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현상학적 사회학의 관찰 분석 방법인 ‘민속방법론(ethnomethodology)’에 기대어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줄 것이다. 제시되는 사례들은 운동의 상황, 친구와의 대화 상황, 요리 상황, 지하철에서 줄을 서는 상황과 같이 그야말로 우리 일상에 너무나 평범한 상황들이다. 이러한 평범한 상황들이 어떻게 성찰의 주제가 될 수 있으며 어떠한 의미로 다시 해석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어가는 방법이자 재미가 될 것이다.

이 책에 소개한 사례와 정리한 내용은 몇 년 동안 수업에서 만난 학부생들, 대학원생들과 함께 크고 작은 스터디를 하면서 함께 고민한 결과이다. 관찰 분석의 방법으로서 민속방법론의 사례 연구가 영미권의 연구와 비교하였을 때 국내에서는 매우 부족하다는 점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박사 이후 연구를 진행하면서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직업들은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기초적인 안목과 시선을 키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미시적 관할과 분석의 연습은 연구 방법으로 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태도와 자세를 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후배들에게도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접근 방법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매우 실용적인 목적으로는 미시적 관찰 연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연구의 지평을 보여 주고 싶었다. 부디 나의 소망이 그들에게 잘 닿을 수 있길 바라본다.
함께 고민해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은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관찰하고 수집해 주었으며 함께 치열하게 분석해주었다. 또한 책을 수정하고 탈고하기까지 함께 고생해준 대학원생들 역시 이 책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속방법론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주시고 언제나 내 연구의 길잡이가 되어주시는 지도교수님 역시 이 책이 완성되도록 해주신 매우 고마운 분이다. 아울러 항상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족들의 조용한 응원에 마음 깊이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19년 10월
조현영 씀

조 현 영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교수
현상학과 미시사회학을 기반으로 한 질적 연구를 바탕으로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민을 학교 교육과정에 적용하기 위한 관심으로서 교육과정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한 진로교육의 방법과 수업과 평가 혁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민속방법론>과 <컨텍스트 분석과 학습의 디자인>이 있다.

머리말: 시각문화, 생활세계, 그리고 그것의 관찰 가능성
◾백문이 불여일견! 시각의 등극
◾자연에 대한 관찰 가능성과 자연과학의 발달
◾본다는 것과 보여진다는 것의 의미
◾인간의 마음도 관찰 가능한가?
◾시각적 자료 수집과 분석: 시간의 관찰

1장 공공성에 대한 재해석: 지하철과 엘리베이터의 질서와 규칙
◾규칙과 질서의 생성에 관한 담론들
◾관찰의 상황과 자료의 수집
◾공공장소에서 공적거리의 변화와 유지
◾줄의 생성과 변화
◾원칙(principle)과 규칙(rule)

2장 코칭의 재발견: 필라테스 코칭 과정에 대한 관찰 분석
◾운동과 코칭
◾필라테스에서의 ‘집중’과 ‘호흡’
◾관찰 상황과 자료의 수집
◾몸으로 찾아가는 리듬
◾발화의 맥락성
◾전략으로서 전문성
◾말은 어떻게 동작이 되는가
◾과정으로서의 운동의 의미

3장 요리 레시피의 활용법: 요리의 기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휴리스틱스 요리법
◾관찰의 상황과 자료의 수집
◾잡채는 레시피대로 만들어졌는가?
◾자취방에서의 잡채 만들기
◾가정집에서의 잡채 만들기
◾주먹구구식 문제해결, 합리성에 대한 재이해

4장 공감과 소통의 방법: 일상의 대화 속 공감과 소통의 노하우
◾놀이로서의 대화
◾관찰의 상황과 자료의 수집
◾친구와의 대화
◾이모의 조카 돌보기

5장 암묵지의 형성과 공유: 행정 조직에서의 업무의 효율성
◾조직 학습, 문화의 형성
◾조직화의 과정, 암묵지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의 등장
◾관찰의 상황과 자료의 수집
◾즉흥성의 포착, 현상학적 사회학의 민속방법론 활용
◾멤버십(membership) 범주의 효율적 활용
◾정서의 공유를 통한 실용적 문제해결
◾문제의 협력적 재구성

6장 시뮬레이션 학습의 설계: 의과 대학 시뮬레이션 학습에서 학습자 경험
◾경험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관찰 상황과 자료의 수집
◾민속방법론과 비디오 분석
◾사례 분석
◾학습자 경험 분석과 PBL 프로그램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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