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05. 10. 20.
초판 2003. 8. 10.



성공적인 기업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가 쓰는 의약품, 컴퓨터, 자동차 같은 물건들은 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언론, 출판, 영상 사업도 기업의 형태를 취한다. 개인이나 몇 사람의 그룹이 할 수 없는 일을 기업이 한다. 기업과 기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정부를 유지한다. 또, 기업이란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일하고 배우면서 각자 생계와 발전의 터로 삼는 곳이다. 즉, 고용을 창출하고 보다 나은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며 개인적인 발전의 통로도 제공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단 하나의 회사가 인생의 거의 전부인 경우도 있다. 한편, 현대의 대기업들은 거대한 연구기관이며 심지어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영리적 목적을 위해서 이든, 사회에의 기여를 위해서이든, 학술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는 인류가 발달시켜 온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기술을 통해 집약되어 있는데 예컨대 병원에서 사용하는 특수의약품 한 알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 온 관련 분야의 모든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제품의 효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와 지식의 축적 작업은 계속된다.

이렇듯 인간의 생활에 중요한 기업은 누가 소유하고 누구에 의해 경영되는가?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경영해야 가장 효율적인가? 소유자와 경영자의 관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기업의 소유자가 기업을 경영하면 안되는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5 퍼센트도 안되는 지분을 가진 주주가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면 안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에서는 왜 주주들이 최종적인 의사 결정권을 갖고 채권자와 종업원들은 그런 권리를 갖지 않는가? 도대체가 기업을 소유한다는 것이 주식을 소유한다는 것과 왜 동의어인가?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해서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 사외이사가 많을수록 좋은가? 사외이사는 기업의 경영이나 기술에 밝은 인사들이 좋은가, 아니면 법률이나 회계전문가이어야 하는가? 기업들이 좋은 조건에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이 기업활동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이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하는가? 우리 나라의 기업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상, 제도상의 제약을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세계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며 법과 제도는 어떻게 그를 지원할 것인가? 우리 나라에 진출해 오는 외국기업들을 우리의 법과 제도는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기업금융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기업의 실적과 기업의 지배구조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널리 받아들여져 있는 가설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논의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법률의 개혁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자본시장을 변화시켜 개선할 수 있는가? 아니면 기업들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 기업 활동의 국제화와 자본시장의 세계화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면서 이 책은 세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첫째, 이 책은 법률 또는 자본시장의 여러 가지 제도와 기업지배구조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한다. 우수한 실무와 효과적인 정책은 반드시 설득력 있고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소견이다. 둘째, 대기업의 경영자들과 이사회가 실제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무적인 가이드 라인과 사례를 소개한다. 여기서는 기업이 속해 있는 제도상의 제약을 탈피하여 개별적인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포함하여 논의 한다. 여기서는 이 책이 단순한 이론서의 차원을 벗어나 기업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였다. 셋째, 정책 당국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법률의 개혁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의 정비가 논의된다. 넷째, 이 책은 영토개념을 기초로 성립된 주권국가의 정치권력이 국경개념을 희석시키는 기업활동과 금융의 전개로 인해, 국제화된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대변되는 경제권력으로의 힘의 이동을 막지 못하는 초기적 모습을 포착하고 그와 같은 조류의 배경을 파악하고자 한다. 기업활동과 금융은 스탠포드 법대 프리드만 교수의 표현처럼 '어디에도 없으나 어디에나 있는' 인터넷 정보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최대 수혜자이다. 근대 주권국가의 영토개념과 그 개념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한 국제금융과 인터넷의 시대는 지금 과도기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금융에 관한 논의에서 이는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이 그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저자가 1999년에 'M&A와 경영권' 제3판을 펴낸 후에 국내외에서 발표한 여러 논문과 칼럼, 실무경험 등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스탠포드법대에서 2002년 가을학기부터 매년 담당하게 된 국제기업지배구조론(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의 첫해 강의안 일부를 기초로 하여 쓴 것이다. 이 강의에서는 약 2,000페이지가 넘는 자료집 외에 저자가 제작한 200개 이상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가 사용되었고 학생들이 강의 자료를 정리한 약 400개 이상의 슬라이드가 만들어졌으며 100개에 가까운 외부의 슬라이드도 활용되었는데 이 방대한 자료의 정리작업이 이 책의 골간을 이룬다. 물론 이 책의 독자가 우리 나라 기업의 경영과 실무, 관련 정책의 입안 및 집행에 관련된 분들일 것이기 때문에 강의 내용의 국산화에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고 우리 나라, 미국, 독일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내용들은 제외하였다. 같은 학기중에 개최된 개발도상국 기업들의 외국 증권시장 동시상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기업금융의 국제화와 증권시장의 구조재편이 기업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정책이 제시된 바 있으며 그 내용도 대부분 이 책에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저자가 국제기업지배구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들이 일차 정리되어 발표된 셈이다. 그러나, 특히 실무전문가들에게는 직접 참고로 할 수 있는 잘 정리된 자료집이 더 긴요한 것이어서 다음 프로젝트로 국내외의 글로벌 기업, 로펌, 국제투자은행, 자산관리전문가, 시장감독기관, 외교통상분야 및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항상 참고로 할 수 있는 자료집을 강의자료를 기초로 하여 이 책에서 정리한 내용의 영문 버전과 함께 외국의 출판사에서 간행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미리 적어둔다. 이 책 내용상의 모든 책임은 저자에게 있다.

2003. 7월
저 자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졸업
독일 뮌헨대학교 법학부, 동 대학원 졸업(Dr.iur.)
미국 하버드법대 졸업(LL.M)
미국 뉴욕주 변호사
제일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노스웨스턴법대 레이몬드펠로, 하버드 법대 객원연구원
한양대 법대, 사법연수원 강사
한국증권법학회 총무ㆍ기획ㆍ연구이사
미국 스탠포드 법대 계약교수

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미국 포드재단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

제1부 세계화시대의 기업과자본시장

제1장 경영권의 마술
제2장 사상 최대의 적대적 M&A
제3장 기업금융의 세계화와 자본시장의 구조개편
제4장 세계화시대의 기업지배구조론


제2부 기업의 소유와 경영

제5장 기업의 지배구조와 기업가치
제6장 소유?경영의 분리와 경영자통제 비용
제7장 상장기업 이사의 의무와 법률적 책임
제8장 기업가치의 평가와 이사회의 의무
제9장 상장기업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제10장 상장기업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제3부 기업금융의 국제화와 기업지배구조

제11장 국제기업지배구조론
제12장 세계 각국 기업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제13장 기업지배구조 수렴론
제14장 증권시장의 세계적 통합과 기업지배구조
제15장 독일의 기업금융과 자본시장의 최근변화
제16장 다이믈러-크라이슬러 합병과 글로벌 주식
제17장 증권시장의 국제경쟁력과 자율규제
제18장 기업지배구조와 금융에 관한 국제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