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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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본 정치와 정부 - 공공경제학 입문 -
경제학에서 본 정치와 정부 - 공공경제학 입문 -
저자
이정전
역자
-
분야
경제학 ▷ 경제사/경제정책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05.09.1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408P
판형
크라운판
ISBN
89-7189-215-3
부가기호
강의자료다운
-
정가
23,000원
중판 2008. 8. 10.

정치가와 정부를 욕하는 소리가 우리 주위에 끊임없이 나돌지만, 많은 우리 국민들은 정작 정치가나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적당히 보아 넘긴다. 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공공선택이론(소위 신정치경제학)은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그런 안이한 태도에 일대 경종을 울리는 이론이다. 그런 안이한 태도가 곧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공공선택이론에 의하면, 정치가와 정부는 우리 국민이 부단히 감시하고 견제하고 경계해야 할 위협적 존재다.

저자가 그런 공공선택이론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8년 미국 매릴랜드대학교 경제학과 객원교수로 지내던 시절에 찾아왔다. 당시 매릴랜드대학교 경제학과 버지니아대학교 경제학과와 더불어 공공선택이론의 본산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곳에서 미국 공공선택학회 회장을 지낸 올슨 교수를 만났고 공공선택이론에 대한 저서를 집필중이던 뮬러 교수를 만났다. 교수의 신분으로 강의실 귀퉁이에 쭈구리고 앉아서 열심히 들었던 올슨 교수의 명강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정치가는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정부의 각 부처는 국익이 아닌, 부처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공공선택이론의 기본 전제가 저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저자의 본래 전공이 시장의 실패를 강조하고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토지 및 환경경제학인데다가 당시 마르크스 경제학의 연구에 몰두하던 터라 저자는 공공선택이론을 선뜻 수용하지는 못했다. 다만, 마르크스 경제학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이론이기에 학문적 호기심을 계속 가지고 틈틈이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가 귀국 후 시민단체에 몸담고 활동하면서 정치가와 정부를 가까이 보게 될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고, 그러면서부터 공공선택이론이 뼈대 있는, 매우 현실적인 이론임을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정치현실을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정치가와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곶감 빼먹듯 한다는 말이 더욱더 실감났다. 특히 경부고속철도건설사업과 새만금간척사업의 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그런 느낌이 한층 더 굳어졌다. 수많은 국가적 사업들이 국민 개개인의 복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그런 사업들이 관료와 정치가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집행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쌓여갔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현실을 단순히 고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 현실에 무언가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를 이론적으로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점에서 공공선택이론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지난 수년 간 서울대학교에서 맡아온 공공경제학 강의에서도 공공선택이론에 대한 얘기를 점차 더 많이 들려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공공선택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교재의 필요성도 자연히 느끼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이론을 쉽게 풀이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그래서 이 책을 서둘러 쓰게 되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편짜기 하는 풍조가 너무 심한 것같다. 굳이 보수와 진보를 따진다면, 시장의 원리를 숭상하고 사유재산권을 극단적으로 옹호한다는 점에서 공공선택이론은 극보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에서 보면 이 이론은 역겨운 이론일 수도 있다. 평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폐해와 한계를 역설해 온 저자가 그런 극보수 이론을 열심히 소개하고 돌아다니는 데 대하여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가 참된 진보이기 위해서는 보수논리를 훤하게 꿰뚫고 나서 이를 극복해야 하며, 보수가 참된 보수이기 위해서는 진보논리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나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타협이 있다면, 그것은 그런 참된 보수와 참된 진보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상대진영의 주장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지사지의 태도로 상대방 주장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묵살하고 내 주장만 들이대는 지식인들의 추태가 이제 식상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진보진영에 삿대질해대는 우리나라 보수성향의 인사들 중에서 예컨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밑줄 그어가며 끝까지 정독해 본 분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보수진영을 매도하는 진보성향의 인사들 중에서 예컨대 하이에크나 노직 등의 보수적 사상을 꼼꼼히 짚어본 분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상대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만 해대는 무책임한 태도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제발 없어져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돌이켜 보면, 매릴랜드대학교에 1년간 초빙교수로 가있던 시절이 저자에게는 일대 학문적 전환기이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공공선택이론의 신봉자라는 것은 아니다. 이 이론에 많이 공감은 하지만, 솔직히 썩 마음에 드는 이론은 아니다. 이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정치가는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관료는 부처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공공선택이론의 기본가정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합리적이며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봉사하는 정치가와 관료들도 무척 많다. 그런데 현실은 왜 영 딴판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물론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곡절이 있다. 비록 사회구성원 각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사회는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은 왜 정부가 존재하며 왜 정부가 필요한가를 다루는 부분이다. 정부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이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경제학은 주로 “시장의 실패” 때문에 정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시장의 실패가 제1편의 핵심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의 틀에 입각해서 시장의 실패 현상을 다루기로 한다. 제2편의 주된 내용은 국민의 마음을 잘 읽어서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결정하는 문제, 즉 집단 의사결정의 문제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한다면, 수요를 추정하는 문제이다. 구조적 요인 탓으로 정치권이 이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하는 현상을 “정치의 실패”라고 정의하였다. 제2편은 바로 이 정치의 실패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분이다. 제3편은 “정부의 실패”를 다룬다. 설령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치권이 잘 파악해서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세웠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결정된 국민의 듯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현상을 “정부의 실패”라고 정의하였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데에는 여러 분의 도움이 있었다. 우선 한국공공선택학회 임원 여러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저자로 하여금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공공선택이론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도와주신 황수익 전 회장님, 최광 교수, 오연천 교수, 그리고 공공선택학회 임원 여러분들께 고마움의 말씀을 드린다. 정용덕 교수와 이성규 박사에게도 특별히 감사드린다. 이 두분은 우리 학회를 위해서 열심히 봉사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김완진 교수와 홍기현 교수 그리고 경제철학집담회에 참여하시는 여러분의 좋은 말씀에도 감사드린다. 이 책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조홍식 교수의 격려에도 감사를 드리고.

공공선택이론은 학제 간 연구의 성격이 매우 강한 이론이다. 이 책의 제1편에서 다루는 내용은 경제학의 핵심부분이고, 제2편에서 다루는 내용은 정치학에 많이 나오는 것들이고, 제3편에서 다루는 내용은 행정학에 많이 나오는 것들이다. 학제 간 연구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큰 추세에 비추어 한국공공선택학회가 학제 간 연구의 모범을 보이면서 번성해 가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학제 간 연구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초고를 꼼꼼히 읽어준 허가형 박사 그리고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의 김윤성, 김성욱 양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이 책이 마무리될 무렵 저자가 아끼던 허가형 양이 박사학위를 받고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앞으로 힘찬 비상을 기대한다. “토지경제학”과 “환경경제학”에 이어 이 책의 출판을 맡아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5년 8월
관악산 연구실에서
이 정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
미국 아이오아주립대 경제학과 졸(경제학박사)
미국 메릴랜드 객원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
건설교통부 국토이용심의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대통령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공공선택학회 회장

제1편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역할

제1장 신정치경제학의 부상
제2장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제3장 죄수의 딜레마


제2편 정치의 실패

제4장 다수결의 논리
제5장 투표의 역설
제6장 합리성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제7장 전략적 투표와 민주주의 정치의 실패


제3편 정부의 실패

제8장 정부의 거대화
제9장 관료의 행태와 이익단체의 발호
제10장 조세와 비용ㆍ편익분석
제11장 공공선택이론에 대한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