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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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과 행동경제학
보험과 행동경제학
저자
김정동 역 / 하워드 C.컨루더 外 지음
역자
-
분야
경제학 ▷ 계량경제/경제수학/경제통계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18.01.0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98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0474-8
부가기호
강의자료다운
정가
23,000원
이 책은 Howard C. Kunreuther, Mark V. Pauly, and Stacy McMorrow, 「Insurance & Behavioral Economics: Improving Decisions in the Most Misunderstood Industry」(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3)을 번역한 것이다. Kunreuther 교수와 Pauly 교수는 역자가 미국의 Pennsylvania 대학교 Wharton School의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이셨다. 역자는 두 분께 직접 배우지는 않았지만,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존경할 만한 교수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분의 저서를 번역하게 된 것은 본 역자에게 큰 영광일 뿐 아니라, 번역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두 분께 감사드린다.

보험학은 기본 이론과 그 실증분석을 다루는 보험경제학, 보험료 및 보험사의 재무적 안정에 관한 수리적 모형을 다루는 보험수리학, 그리고 보험관련 법과 제도를 다루는 보험법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보험경제학이다. 전통적인 보험경제학은 주로 불확실성의 경제학과 정보경제학을 이용하여 보험소비자, 보험사 및 정부 규제당국의 행동과 정책 및 전략을 연구해 왔다. 전통적인 보험경제학이 보험현상의 많은 부분을 잘 설명하고 예측하지만, 보험시장에는 전통적인 보험경제학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현상도 있다. 행동경제학이 그러한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의 효시는 1979년에 저명한 경제학 학술지인 Econometrica에 실린 Kahneman and Tversky의 논문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라는 것이 정설이다. Kahneman과 Tversky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였다. 그들의 논문의 주제인 프로스펙트 이론은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 문제를 다루는 전통 미시경제학의 기본 이론인 기대효용이론이 현실을 잘 설명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심리학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전통 경제학이 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설명하였다. 그 논문 이래로 그들의 방법론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심리학과 경제학의 학제적 분야인 행동경제학으로 자리 잡았다. Kahneman은 Vernon Smith와 함께 심리학적 방법론과 실험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공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서로 다른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경제학은 연역추리를 사용하는 규범적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고, 심리학은 귀납추리를 사용하는 서술적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다.
규범적 이론체계란, 몇 개의 자명한 원리로 구성된 공리公理로부터 연역추리를 통하여 정리定理들을 이끌어 내고, 그 정리가 현실을 잘 설명하는지를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검증하는 이론체계다. 실증적 검증을 통과한 정리는 이론으로 인정되어 자연과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과 경제학이 이러한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서술적 이론체계란, 관찰된 여러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공통적인 원리를 도출하여 이론이라고 하고, 그 이론으로 다른 현상들을 설명하고 예측한다. 심리학과 사회학이 서술적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학문이다. 심리학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행동경제학도 서술적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다.

규범적 이론체계의 장점은 완벽한 논리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리가 진실하다면 그로부터 연역적으로 도출된 정리의 진실함이 보장된다. 그러므로 어떤 현상이 왜 그러한지를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제학에 의하면 경쟁시장의 균형에서는 기업이 초과이윤을 얻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가용한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기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서술적 이론체계를 가진 심리학은 인간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공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리학은 완전경쟁시장의 존재와 시장에 균형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기업이 초과이윤을 얻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서술적 이론체계에서는 오로지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거나 실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만 진실하다고 생각한다. 완전경쟁시장 이론으로 어떤 종류의 시장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이론처럼 완벽한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규범적 이론체계의 단점은 그 이론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복잡한 현실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수의 공리로부터 엄격한 연역추리를 통하여 정리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현실의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융통성 있는 이론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서술적 이론체계의 장점은 어떤 현상이라도 다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여 이론들 사이에 상호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이론이 옳은지를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학파가 난립하여 끝없이 논쟁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어느 상품을 슈퍼마켓에 진열할 때,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면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둘 때보다 판매량이 더 많은 현상을 두 진영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비교해보자.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인 프레이밍 이론은 똑같은 내용을 가진 말이라도 표현을 달리하면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전통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인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도록 행동하므로 상품을 어디에 진열하는지 관계없이 자신에게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상품을 찾아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으므로 전통 경제학의 이론은 틀렸고, 진열위치(프레임)를 바꾸면 판매량(소비자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프레이밍 이론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전통 경제학의 반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진열된 상품을 찾아내는 데에는 탐색비용이라는 일종의 거래비용이 드는데,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품을 덜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의 공리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을 지지할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다.

서술적 이론의 한 가지 문제점은,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현실이 그러하니 믿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가지고 설명하면, 프레이밍 이론은 프레임을 바꾸면 왜 사람들의 행동(의사결정)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현실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할 뿐이다. 또한, 프레이밍 이론의 예측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경우를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예컨대, 슈퍼마켓의 구석에 숨겨져 있다시피 한 상품을 찾아내어 구입하는 소비자도 있는데, 프레이밍 이론은 그런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에 전통 경제학은, 그런 사람은 여유시간이 많아서 그런 상품을 찾아내는 데 드는 기회비용이 낮거나, 그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즉,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조건을 갖고 있지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역적 이론체계를 가진 이론은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서 경제학의 균형 개념에 의하면,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진열한 상품이 예상외로 잘 팔리면, 슈퍼마켓의 경영자는 그 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재배치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균형개념이 없고, 인간의 이기심과 합리성을 부정하는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현상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행동경제학의 가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예와는 달리, 전통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상도 많다. 이 책에 나오는 현상인 9.11 이후 보험사들이 테러보험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철수한 것이 그러한 예다. 그러한 경우에는 행동경제학으로부터 설명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은 매우 복잡하여 어느 한 이론으로 모든 행동과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먼 미래에 전통 경제학이 더욱 발전하여 현재 행동경제학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므로 전통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을 모두 공부하여 상황에 따라 적절히 취사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일 것이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다수의 경제주체들의 장기적이고 평균적인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며,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는 전통 경제학을 사용하고, 개인이나 소집단의 단기적인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며,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진단하는 데에는 행동경제학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행동경제학자들 중에는 전통 경제학을 부정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인정하는 학자도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전통 경제학을 부정하지 않고, 전통 경제학이 잘 설명하지 못하는 몇몇 현상을 행동경제학으로 보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실의 시장에서는 전통 경제학의 예측과 다른 변칙anomalies이 발생하는데, 변칙이 발생하면 자원 배분의 비효율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손해와 낭비가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와 기업 및 소비자들은 그러한 변칙의 발생을 가능한 한 최대로 억제해야 하고, 변칙이 발생하면 최대한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습해야 한다. 그러려면 변칙 발생을 얼마나 줄일 수 있고, 어디까지 손해를 줄일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한다. 즉, 변칙을 다루는 전략과 정책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전통 경제학은 그러한 목표를 알려줄 수 있다. 이것이 전통 경제학이 필요한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행동경제학자와 전통 경제학자는 서로 자기만 옳다거나 상대방이 틀렸다며 다툴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인류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 본 역자는, 이 책의 가장 큰 기여가 전통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번역본이 나올 수 있게 된 데에는 여러분의 도움이 있었다. 먼저 ‘해외 보험전문서적 번역사업’의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책 발간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주신 한국보험학회의 회장님과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을 기꺼이 맡아주시고, 책의 구성과 편집에 많은 조언을 주시고 수고하신 박영사의 조성호 이사와 배근하 대리께도 감사드린다.


김 정 동
2017년 12월
역자 약력

김 정 동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보험학 전공)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BA)
University of Pennsylvania, Wharton School (PhD)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
소비자보호원분쟁조정위원
삼성생명 사외이사 역임
PART 1 보험의 이상과 현실 비교

CHAPTER 1. 이 책의 목적
CHAPTER 2. 보험 실무와 이론 입문
CHAPTER 3. 변칙과 변칙에 관한 루머
CHAPTER 4. 표준모형에 부합하는 행동

PART 2 소비자와 보험사의 행동 이해하기

CHAPTER 5. 현실세계의 복잡성
CHAPTER 6.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와 가입하지 않는 이유
CHAPTER 7. 보험 수요 측면의 변칙
CHAPTER 8. 보험 공급의 서술적 모형
CHAPTER 9. 보험 공급 측면의 변칙

PART 3 보험의 미래

CHAPTER 10. 보험의 설계 원칙
CHAPTER 11. 보험 관련 변칙에 대처하는 전략
CHAPTER 12. 다년 계약을 통한 보험 시장의 혁신
CHAPTER 13.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보험
CHAPTER 14. 결론‒정책 제안을 위한 규범적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