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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제도개혁-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왜 필요한가-
근로시간 제도개혁-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왜 필요한가-
저자
大内伸哉(Ouchi Shinya)
역자
이승길
분야
법학 ▷ 노동법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17.11.3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50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3117-1
부가기호
강의자료다운
-
정가
32,000원
1. 근로시간의 단축의 논쟁
(1) 현재의 실근로시간은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주 최대 68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 즉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68시간. 그런데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여 1주 최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즉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52시간.

이러한 법 개정의 추진 배경은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이 2,057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1,706시간)보다 350시간이 많고, 멕시코 다음으로 긴 편이다. 이에 일찍이 2014년 12월말 노사 단체와 정부는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려는 법정책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다. 나아가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실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성도 합의한 바가 있다. 다만, 주 40시간, 1년 52주, 휴일 15일 정도를 고려해, 단순한 계산으로 (40시간×52주)-(8시간×15일)=2080시간-120시간=1960시간이 된다. 목표치인 1800시간대가 되려면 재차 160시간을, OECD 회원국의 평균과 맞추려면 256시간을 각각 단축해야만 한다.

그후 금년 5월을 기점으로 제20대 국회는 그대로인데, 대통령이 바뀐 ‘정권 교체’란 커다란 변혁이 있었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만 보면, ‘휴식이 있는 삶’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그대로 추진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제 상한제 전면 이행(중소영세 기업 및 근로자 지원 방안 마련), 근로시간 특례업종 및 적용제외 산업 축소, 1주 60시간 상한제 도입, 최소휴식시간제 도입(11시간), 임기 내 4인 이하 사업장에도 법정 근로시간 한도 적용 등이다.

그런데, 재논의의 단초는 여소 야대의 국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노동개혁의 추진 동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제20대 국회는 지난 2017월 3월 고용노동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집중 논의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 여야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대선 이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하였다. 주된 쟁점으로 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 ②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 ③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 여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종료하였다.

먼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 문제가 있다. 현행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별개로 보아 휴일근로시 가산수당에 대한 할증률을 50%만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일부 고등법원의 중복가산 인정(100%) 또는 부인(50%) 판결 이후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5년째 계류되어 있다. 여전히 휴일근로에 대한 연장근로 가산수당 중복 여부는 소송 중에 있다. 사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은 없지만, 이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모두 법정 근로시간외 근로라는 점에서 같은 성질(同性質)의 것이므로 다른 가산원인이 중복된다고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법정휴일근로는 휴일근로의 관점에서 법정외 근로로서 평가하기 때문에 주의 연장근로로는 계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과 관련해, 중소기업계는 법개정으로 법정근로를 주 최대 52시간까지 단번에 단축한다면, 절대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다. 이에 10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97.5%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 규모별(100인, 50인, 30인, 20인, 5인)로 그 적용 단계를 세분화된 시행(4-7년) 및 보완책의 마련을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 여부와 관련해, 노사 합의에 따른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함으로 경영 상황에 따라 주 최대 60시간까지 추가 근로가 한시적으로 가능하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한 근로시간의 단축은 그 전제로 기업 부담을 완화시키고, 정치,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최근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취임한 뒤 처음으로 청와대 본관 접견실로 ‘노동계’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거기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하여 국회 입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여의치 않으면 대법원의 판례나 정부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등 여러 대안이 있다고 언급하셨다. 근로시간 단축이 우선 입법추진할 과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대선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이젠 필요하다면 정부의 행정해석이 폐기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정부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행정지침에 따른 노사관행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게 스스로 번복(폐기)하는 것은 신중하게 처리할 문제이다. 대법원 판례는 법관에 의해 재판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고, 행정해석은 법치행정의 원칙상 행정작용도 보통 행정기관에 의해 실현된다. 행정작용도 사법작용과 비교하면 양자의 기본구조가 동일한 셈이다. 이것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나 정부에 의한 법률의 제개정도 상호 유사한 구조이다. 서두르기보다는 경제·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른 노동개혁이라는 큰 그림에서 근로시간 단축문제도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내고, 그리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정도’(正道)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서는 노동관계법을 제개정해야 한다면, 특히, 근로시간 문제에 한정해서도 근로시간 특례업종 및 근로시간 적용제외 제도, 근로시간 저축휴가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 전문업종에 대한 재량근로시간제 확대, 할증율 50%에서 국제노동기준인 25%로 조정, 업무방식과 성과에 연동된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제도’(White Collar Exemption,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신설, 유급주휴의 무급화 검토, 휴가제도(법정 및 법정외)의 검토 등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근로시간법제의 정비 방향을 함께 설정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진정한 노동 개혁을 위한 입법자로서 국회의원들의 치열한 고민을 통한 현명한 입법적 결단을 재삼 기대해 본다.

2. 근로시간 법제개혁의 기본방향
(1) 최근에 정치권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법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의 노동문제는 다양하고 심각하다. 지난 제19대(2015.9.15. 노사정대타협) 국회(관련 계류 법안은 회기를 마치면서 자동폐기) 및 2016년 4월 이후의 제20대 국회, 2017년 5월 새 정부가 갑작스레 제 각각 출범했지만 축적된 노동법제 개혁의 시급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였다. 또한 새 정부는 전환기의 노동정책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이라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최근의 경기 침체와 실업, 고령화/저출산 등과 산업현장에 노동시장의 구조개편 이슈가 있다. 노동현안 중의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청년실업의 해소 등의 일자리 창출을 말한다. 그리고 소득 주도의 경제성장 전략 중에는 노동법제 개혁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정권마다 노동법제 개혁은 산업현장에서 노사단체는 팽팽한 진영의 논리에 매몰되어 소모적인 주장이 있을 뿐이다. 노동계는 비전과 전략이 부재한 반면에, 경제계는 대기업을 조율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노동정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고 노동법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노동법제 개혁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에서 직면하는 고용사회의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적절한 처방전을 써야만 한다. 어쩌면 지금이 새로운 노동법제 개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을 만들 골든타임이 아닌가 싶다.

잘알다시피 선진국의 노동법제 개혁은 공통적이며 일치된 해결의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일자리 문제 등 향후 고용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가 시장메커니즘을 최대한 살리고 입법에 관여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법제 개혁을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회는 서둘러 노동법제를 입법화하고자 한다. 노동법제 개혁의 형성과정에 참여하는 노사정 및 공익대표에게 노동법제의 정합성이나 이론적 일관성이란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노동법제 개혁은 결국 가치지향적이며 통상 지속적인 환경의 도전에 대한 대응으로서 제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형성되고 집행된다.

(2) 앞으로의 기업은 고령화·저출산의 심화,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추가 비용의 부담없이 인력관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사무직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법제의 유연화로 근로의 수행방법에 있어서 근로자의 재량 폭이 증가하고, 일반근로자와 같이 엄격한 규제가 업무수행 실태와 능력발휘 목적의 견지에서 부적절한 사무직근로자의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근로시간제도와 관련한 입법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i) 관리직 등 사무직근로자 층의 잠재적인 확대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승진관리의 특징인 늦은 선발시스템에서 사무직근로자는 입사후 장기간 동안 격차 없이 연공서열로 승진하기 때문에, 적어도 과장급까지는 사무직근로자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ii) 관리직 등의 사무직근로자의 장시간근로에 관한 실태이다. 최근의 경영상황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사무직의 과잉근로가 많다. 특히, 경기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이 양극화되는 방향에서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와 함께 주 60시간 이상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다. (iii) 이러한 실태의 배경으로는 종래의 기업사회의 폐쇄성, 불투명성이 있다. 사무직근로자의 장시간근로의 현상은 기업의 집단에 의한 개인의 억압을 드러내고,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정시 퇴근의 기피풍조로 초과근로가 많고, 직장분위기와 관행상 휴가사용을 억제하는 문화도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진전된 유연한 근로시간법제의 규제방법은 (i) 법령에 의한 일률적 규제, (ii) 노사에 의한 집단적 결정, (iii) 개별계약에 따른 자유로운 결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방법 중에서 전통적으로는 (i)의 방법이 많이 이용되어 왔으나, 1980년 이후의 경제 환경의 변화와 다양화·복잡화의 시대 추세(유연성의 요청) 중에서 (ii)의 방법이 나타났고, 또 경쟁의 격화(효용성의 요청) 중에서 (iii)의 방법을 채택할 필요성이 유력하게 대두되었다. 실제로 모든 경우에 이러한 규제방법을 편성해 구체적인 근로시간법제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선진국의 근로시간법제에 대한 체계와 내용을 그대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법제에 벤치마킹하는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법 개혁시 외국법제를 논의할 경우에 대체로 우리나라의 법제와 외국(미국, 유럽연합, 덴마크 모델,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태리의 사례 등)의 법제 내지 인사노무의 실무가 상이하다는 점에만 착안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출발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외국법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간과한 채 우리나라의 법제와의 상이한 점만을 착안해 외국에서 이루었던 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논의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외국법제는 각각의 고용시스템에서 형성된 노동시장 상황과 법률, 제도적 조건, 관습 등의 이유, 운용 방법,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때에 비로소 유용하게 참고할만한 정보를 얻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는 경제적 사정과 정치제도에 따라 현지의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화하면서, 정책의 환경, 목적, 수단,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계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국의 실태와 법제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노동법상 근로시간정책은 법적 요청이 다양해 그 의미가 상이하다. 개별계약에 의한 자율 결정에 맡기는 경우에 유럽 지침, 미국, 일본과 같이 상세한 법령상 규제로도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화하고 복잡한 실태에 적용함이 어려운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의 근로시간법제의 체계를 검토해 보면, 우리나라와 그 성격이 달라서 제도와 장점을 참고하되, 대안으로 곧바로 계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행 근로시간법제의 문제점을 근거삼아 개별적 근로시간법제의 개선방안으로 사무직근로자 중심의 ‘재량근로제의 확대’ 및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규제의 적용제외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경제·사회적 환경, 입법 목적, 제도의 설계 내용, 임금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둘 수가 있다.

3. 근로시간 제도개혁에 학자의 역할
(1) 산업구조의 변화와 기술혁신, 저출산/고령화의 인구학적 변동 등으로 향후 21세기의 노동법적 과제를 새로이 설정해야 한다. 미래의 고용구조의 기본방향을 확인한 후 노동현안 정책과 중장기 정책을 재편성하고, 점진적으로 착실하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는 노동법제 개혁은 노사정 삼각관계에서 정부의 정책적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국회의 다수당이 집권당이면 입법과정에서 정부법안의 추진이 용이할 수가 있다. 나아가 정부여당의 정책은 추천권이나 임명권을 통하여 대법원의 대법관 구성 등에도 영향을 미쳐서 판례의 흐름이 역행될 수도 있다.

학자는 학문의 세계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에 대하여 자유로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법제 개혁의 형성 과정에서 정치적인 사안을 위임받은 (노동법)학자(또는 전문가)의 사명은 국민의 선택과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도 입법을 추진할 때에 국제노동기준을 지향하며 풍부한 관련 전문가의 치밀한 검토 과정이 일반화되어 있다. 학자는 오로지 ‘학문적인 논증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판단기초를 견고하게 하면 된다.

노동법제 개혁의 형성과정에서 학자로 참여하는 의미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련 학계에서 이미 축적된 논의 상황이나 학술지식의 도달점,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데 충실할 필요가 있다. 노동법제 개혁 법안의 쟁점사안에 대한 더욱 면밀한 검토 분석이 수반되는 논의 과정에서 공정한 팩트에 기초한 식견{특히, 선진국(ILO, EU지침,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으로 입법례의 지식·분석, 입법 추세 및 동향, 법질서 내의 체계적합성과 정합성}을 축적해 가면서, 쟁점도 좀더 명확화할 수 있다. 학문적 규칙 내에서는 현재 당사자 간에 분쟁 중인 사안에 전문의견서를 통하여 견해를 밝히고, 이로 인해 학자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다.

물론, 학자는 헌법상 학문 및 표현의 자유를 다양하게 보장받고, 다양한 입법론을 논의하는 상황 자체에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또한 중립적인 입장을 전달하기가 어렵다면 대립하는 대표적인 학자가 노동법제 개혁의 형성과정에 관여할 수가 있다. 나아가 노동법제 입법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학자가 규제를 노동시장에 맡겨야 하며 입법적인 개입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는 ‘규제 소극론’의 주장도 규제의 해태에 빠져버리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학자가 노동법제 개혁의 형성과정에 관여한다면, 정치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그 역할의 추가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학자는 어떠한 정치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은 선거로 선택받지 않은 학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울 수단이 없다. 결국 학자가 노동법제 개혁의 형성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법제 개혁에 관여한 학자의 역할은 시대를 통찰하는 냉정하고 명확한 관점, 명철한 관찰안을 제시할 필요는 있다. 노사 모두가 잘못된 노동법제로 기업의 도산 내지 근로자의 실직을 초래할 수가 있다. 이에 학자는 노동법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 정책적 효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커질 수 있다.

(2) 노동법제 개혁에 대한 학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싶다. 첫째, 고용사회의 현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실태형’은 실태조사를 전제로 하여 기초자료를 삼는다. 학자는 다른 분야의 실태조사·연구를 전제로 노동법제와 연계하면 된다. 또한, ‘이념형’은 실제로 법정책의 형성 과정에 관여한 많은 전문가의 협동 작업과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쟁점 법리, 법체계 및 비교법에 대한 연구검토 과정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내용을 충분하게 토의해 다양한 견해와 이익을 인식해 비교형량해야 한다. 거기서 논의된 전문지식은 적절한 형태(학술지, 논문, 기고문 등)로 국민에게 알려서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

셋째, 노동법제 개혁에 대한 법학이 지닌 고유한 영역에서 쟁점 연구를 심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정책과 일가정의 조화 이념, 인사관리의 개별화·복잡화에 대한 대응, 최저임금제도 및 그 인상방안, 임금제도의 개편, 취업형태에 따른 비정규근로자와 정규직근로자의 평등원칙 내지 균등처우 원칙(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 근로시간의 규제 개혁, 해고의 금전보상, 근로계약법제의 필요성 여부, 근로자상, 종속적 노동론, 근로조건의 결정·변경시스템에 대한 정비(구축) 등이다. 이를테면 학설과 판례에서 보통 노동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의 개념이 상이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양한 근로자 개념의 문제이지만, 상이한 법의 취지 및 목적에 따른 근로자 개념의 상대성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현실에서 낮은 근로조건이어서 보호해야 할 근로자의 구제는 노동보호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또는 사회보장의 문제이다. ‘개인의 근로자’가 시장에서 대등한 플레이어를 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해고에 대한 실체적인 제한은 ‘근로자’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고, 스스로 충분하게 이해해 사직할 수 있는 절차적 룰도 정비를 해야만 한다.

4. 근로시간 제도개혁, 왜 번역했는가?
(1) 노동법에서 근로시간은 임금과 근로자의 건강, 생활양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근로시간의 규제는 단지 근로자의 ‘시간’을 규제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임금, 생활방식 등 다양한 측면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국가의 일하는 시스템과 근로자의 개인 생활을 결정하는 중요성을 가진다. 근로시간의 단축을 위한 기존의 노동운동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근로시간제도가 성공한 것인지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장시간 근로시간을 가진 국가에 속한다. 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법정책을 펼쳐왔다. 근무형태의 유연화에 따라 새로운 근로시간제도를 도입하고, 정부의 노동행정도 집행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제도개혁을 논의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의 근로시간법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듯하지만 상이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장시간 근로의 문제, 근로자의 (멘탈)건강. 일가정 양립(조화)의 추구 등의 현안 과제는 유사하다. 양국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하면서, 불규칙적인 근로형태의 확대에 대응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적 근로시간제도 등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해 매우 비슷한 규제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장근로는 상이한 방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에서 당사자 사이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 내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이를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은 이른바 ‘36협정’이라는 근로자대표와 사용자와 연장근로에 대한 협정을 통하여 연장근로의 요건, 시간 등을 정할 수 있다. 또한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의 연장·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의 가산율도 우리나라는 50%인 반면에, 일본은 25% 및 35%로 차이가 있다. 이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하면서도 보다 엄격한 근로시간 규제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재 일본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장시간 근로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일과 생활의 조화도 문제가 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도의 유지는 근로시간 산정에 기초한 임금체계마저 흔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불규칙한 근로형태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도입한 유연한 근무시간제도도 요건이 어렵고 절차가 복잡해 많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즉 전체적인 근로시간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인 오오우치 신야(大內伸哉, Ouchi Shinya) 교수(일본 고베대학, 노동법 전공, 동경대학 출신, 1963년생)는 일본에서 노동법학계의 대표적인 중견학자이다. 그는 노동법학과 경제학, 경영학의 학제적 입장을 고려해 노동법의 관점을 제시하는 경향으로 일본의 노동법제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쉬운 노동법을 소개하는 책자도 많다. 한국에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학자이다.

이번에 번역한 「근로시간 제도개혁」(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왜 필요한가)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의 ‘근로시간 제도개혁’의 논의의 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본서의 구성과 내용은 분석적이고 종합적으로 잘 편성되어 있다. 즉 (i) 일본의 근로시간제도의 기본 지식을 알기 쉽게 해설해 현재의 법률 내용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가를 독자와 함께 생각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ii)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외국 입법례(미국, 유럽연합,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iii) 일과 가정 양립의 조화(여가, 휴가) 등 근로시간 제도개혁론을 둘러싼 현재의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 (iv) 근로시간 제도개혁론의 제언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노동개혁의 양대 축인 ‘근로시간제도 개혁’과 ‘해고개혁(금전보상제도 도입)’과 관련해, 저자의 본서인 「근로시간 제도개혁」(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왜 필요한가)은 「해고개혁(일본형 고용의 미래를 생각한다」(제1탄, 2013)과 자매서(2탄)이다. 이것은 최근 출판된 책(2015년)으로 약간 도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2판을 인쇄해, 일반인에게도 대중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제도개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3) 본서에서 제기하고 있는 일본의 ‘화이트칼라 이금젬션제도’(근로시간규제 적용제외제도)에 대한 논의는 노동기준법상 근로시간규제에서 근로시간 자유선택제와 재량근로제의 개정과 동시에 규제개혁으로서 ‘근로시간규제 적용제외’를 확대하는 ‘특정 고도 전문업무·성과형 근로제(고도 프로페셔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경영계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근로시간규제 적용제외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오래 전부터 피력하였다. 요컨대 일본의 정규직은 기본적으로 연공급 임금제도로서 근속연수가 장기간인 근로자일수록 가산임금의 산정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장, 심야 및 휴일근로 비용도 상승한다. 즉 중고령 근로자의 임금비용을 억제하자는 의도이다.

제1차 아베 내각(2006-2007)은 경영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크게 이용되지 않는 재량근로시간 대신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법안을 제안하였다. 2007년도 기준으로 연봉 400만엔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시간규제 적용제외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 구상에 대해 ‘장시간 근로의 강요’와 ‘잔업수당을 제로(영)로 하는 법안’으로 이해한 노동계가 반대하여 법안으로 발의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비판적인 견해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가 희망하는 경우에 근로시간·휴일·심야근로의 규제를 제외함으로 일본의 노동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일본의 장시간근로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 과로사·과로자살의 산재 건수가 계속 증가, 장시간 근로와 직장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 질환의 산재 건수도 증가한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제2차 아베내각은 일본의 「경제재생본부」의 「산업경쟁력회의」에서 새로운 근로시간제도의 창설을 제안한 바가 있었다. 즉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되는 근무형태(pay for performance)’를 표방하였다.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은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되는 근무 형태를 희망하는 근로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근로시간의 길이와 임금 사이의 연계를 분리하는 제도를 창설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종전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법안과 다른 점은 근로시간 기준이 아닌 성과 기반의 노무관리를 지향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일과 생활의 통합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하여 높은 전문성을 가진 근로자뿐만 아니라 육아·가족간병을 담당하는 근로자의 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4) 이상과 같이 본서의 저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의 도입과 ‘연장근로 가산율의 수정’ 등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향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른 근로자들의 일하는 방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개별 근로자의 관심이 일 우선, 회사 우선보다 일·가정의 조화, 일과 생활의 조화 등 개인의 시간과 자유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서에서 제안한 근로시간 제도개혁안들은 작금의 우리나라의 동 제도의 개혁을 추진할 경우에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서의 번역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여러 관계자분들의 따스한 격려와 지원이 있어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또한, 거친 번역을 꼼꼼하게 교정해 준 아주대노동연구회의 김준근 박사(노동법전공), 이주호 조교(아주대 대학원 박사과정수료 노동법전공)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의 우여곡절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에 일본과의 라이선스 출판계약을 추진하고, 번역서를 흔쾌히 출판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전체적인 편집 및 출판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예쁘게 다듬고 애써주신 김선민 편집부장님과 편집부 관계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항상 웃음으로 내조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윤형, 윤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7년 11월
아주대 종합관 연구실에서
이승길
역자

이승길(李承吉, sglee79@ajou.ac.kr)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박사과정 졸업(법학박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심판)
고용보험심사위원회 위원
서울중앙법원 조정위원
국가인권위원회(사회권) 전문위원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
동경대학 법정치학부 객원연구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노동법학회 회장(2016)
한국사회법학회 회장(2017-2018)
소시얼아시아포럼(SAF) 한국 대표

<저서 및 논문>
근로계약법제에 관한 연구
노동법의 제문제
성과주의인사와 임금법제
노동법의 기초연구(공동번역)
노동법의 복권(공동번역) 등 다수


저자

오오우치 신야

1963년 효고현(兵庫縣) 고베시 출생
1995년 도쿄(東京)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법학박사)
1996년 고베대학 법학부 조교수
2001년 현재 고베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

<저서>
「雇用社会の25の疑問(第2版)」(弘文堂, 2010)
「君は雇用社会を生き延びられるか」(明石書店, 2011)
「人事と法の対話」(공저, 有斐閣, 2013)
「解雇改革」(中央経済社, 2013)
「君の働き方に未来はあるか」(光文社, 2014)
「法と経済で読みとく雇用の世界(新版)」(공저, 有斐閣, 2014)
「雇用改革の真実」(日本経済新聞出版社, 2014)
「労働時間制度改革-ホワイトカラー·エグゼンプションはなぜ必要か」
(中央経済社, 2015)
「労働法で人事に新風を」(中央経済社, 2015)
「勤勉は美德か」(光文社, 2016)
「AI時代の働き方と法」(弘文堂, 2017) 외 다수
프롤로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왜 필요한가?

Chapter 1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이유는?
1. 자기결정에 맡기면 안되는가?
2. 규제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
3.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규제의 목적
4. 근로시간의 규제는 이론상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5. 노동기준법에 의한 규제는 적절한가?

Chapter 2 일본에서 근로시간의 규제는 어떠한 것인가?
1. 법정 근로시간이란 무엇인가?
2. 법정 근로시간의 예외인 연장근로
3. 가산임금이란?
4. 유연한 근로시간의 규제
5. 관리감독자의 적용제외
6. 노동기준법은 근로자의 휴식을 어떻게 보장하는가?
7. 일본에서 근로시간의 규제가 목표로 한 이상과 현실

Chapter 3 근로자의 건강보호에 도움이 되는가?
1. 시간단축정책은 효과가 있었나?
2. 장시간 근로는 산업재해를 늘리는가?
3. 정부는 장시간 근로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법은?
4. 건강보호는 노동안전위생법의 역할인가?

Chapter 4 미국과 유럽의 근로시간법제는 일본과 어떻게 다를까?
1. 일본의 연간 근로시간은 상대적으로 긴 것은 아니다
2. 가산 임금규제 중심의 미국
3. 유럽연합의 근로시간 지침
4. 옵트 아웃(opt-out)이 특징인 영국
5. 근로시간 단축 선진국의 독일
6. 주 35시간의 국가 프랑스
7. 일본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8. 비교법에서 알게 되는 일본법의 특징

Chapter 5 일본의 근로시간 규제는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1. 근로시간 규제의 모델
2. 일본의 근로시간에 상한 규제의 특이성
3. 과반수대표는 기능했는가?
4. 연장근로가 어떠한 사유라도 허용되는 일본
5. 가산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은 어렵다!
6. 가산임금이 있으면, 더욱 일하고 싶어진다!?
7.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가?
8. 관리감독자제는 탈법의 길?
9. 휴일은 법상 보장받고 있는가?
10. 총괄

Chapter 6 일본인에게 바캉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1. 쉬지 않는 일본인
2. 일본의 연차휴가제도
3. 외국의 연차휴가제도
4. 일본과 유럽 및 미국의 연차휴가제도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Chapter 7 근로시간 제도개혁론은 무엇을 논의해 왔는가?
1. 근로시간 제도개혁론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2. 제2차 아베 정권에서 재연된 개혁론
3. 노동법학의 반응은?
4. 삼위일체개혁에 대한 약간의 의문
5.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의 도입에 대한 장애는 더 이상 없다?

Chapter 8 새로운 근로시간제도를 위한 제언
1. 가산임금은 정말로 유지해야 하는가?
2. 근로자의 건강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3. 일본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이렇다!
4. 바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론

에필로그: 잔업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