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21.09.08
중판 2020.04.15
제2판 2020. 1. 30
중판 2014. 4. 30
중판 2012. 2. 20.
초판 2010. 9. 15.
현대 노동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후고 진쯔하이머(Hugo Sinzheimer, 1875~ 1945)는 그의 저서 『노동법 원리』(Grundzüge des Arbeitsrechts)에서 노동법학의 궁극적 과제를 “종속노동(abhängige Arbeit)에 의존하는 인간의 지위를 사회구조 전체 안에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로 집약했습니다. 그는 ‘노동 법령과 문헌․판례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것’으로 희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이러한 과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까요.
돌아보면 2010년에 이 주해서의 초판이 나왔습니다. 늦었지만 우리 노동법 분야에서 최초로 선보인 주석서인 데다가 실무가들 중심으로 집필한 것이어서 처음 발간 당시의 기억과 감회가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로부터 딱 10년이 지나 이번 제2판이 나왔습니다. 그사이 변모한 우리 노동 법령과 문헌․판례가 개정 작업을 떠밀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10년의 틈새에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법복의 무게를 벗고 얼마 되지 않아 노동법연구소 해밀을 창립하였습니다. “노동의 문제가 있는 곳에 노동법이 진정한 해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해밀’의 설립 목적이었습니다. 창립 7주년을 넘긴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합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희귀질환 발병을 둘러싼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위원회’에 이어 최근의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노동 관련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논의기구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성과는 불문으로 하고,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場)이 마련되었다는 것, 노동현장의 문제를 곧바로 직접 다루었다는 것, 노동을 ‘상품이 아닌 인격’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경험의 축적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런 것들에서 엿볼 수 있는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노동이 자본과 상생하고 공존하는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애써 그 여정을 떠난 노동법이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도 한참 멀구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노동법을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을 노동법이라고 말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직결됩니다.
그사이 많은 노동법 연구자들도 비슷한 고심을 해왔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예를 들어, 도재형 교수는 2016년에 펴낸 『노동법의 회생』에서 노동법의 미래 과제를 짚어 주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되면서 우리 노동법이 겪은 위기,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동법이 회생을 모색해 나간 과정 등을 서술하면서, 노동법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차분히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고용복지법센터 이철수 교수가 2017년에 편저자로 펴낸 『전환기의 노동과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노동법학․노동경제학․노사관계학․사회복지학․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거시적인 관점의 노동현안과 아울러 법 개정 또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노동과제 각론에 대해 문제점과 원인을 심층 분석․진단하고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습니다. 일일이 거명하지 못해 송구하지만,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를 비롯하여 한국노동법학회,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노동법이론실무학회,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법연구소 해밀 등에 속한 수많은 실무가와 학자들이 꾸준히 노동법 연구에 진력해 왔습니다.
2020년의 이번 제2판 역시,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축적되고 있는 노동법의 연구결과 및 논의들과 더불어, 노동법 관련 세부 이슈와 쟁점들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노동법이 장차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 일조를 할 것입니다.
이 주해서 초판이 출간된 바로 같은 해에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 1952~)가 저술한 『자본주의 4.0』이 나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칼레츠키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원년을 1776년으로 잡았습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국부론』이 출간된 해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은 1930년경까지 1.0 버전의 자유방임주의, 1930년경부터 1980년경까지 2.0 버전의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1980년 이후 이른바 3.0 버전의 신자유주의로 이어졌으나, 2008년 맞이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계기로 4.0 버전으로 전환되었다고 진단합니다.
칼레츠키에 의하면 3.0 버전의 신자유주의에서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 시장이 경제를 주도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4.0 버전에서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으며 정부와 시장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결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법의 역할도 3.0 버전과 4.0 버전에서 서로 다를 것입니다. 칼레츠키의 이러한 견해에 비추어 본다면, 3.0 버전에서 4.0 버전으로 막 전환되던 무렵에 나온 초판과 비교하여 온전히 4.0 버전으로 바뀐 뒤에 나온 이 제2판에서 달라진 노동법의 변곡점을 읽어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물론 우리 노동법은 앞으로 더 많은 진화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 제2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겨져 있는 부분은 향후 제3판, 제4판 등에 담아내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노동법학의 궁극적 과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는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가 이 주해서 초판과 이어진 이번 제2판 발간 작업에 공을 들인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위 궁극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지만 한 걸음이고 결실이라는 점입니다.
그 길을 연구회의 역대 회장을 역임해 주신 김용덕․조희대․조재연 전․현 대법관님들과 현 회장이신 김선수 대법관님이 앞장서 이끌어 주셨습니다. 당연히 이 제2판 집필 작업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집필진 44명 한분 한분의 성함은 본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여기서 거명하는 것은 과감히 줄이겠습니다. 나아가 편집위원들의 공로도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민기․김진석 고등법원 고법판사, 권창영․김진․최은배 변호사, 도재형․신권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편집위원회 간사인 마은혁 지방법원 부장판사, 김희수․임상민 재판연구관이 거칠고 힘든 편집작업에 정성을 다해 주었습니다. 특히 편집위원회 간사 마은혁 부장판사의 선한 의지, 성실한 추진력, 착한 열정은 자칫 더딜 수도 있는 발간 작업을 힘있게 견인해 주었습니다. 각별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그리고 막판 원고 교정 작업에 힘을 보태준 법원 노동법분야연구회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도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초판에 이어 제2판 발간을 맡아준 박영사 관계자분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출산에는 산고(産苦)가 동반합니다. 하지만 출산은 축복입니다. 산고를 잊고 기쁨을 같이하게 합니다. 이 제2판 출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출간과 더불어 출간 때까지의 고통을 잊고 연구회 회원 모두, 그리고 이 책을 펼쳐 들 독자 여러분들과 기쁨을 같이 나누려 합니다. 출산과 동시에 갓난애가 산모인 엄마의 몸을 나와 세상을 마주하듯이, 이 책 역시 출간이 완료되는 순간부터는 연구회의 손을 떠나 이 책을 펴드는 독자 여러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새로운 소통의 시작입니다. 모쪼록 이 제2판 발간을 계기로 ‘노동이란 무엇인가’, ‘노동법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밑 토론을 독자 여러분과 계속 이어가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월 31일
공동편집대표
김 지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