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009. 1. 25.


사회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변한다. 빙하기의 도래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의 결과로 사회가 변하기도 하고, 종교적 지도자와 같은 카리스마의 출현에 의해서 새로운 사상이나 이념이 인간의 가치체계에 들어옴으로써 사회가 변하기도 한다. 또한 인접 사회로부터 문화나 가치체계가 수입되면서 사회가 변하기도 하며, 전쟁 등의 폭력에 의해서 사회가 변하기도 한다. 사회가 변동하는 데에는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21세기를 맞은 현재의 한국 사회변동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네트워크 사회의 진전이다. 사회의 각 영역이 네트워크에 의해서 엮이고, 이질적인 분야들이 네트워크에 의해 통합되고, 심지어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의해서 지역과 세계가 통합되어 가는 힘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가장 핵심적인 추동력이다. 따라서 과거 19세기의 사회과학자들이 근대 사회의 출현을 설명하고자 했고, 20세기 초미의 관심사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변천이었다면, 21세기의 사회과학의 핵심적인 관심은 네트워크 혁명이 가져올 사회변동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사회란 정보통신 기술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회가 구성되고 조직되며 사람들이 사고하는 총체적인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사회이다. 이제 언론이나 일상생활에서는 하루에도 수 번씩 ‘네트워크’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고, 덕분에 '네트워크'라는 단어의 의미 역시 큰 폭으로 확장되어 어떤 하나의 단일한 개념이라고는 보기 힘들게 되었다.

㈎ “네트워크 설비 보수공사로 인해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공사 표지판)
㈏ “역시 직장에서 출세하려면 네트워크가 좋아야 해”(일상 대화)
㈐ 현대 사회에서 효율적인 조직구조는 ‘위계조직’에서 ‘네트워크 조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네트워크라는 단어의 의미는 다중적이다. ㈎에서 네트워크는 물리적인 통신설비를 지칭하지만, ㈏와 ㈐에서는 하나의 점과 다른 점 사이의 추상적인 친밀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어떤 끈끈한 관계를 지칭하는 반면, ㈐에서는 인격이 아닌 조직이 서로를 통제하고 작동하는 원리를 말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네트워크는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적 관점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서, 이 책 전체의 내용을 ‘인지 틀의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앞의 그림은 각 장(章)의 내용이 갖는 유기적 연결관계를 바탕으로 전체 책의 내용을 네트워크의 형식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앞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크게 두 줄기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줄기에서는 ‘네트워크 사회’의 의미와 발달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면서 그 특징을 파악하고, 오른쪽 줄기에서는 경험적 사례를 분석하는 틀을 제공하거나 실제로 분석한다. 크게 보면 ‘이론적 논의’와 ‘실제 현상’을, 그리고 긍정적인 현상으로서 ‘가치의 생산’과 부정적인 현상으로서 ‘사회적 위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위 그림에서 보듯이, 각 장은 다른 장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상호 보완적인 연결 속에서 총체적인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각 장의 논의가 결국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앞 그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대학교 학부생 이상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일부 내용은 사회학 일반 및 집합행동 이론, 경제학, 물리학 등 학문 분과의 사전 지식이 있으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읽는 데 큰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어 중 하나인 ‘Network Army’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 지를 두고 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원어를 그대로 옮겼을 때, ‘군대’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위계적이고 강제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기 때문에 자칫 용어 자체가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만한 좋은 용어가 마땅치 않았고, 또 원어의 내포적 의미를 최대한 가감 없이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네트워크 군대’로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 없었으면, 이 책은 세상 구경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최영일은 복잡계와 인터넷의 상전이를 소개하는 8장의 초안을 마련해 주었고, 구본승은 7장 2절에서 네트워크에 의해서 가치가 생산되는 사례를 찾아내 초안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박세웅·전소영과 함께 쓴 논문인 ‘온라인 사회연결망의 구조분석: 싸이월드 일촌 연결망을 중심으로’는 9장에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여러 동료 및 학생들과의 일상적인 대화는 우리의 생각을 다듬고 확장시켜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의 대상이 워낙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본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예시는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속도가 느껴질 정도이다. 새로운 현상이 떠오르는 속도도 사라지는 속도만큼 빠른데, 초고를 마친 직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었고,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하는 동안에 인터넷을 통한 악성 루머의 유포가 유명 연예인의 자살을 부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발 금융위기는 지금 이 머리말을 쓰고 있는 순간에 전 세계의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듯한 기세로 네트워크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외환 보유고 세계 6위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던 정책 당국자들도 네트워크의 공명 현상과 상전이 현상이 야기하는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네트워크 사회의 현상을 복잡계 현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회의 단면이라 생각한다.

2008년 11월?
김용학ㆎ하재경?

University of Chicago에서 박사학위 받음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Rationality and Society의
Associate Editor 역임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1부?네트워크 사회란

제1장　서　　론

제2장　네트워크의 의미 다중성

2.1 통신 매체로서의 네트워크??
2.2 사회 연결망으로서의 네트워크??
2.3 조직 구성원리로서 네트워크??
2.4 인지 틀로서의 네트워크??

제3장　통제의 관점에서 본 네트워크 사회

3.1?산업혁명??
3.2?네트워크 혁명??
3.3?네트워크 혁명의 결과??

제4장　네트워크의 특징

4.1?분포적 특징??
4.2?네트워크의 생성 원리??
4.3?네트워크의 효과??



제2부?네트워크 사회의 협동

제5장　협동 이론의 난제

5.1?협동의 유형??
5.2?협동의 걸림돌??
5.3?협동은 왜 일어나는가??
5.4?다양한 해결책들??

제6장　온라인 협동

6.1?온라인 환경의 구조적 변화??
6.2?온라인 협동의 참가 동기??
6.3?생산함수의 재편??
6.4?협동의 유형화??

제7장　네트워크 군대의 양면성

7.1?왜 네트워크 군대인가??
7.2?가치생산 방식으로서 네트워크 군대??
7.3?사회적 위험으로서 네트워크 군대??
7.4?네트워크 군대의 순기능??


제3부?네트워크와 상전이

제8장　복잡계와 인터넷 상전이

8.1?복잡계의 특성??
8.2?상전이란??
8.3?네트워크와 복잡계??

제9장　복잡계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 구조

9.1?싸이월드의 일촌관계 분석??
9.2?싸이월드 일촌의 사회적 관계??

제10장　결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