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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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사회학
직업사회학
저자
박강석
역자
-
분야
사회학/미디어/언론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18.02.27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670P
판형
사륙배판
ISBN
979-11-303-0537-0
부가기호
강의자료다운
-
정가
29,000원
1
기원전 35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바다와 육지의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배와 어부의 모습, 고래 잡는 장면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고창, 화순, 강화지역에 분포한 고인돌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이 땅에는 이렇듯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으며 이들의 삶이 대대로 이어져 오늘날 우리 또한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이와 같은 긴 역사를 통해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2가지가 있다고 한다면 생존을 위해 일을 해왔다는 점과 무리를 지어 살아 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야기된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사는 문제’ 또한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지만 최선의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인간은 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원시시대부터 수렵이나 천렵과 같은 일을 해왔다. 이렇게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한 일은 선사시대를 지나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사회를 거쳐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인류문명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여 왔다. 오늘날 이를 ‘직업’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중요한 생계유지수단이 되고 있다. 직업은 이와 같이 긴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직업을 의미하는 용어가 많고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각 용어는 그 시대의 사회상과 시대정신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직업발달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직업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역사는 곧 공동체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처음부터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들이 생겨났는데 인간의 불평등은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공동체는 그 성격과 목적 등에 따라 생성과 소멸, 변용과 진화를 거듭해 오면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오늘날 이를 ‘사회’라고 하는데, 어떤 형태의 사회도 그 구성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수의 우두머리와 다수의 추종자 즉,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 그룹의 내에서 계층의 분화와 통합, 그룹 간, 계층 간의 충돌 및 이동을 거치면서 각 계층이 다양한 형태로 달라져 왔다. 계층의 변화가 시대의 변화를 가져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함께 사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 인간의 불평등에 의해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는 이 ‘함께 사는 문제’가 소위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시기의 일이다. 산업혁명이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발명이 기폭제가 되어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대변혁을 말한다. 영국에서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으로 특허를 받은 것은 1769년이고, 맨체스터와 리버풀간의 철도가 개통된 것이 1830년의 일이다. 기계 때문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에 의한 기계 파괴운동 즉, 러다이트 운동이 처음 일어난 것은 1811년이었다. 이후 산업혁명은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러시아 등으로 확대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19세기에 소위 서구열강에 의한 제국주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와 같은 제국주의 서구의 열강이 형성되고 침탈이 자행되는 시기가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세도정치가 대두되어 왕권은 지리멸렬해지고, 삼정의 문란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반상의 계급체계도 허물어지는 시기로 조선왕조의 후기에 해당한다. 더 불행한 것은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해인 1811년 12월에 우리나라에는 ‘홍경래의 난’, 즉 농민봉기가 일어났고, 바로 직전이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영·정 시대(1724~1776~1800)로 유형원을 비롯한 이익, 박제가, 정약용 등의 세대를 이은 부국강병을 위한 국가개조론을 주창한 불세출의 실학파가 출현하여 우리나라 근대여명기를 제대로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유사옥 등 천주교 박해, 강화도 조약,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동학혁명 등 국운과 관련한 일련의 비극적 사태를 겪으면서 유사한 시기에 메이지 유신을 거쳐 서구의 열강대열에 합류한 일본에 의해 경술국치를 당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구의 문물을 배우고 따라하는 것에만 급급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문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17세기 이후 서양사상계는 실증주의가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과학적이면 거의 진리라고 믿었던 이들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에 입각한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시켰다. ‘과학적 방법론’이란 인간이 직관 등에 의해 고찰해 놓은 가설에 입각해서 관찰과 실험 등을 통하여 이 가설을 입증하는 방법이다. ‘과학적 방법론’을 자연과학 이외의 학문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 당시 생시몽은 사회현상을 실증적 방법에 의해서 통일적으로 설명하는 ‘사회생리학’을 제창했다. 이를 물려받아 ‘사회학’으로서 체계적으로 완성시킨 것은 그의 제자 콩트였다. 콩트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당시의 급격한 사회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이를 해결하고, 사회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와 같이 기틀이 마련된 사회학은 19세기 전후의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엄청난 사회변동의 원동력과 새로운 사회구성의 원리를 밝혀내고자 했다. 당연히 복잡하고 격변하는 사회만큼 이를 인식하는 방법 또한 다양했다. 꽁트, 스펜서, 뒤르켐 등은 새로운 사회를 공업의 발달에 따라 분업화, 전문화되고 시장에서 자유로운 계약과 교환이 이루어지는 분업사회로 이해했고, 베버는 화폐경제의 발달에 따라 합리적 계산에 근거한 효율적 생산과 관리통제가 이루어지고 관료제를 통한 합리적인 지배관계가 형성되는 전문화, 합리화된 사회로 보았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자본가의 착취로 인해 불평등과 갈등이 심화되는 자본주의의 계급사회로 본 것이다. 여기에서 세계역사의 물줄기를 가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사관이 탄생한다.

이렇게 태동한 사회학은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변화하는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거기에서 야기되는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면서 학문영역이 다양하게 확대되어 왔다. 오늘날은 사회학의 학문 영역이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사회전체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보다 나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학문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학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세기 초였다. 중국에서는 스펜서의 저서 ‘사회학 연구’의 ‘사회학’을 ‘군학’으로 번역했는데 1909년 장지연의 ‘만국사물 기원역사’에서 이 말이 소개되었다. 사회학은 1910년대 우리나라의 선각자들에게 사회의 진보와 진화의 맥락에서 민족과 국가들 사이의 다툼을 냉엄히 주목하게 하는 민족각성의 이론적 도구를 제공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렇게 구한말에 도입, 소개된 사회학은 광복이후 독립된 학과로 대학 속에 정착되었고, 1970년대에 접어들어 학문영역이 다양하게 확대되면서 크게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사실 이 ‘함께 사는 문제’는 서구의 사회학이 아니더라도 인류가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라면 세계 도처의 어느 공동체에서나 존재하는 문제로, 모든 공동체가 이에 대처하는 나름의 적절할 문화를 형성하여 관습과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고적부터 만유합일의 천부사상을 생활화하여 왔다. 즉 우주만물은 하나에서 비롯하여 하늘과 땅과 사람의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결국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이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우리나라에 불교나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부터 존재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고 이념으로 간주되고 있는 ‘홍익인간’은 고조선의 건국이념이다.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원효사상, 불교, 유교, 인내천의 천도교, 대종교, 원불교 등 전통사상과 외래사상의 융합을 거치면서 각 시대를 표상하는 사상이 면면히 이어내려 왔다. 태고의 신인일체의 천부사상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두레와 품앗이와 같은 공유와 나눔을 근본으로 하는 공동체의 생활문화를 형성·유지시켜온 것이다. 따라서 태초부터 공동체를 규율하는 소위 오늘날의 사회학에 해당하는 실천적 학문체계가 옳든 그르든,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이론적으로 정립이 되었든 안 되었든, 알게 모르게 우리생활 속에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19세기 이전의 동·서양의 문명은 학창시절에 배운 세계사의 상식만으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서양 대부분의 국가가 왕정의 계급사회였고, 토지중심의 농경사회였다. 그리고 백성이 대체로 가난하고, 문맹이 많고, 종교적 수준도 낮은 점도 유사하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훨씬 더 높은 문화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라든가, 고려청자, 고대건축술, 한글창제, 조선왕조실록 등 이때까지의 가장 우수하다는 서양문화와 비교했을 때 버금가거나 이를 능가하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우리나라는 20세기 중반까지도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남아있었고 오늘날까지도 서양을 따라 하기에 급급하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2017년 현재 일본은 13명이나 받았다는 노벨과학상도 우리나라는 받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물론 노벨과학상이 어떤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후진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보니 우리민족이 매우 우수한 민족이라든지 세계최초로 뭘 만들었다든지 하는 말들이 전혀 체면이 서지 않은 말로 들린다. 물론 1960년대만 하더라도 지디피가 100달러도 안 되고 농업·어업취업자가 국민의 63%를 차지하는 최빈국의 하나였던 나라가 반세기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고 1996년에는 오이시디 회원국이 되어 당당히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것은 세계가 인정한 엄연한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21세기 초엽에 선 우리 사회의 현실은 이것을 마음 편히 자랑할 만한 형편이 전혀 되지 못한다.

아울러 또 하나 감출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들의 서구문명을 이룩해가는 과정에 대한 동경이다. 19세기 이후 서구의 각 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이들이 격변하는 사회 환경에 얼마나 치열하게 대응하고, 드러나는 사회 문제를 얼마나 치밀하게 탐구·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현실사회에 적용해 왔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근대이후의 세계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인 20세기 말엽에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이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편입되었다.
그리나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자본주의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유럽이 세계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되어 몇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서자 자본주의 위기론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선진국의 내부로부터 표출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자본주의의 폐해와 역기능을 설파하고 기업국가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등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드러내는 시각이 일반화 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가 성립된 지 2세기만의 일이다.

이 책 직업사회학은 이 ‘의문’과 ‘동경’을 화두로 삼아 쓴 책이다. 소위 선진국 반열에 낄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19세기 이후 세계를 주도한 소위 서구열강의 자신들의 현실세계에 대한 치열한 탐구정신을 본받아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사는 문제’ 즉, ‘직업’과 ‘사회’를 천착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2
직업사회학은 사회학을 배경으로 직업사회를 연구하는 직업학의 한 영역이다.
직업학은 일의 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인간과 직업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즉 인간이 직업을 선택하고 직업생활을 하며, 은퇴하기까지의 생애동안 발생되는 직업관련 발달, 행동, 직업적응 등을 다루는 한편, 직업의 생성, 융합, 소멸 등 직업과 직업에 관련된 문제를 연구한다. 또한 직업학은 직업심리학과 노동경제학을 학문적 토양으로 하여 인문·사회, 교육, 복지, 정치·경제, 경영, 산업분야 등의 관련 학문과의 복합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학문영역을 구축한 학문이다.

이 학문 영역은 크게 인간관련 영역과 직업관련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에 속하는 것은 직업심리학, 직업상담 심리학, 직업사회학, 직업비교문화, 직업의학 및 직업재활, 직업행동, 직업복지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에 속하는 것은 인적자원, 직업정보, 직업정책, 직업분석, 직업지원, 직업 훈련, 직업발달사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직업학의 학문적 기틀이 마련된 것은 1999년에 ‘직업심리학(김병숙 저)’이 출간되면서부터이다. 이후 2000년 경기대학교 대학원에 직업학과가 설치되고 다른 일부 대학에서도 관련학과가 개설되면서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다지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직업학이 직업관련 문제를 다루는 다른 학문들과 구별되는 차별성은 인간의 관점에서 직업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인본주의를 기본 철학으로 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직업인과 직업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업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보다 나은 일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이 학문의 목표이다.

한편 사회학은 인간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의 목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전체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보다 나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데 있다. 그래서 인간사회의 모든 분야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연구 분야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사회계급, 산업과 노동, 사회운동 등에서 문화, 정보화, 세계화, 지구환경, 여성 등으로 매우 넓고 다양하게 확산되어 왔다. 이에 따라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정치·경제사회학, 산업·노동사회학, 정보사회학, 비교사회학, 문화사회학, 환경사회학 등 전문분야 별로 독자적인 학문 영역을 구축하면서 더욱 심화·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직업사회학 분야는 연구 성과가 미미하고 관련 연구물도 직업관련 주제들을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어 한 학문의 영역으로 분류하기에는 미흡함이 많다. 사실 직업사회학의 정의조차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학이나 직업관련 다른 인접학문에서 직업과 관련된 주제들 즉, 일과 노동, 노사관계, 고용, 복지. 직업심리, 직업윤리, 직업문화, 직업정보, 직업능력. 직업선택, 은퇴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는데 이를 직업사회학의 측면에서 보면 부분적이고, 중복적이기도 하여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직업사회학의 학문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직업사회학을 집필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직업사회학을 ‘사회학을 배경으로 직업사회를 연구하는 직업학의 한 영역’이라고 구태여 구분한 사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직업’과 관련한 학문영역이 매우 넓고 다양하여 다른 관련 학문에서 다루게 되면 방금 지적한 바와 같이 직업사회학이 비체계적으로 정립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직업학에서 이미 직업관련 연구영역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놓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직업사회학을 정립함으로써 연구내용의 중복과 배제를 피하고 보다 체계적인 학문의 틀을 갖추기 위함에서였다.

이 직업사회학의 목적은 직업학과 사회학의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직업사회를 진단하고 분석하여 보다 나은 직업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려는 데 있다.

3
이 책은 제1편 ’직업사회에 대한 이해’, ‘제2편 직업사회’, ‘제3편 국가사회’, ‘제4편 직업사회의 미래’의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은 직업사회학의 학문적 배경이 되는 여명기의 한국사회의 모습과 서구의 근대사회의 형성과정을 개관하고 있다. 또한 직업사회학의 바탕이 되는 직업학과 사회학의 학문영역과 직업사회학의 연구범위를 소개했다. 그리고 직업사회의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립배경과 발전과정, 그리고 서구의 경제사를 조망했다.

제2편에서는 직업사회의 구성요소이자, 경제의 3대 주체로 일컬어지는 가계와 기업 그리고 국가의 직업관련 요소들을 탐구했다. 가계의 측면에서는 가계와 직업행동과 관련한 내용, 기업의 측면에서는 기업의 역사와 기업경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었고, 국가의 측면에서는 직업사회와 관련한 국가정책, 즉 가계 및 고용정책, 대기업과 중소기업정책, 사회정책, 그리고 직업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에 대한 각각의 변천사를 조망했다.

제3편에서는 직업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사회의 과거와 미래에 다가가 보았다. 우선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서구의 산업혁명과 2차에 걸친 세계대전을 조망하여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서 ‘역사의 비등점이론’을 제시했다. 또한 여명기의 코리아가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원인을 분석하고 단절과 망각의 우리 역사를 조망하여 역사적 교훈을 얻고자 했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국가사회의 현실을 적시하여 국가사회 재구축을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국가운용의 틀을 새롭게 짜는 방안, 국가사회가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혁, 새로운 교육제도 제안, 고쳐야할 사회심리 등이 그것이다.

제4편에서는 오늘날 직업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하여 보다 나은 직업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직업사회의 내·외환경,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직업사회의 변화, 고달픈 삶의 현주소, 전장 속의 기업, 김치 담그는 법을 서양에서 배워야 하는 충격적인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위기의 직업사회의 실상을 적시하고 직업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지, 특징적인 속성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가늠해 보았다. 끝으로 21세기에 들어서서 그 한계를 드러낸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체제이론으로서 ‘공유자본주의 이론’을 소개했다.

한편 이 책의 출간의 목표는 직업학의 한 분야로서의 직업사회학이라는 학문의 체계를 세우고 그 기틀을 마련하여, 직업학이나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다 넓고 깊은 학문적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직업사회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보다 명확한 학문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 책의 출간이 우리의 국가사회가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선진사회로 재편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논의가 더욱 더 활발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4
이젠 이 졸저의 출간을 가능하게 해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차례인 것 같다. 우선 이 책 집필동기를 마련해 준, 동문수학한 선·후배 학우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우리의 학연을 마음껏 자랑하고 싶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직업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 아! 그 지긋지긋한 시험은 대학졸업과 동시에 끝이 난 것으로 알았는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어찌어찌하여 이 고비를 넘고 보니 이젠 이보다 더 높은 종합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대대로 이어 온 기출족보를 어느 것이 원조인 줄도 모르고, 졸업생까지 총 동원되어 무슨 국가기밀 문건을 다루듯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또 한 고비를 넘었다, 어렵게 여우를 피하고 나서 안도의 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이젠 호랑이를 만났다. 저만치 논문이 떡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함께 고통 아닌 고통만 나눈 것은 아니다. 충정언덕 경기대 캠퍼스, 예지의 파르테논에 황혼이 지면 미네르바가 날개를 편다. 여기 미네르바는 낮에도 난다. 우리는 직업발달역사의 현장을 찾아 전국각지를 답사했다. 조국의 산하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도처에 흩어져 있는 진로유산을 찾아, 보고 만지고 들으면서 조상의 숨결을 함께 나누었다. 진로유산을 찾는 것은 백두산까지 이어진다. 버스 한 대로는 부족한 대 부대가 이동하면서 전국 각지의 맛집을 찾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다. 매년 2회의 엠티는 매번 즐겁고 감동스러웠다. 그 중에서도 한 밤중의 캠파이어와 합창은 아련한 우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락시간에는 한 해의 웃음을 그날 다 웃었다. 논문발표회장에서 어렵게 발표를 마치면 평소 존경하던 선배가 신랄하게 꼬집어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든다. 이 배신감과 야속함!

우리의 학연은 이렇게 넓고, 깊게 여물어가서 어느 덧 졸업을 눈앞에 두게 되면 전우애와 같은 끈끈한 학우애가 형성된다. 졸업 후에도 갖가지 무슨 학술대회다 애경사다 해서 각종 행사에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참여하게 되어 이 돈독한 관계가 계속 유지된다. 이는 우리 직업학과의 전통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대학원 대학이라고나 할까, 다른 대학원과는 남다른 학과의 성격과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서로 다른 학부나 석사의 전공으로 인하여 석·박사가 함께 수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석·박사 과정의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일단 대학교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학과 커리큘럼이 우리를 강의실에만 모여 있게 하지 않고 직업발달의 역사를 더듬어 조국의 산하를 배회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학문 자체에 매력이 있다. 직업학은 우리의 직업생활을 다루는 학문으로 학문영역이 광범위하다는 점과 새롭게 개척해야 할 학문영역이 많은 신흥학문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이 학문을 전공하게 되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아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또한 연령이나 학부의 전공과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혹시 학문에 좀 더 욕심이 있는 분들이나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은 망설임 없이 우리와 동문이 되는 길을 택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내겐 이 졸저의 출간을 가능하게 해주신 두 분 교수님이 계시다.
나의 만학의 길을 열어 주신 김병숙 교수님은 우리나라에 ‘직업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세우신 분이다. 교수님은 이 학문을 통해 직업과 인간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7여년에 걸친 집필을 통해 ‘한국직업발달사’를 세상에 내놓으셨다. 그 동안의 역사책이 왕조나 국가의 치적을 위주로 기술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인간과 일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진로유산에 대한 재발견 등으로 직업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진로대리학습모델, 직업상담, 진로발달, 직업정책 등 직업과 관련한 전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교수님은 직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직업상담의 중요성을 일깨워 직업상담사 제도 도입을 이끌어 냄으로써 진로지도, 실업상담 등 직업고충을 상담하는 전문가를 배출, 사회통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은퇴 후에도 한국직업상담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보다 나은 직업사회건설을 위해 왕성히 활동하고 계시다.

나의 지도교수셨던 강순희 교수님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앙고용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 노동고용정책비서관, 한국직업자격학회 및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직업 및 고용분야 연구자이자 정책전문가로 활동하셨다. 특기할 만 한 점은 국가 초유의 아이엠에프 사태로 인한 대량실업 시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이자 국무총리실 실업대책위원으로서 고용보험 등을 중심으로 짧은 기간에 실업대책을 마련하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셨다는 점이다.

2003년 중앙고용정보원장 시절에는 ‘진로와 직업’이라는 초등학생용, 중학생용 교과서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 유년시절부터 진로지도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는데, 이 교과서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일독하도록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는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교수로서 후진양성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도 블라인드채용, 엔시에스제도 확산 등 보다 나은 일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계시다.
이렇게 훌륭한 두 분 교수님을 모시고 수학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겐 행운이고 큰 영광이었다. 존경하는 두 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존경하는 친구 김명환 사장에게는 정말 자랑스러운 녀석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해 항상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이 졸저가 이런 내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끝으로 이 책 출판을 흔쾌히 결정해 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여러모로 힘을 써주신 임재무 이사님, 정연환 대리님, 특히 이 책 모양새를 갖추느라 애쓰신 편집부 전은정 님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8. 2
박강석
박 강 석

박강석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관리석사학위를, 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직업학과에서 직업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신한(조흥)은행 조사역, 캐피탈 이사, 민국저축은행 사외이사, 오투저축은행 감사 등 금융기관에서 오래 근무하였고, 두웰경영연구소 소장, 세연산업 감사, 경원개발 소장 등 제조업체에서도 근무하였다.

문민정부시절 행정쇄신위원장을 역임하신 고 박동서 교수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시민들이 창립한 시민단체 「행정개혁 시민연합」의 창립맴버로 참여하여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이 단체 병설 (사)정부개혁연구소 감사를 역임했다. 종로세무서 「과세 전 적부심사 위원회」 위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권리구제지원팀 민간조정관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에는 ‘금융연수원 논문공모’에서 「기업의 부실예측모형의 실용화에 관한 연구」로 장려상을, 박사과정 재학 중에는 ‘새마을금고 창립50주년 기념 논문공모’에서 「새마을금고 차별화 및 경쟁력강화 방안」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발표논문으로 「중·노년층의 재취업의지 및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한국산학기술학회, 2015), 「근로노인의 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적 요인」(직업과 자격연구. 2017) 등이 있다.
<제1편 직업사회의 이해>
제1장 여명기의 한국사회와 서구의 근대화
제2장 직업사회학의 이해
제3장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제4장 서구경제이론의 변천사

<제2편 직업사회>
제1장 가계와 직업행동
제2장 빈곤이론과 직업사회 이탈자
제3장 기업과 경영
제4장 직업사회의 정책
제5장 교육정책

<제3편 국가사회>
제1장 역사의 비등점
제2장 현대사의 갈림길에 선 한국
제3장 위기의 국가사회
제4장 국가사회의 재정립

<제4편 직업사회의 미래>
제1장 직업사회의 환경변화
제2장 가계와 직업사회
제3장 전장 속의 기업들
제4장 직업사회정책
제5장 새로운 직업사회의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