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숫자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 숫자를 쓰려면 그만큼 자신이 있어야 하고, 숫자로써 본인의 주장을 뒷받
침하고자 하면 분석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곳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망망한 대해 위에 떠 있는 조그만 섬나라에서나 가능
한 이야기인지 모른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숫자를 만나고 숫자에 의해 느
끼고 판단하기까지 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숫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지
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도시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숫자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
면 숫자를 가까이하되 보다 재미있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길만이 최선책
일 것이다. 계량분석에는 어떤 재미가 숨어 있을까? 계량분석을 보다 재미있게 이해하
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문제를 독자들과 공유하면서 서로의 해결책을 찾아보기 위
해 이 책은 조그마한 시작을 해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계량분석하면 누구나 어색해
하고 어렵게 여겨서 계량분석을 가지고 알기 쉽게 강의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
다. 그러나 어떠한 정책이나 현상 등에 대하여 계량분석기법을 동원하여 예측하고 분
석하고 적절한 해를 찾아 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정부나 기업에 해결법을 제시해
주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도시분야의 정책은 말과 글로써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는 엄연한 한계성을 지
닐 수밖에 없다. 정책분석가나 계획가가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제시하려
면 숫자를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과 숫자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숫자를
가지고 하는 분석이나 판단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반드시 딱딱하고 어
려워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 차근차
근 계량분석기법의 원리를 들여다보게 되면 반드시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왜
냐하면 계량분석기법이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수없이 다루기도 하고 느끼는 현
상, 이슈, 문제 등을 분석기법을 통해 풀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정책분야에 관여하는 공무원이나 연구원, 엔지니어링 회사에 근무하는 전문가, 그
리고 여러 정책분야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정책이나 연구보고서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이러한 보고서에는 으레 숫자를 포함하거나 계량분석기법이 적용되게 마련이
다. 보고서나 논문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계량분석 방법론을 알고 적절히 활용하는 것
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전문가나 학생들은 분석기법으로 무장이 되어 있을 때 자신
감이 생기며 정책분석이나 평가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정책환경은 과거와는 달리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여건을 날카롭게 파헤쳐서 계량화시키고, 적절한 모형을 개발
하기 위해서는 실로 다양한 기법을 습득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 경영학,
산업공학, 수학, 통계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서 개발된 기법을 이해하고, 우리 분야에
접목시켜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강의해 온 계량분석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틀을 잡아
본 것이다. 실 한올 한올을 뜨개질하듯 엮어 보니 하나의 그물망이 만들어진 느낌이
나 군데군데 아직도 미흡한 구석이 남아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나마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데는 황준환 군의 숨은 열정이 항상 버티고 있었다. 책을 개정
하는 단계에서의 김태호 군의 도움 또한 잊을 수 없다. 책을 낼 때마다 전문성과 신뢰
성으로 저자에게 조언해 주는 박영사 마찬옥 부장의 배려는 이 책을 만드는 데 큰 힘
이 되었다. 또한 박영사 박성은 씨의 노력에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박
영사 안종만 회장의 끊임없는 격려에 감사드린다.
2000년 행당산 연구실에서
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