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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 불취학자들의 배움: 야학경험자의 구술사를 토대로
신간
식민지 조선 불취학자들의 배움: 야학경험자의 구술사를 토대로
저자
이정연
역자
-
분야
교육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3.03.01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80P
판형
신A5판
ISBN
979-11-6519-334-8
부가기호
9337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9,000원

초판발행 2023.03.01


내가 국민핵교만 나왔어도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겨…


이 말은 작고하신 내 어머니의 평소 입버릇이었다. 어머니는 1931년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셨고 만 14세에 해방을 맞이하셨다. 한 번도 학교 문턱을 넘어본 적은 없으나 한글과 구구단과 같은 간단한 문해·계산능력은 있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으셨다.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데도 어느 정도 문해 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식민지기 마을에 개설된 야학에 다니셨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야학에 다니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 상세한 이야기까지는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 야학경험자로서 어머니께도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를 통해 당시 어머니의 학습의욕이 남다르게 높았다는 점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에서 소개한 말씀을 평소 왜 그렇게 자주 하셨는지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매년 농한기라는 짧은 기간에만 운영되긴 했으나 마을 청년이 가르쳤던 야학이 배움에 목마른 불취학 아동이었던 어머니께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마련된 것은 필자가 2011년부터 참여했던 일본학술진흥회 과학연구비 조성사업 공동연구 ‘일본 통치하 대만·조선의 학교교육과 주변문화 연구(日本統治下臺灣·朝鮮の學校敎育と周邊文化の硏究)’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이 공동연구에서 사회교육 분야를 담당했고, 그중에서도 식민지 조선의 야학에 대해 조사·연구하게 되었다. 식민지기 야학에 대해서는 박사학위논문에서도 조금 다루긴 했지만 주로 문헌자료에 의존했었기 때문에 식민지기에 실제로 야학에서 배운 사람들이나 가르쳤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조사의 필요성을 늘 느껴왔다. 하지만 좀처럼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고 시간만 흘러가던 때에 위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게 되면서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야학경험자(학생과 교사)들의 증언을 모으는 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식민지기 야학경험자들을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본문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조사에 착수하려던 시점에 야학경험자들의 연령은 이미 80세를 넘은 고령이었고, 학교와는 달리 야학은 학적부 등과 같은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동연구 2년 차에 들어섰을 즈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필자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좀처럼 조사 착수가 쉽지 않아 한국에 사는 가족에게 야학경험자를 찾아줄 수 있는지 상의를 하게 되었고 가족들은 흔쾌히 응해 주었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척, 지인 중에서 조사대상자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인터뷰조사를 받으신 분들이나 그 가족분들께 다시 소개받는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해 갔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대상자가 많이 나타나 공동연구 종료 이후에도 개인연구로서 다른 연구조성비를 획득해 야학경험자들에 대한 인터뷰조사를 계속 진행해 갔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주변 사람들의 소개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그 후로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을 돌면서 직접 야학경험자들을 찾아나서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서 검색한 신문기사나 블로그 등에 식민지기 야학에 관련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신문사나 블로그 관리자에게 직접 문의하거나 해당 지역에 직접 찾아가 탐문하기도 했다. 또한 TV 뉴스나 다큐멘터리 방송에 나오는 인터뷰 내용 중에 “야학에서 배운 적이 있다”와 같은 야학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그 인물을 찾기 위해 방송국에 문의하거나 그 인물이 사는 마을의 이장이나 노인회장 등에게 부탁해 소개받기도 했다. 그리고 야학경험자에 대한 인터뷰를 위해 현지를 방문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그 지역의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을 찾아가 야학경험자를 수소문해 보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사대상자 발굴 작업은 필자가 일본에 거주하는 관계로 대부분 한국에 있는 필자의 둘째 오빠가 도맡아 해 줬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발견된 야학경험자는 팔순을 넘긴 고령이라서 한 명이라도 발견이 되면 일본에서 서둘러 건너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로 인해 조사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조사대상자 수는 조금씩 늘어갔다. 

조사대상자의 거주지는 북쪽으로는 강원도 평창에서 남쪽으로는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 있다. 본서에서 다루는 것은 64명의 증언이지만 실제로 조사를 한 인원은 86명으로 조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인터뷰조사를 위해 방문했으나 인터뷰를 시작한 지 몇 분 혹은 몇 십분 경과했을 즈음 야학경험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의 낙담과 허망함으로 순간 당황했던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식민지기의 학교교육이나 실생활, 시대 정황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예를 들면, 강원도 평창에 사는 야학경험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겨울이어서 눈도 많이 내리고 꽤 추운 시기였다. 도중에 길을 헤매서 전파도 잘 안 터지는 산속 깊이까지 들어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조사대상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깜깜해진 후였다. 서둘러 인터뷰조사를 시작한 지 몇 분인가 지났을 즈음 조사대상자가 야학에 다닌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상은 식민지 말기 마을에서 이루어진 성인 대상 국어강습회로 보이는 곳에 조사대상자의 어머니가 참여했었고, 그곳에 몇 번인가 따라갔을 때 익혔던 일본어를 조금 기억하는 정도였다. 그것을 조사대상자의 자제분이 야학에서 배운 것으로 착각해 모친을 우리에게 소개한 것이었다.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모친이 일본어를 조금 배웠다고 하니 야학에서 배운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식민지기 당시 산간지역의 생활상을 비롯해 산간벽지라서 교육시설은 물론 외부인의 출입조차도 쉽지 않았던 지역민에 대해 식민지 말기 일어상용정책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등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렇게 야학에 다닌 적이 없거나 혹은 간이학교 등에 다녔던 사람을 야학경험자라고 소개받게 된 이유는 조사대상자를 물색할 때 식민지기 당시 정식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운 적이 있는 사람으로 다소 폭넓게 찾았고, 그로 인해 간이학교를 정식 학교로 간주하지 않아 조사에 응한 경우가 여럿 있었다. 또는 소개자와 조사대상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야학에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을 소개받는 등 그 이유는 다양했다. 


야학경험자들을 찾아내는 일은 물론 조사대상자가 거주하는 곳까지 운전하고, 인터뷰조사를 보조하고, 녹취록 작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사과정에 동행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둘째 오빠부부(이준권, 박영섭)가 없었다면 본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막냇동생의 연구를 위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조력을 아끼지 않았던 오빠 부부께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 협력해 주신 다른 형제들과 친척, 지인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본서는 올해 3월 일본에서 먼저 출판한 『植民地朝鮮における不就學者の學び―夜學經驗者のオ"[ラル·ヒストリ"[をもとに―』(HAKUEISHA)의 한국어판이다. 일본어판 출판에 이어 이번 한국어판 출판까지 가능하게 해 주신 박영사의 나카지마 케이타(中嶋啓太) 선생님과 편집을 맡아주신 김민조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일본어판 출판 때 일본어 교열을 맡아주고, 이번 한국어판 출판에서는 식민지기 일본어 자료의 한국어 번역확인 작업을 도와준 동경대학 박사과정 마츠오 유미(松尾有美) 선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아울러 본서를 출판하는 데에 있어 ‘공익재단법인 히로세재단(ヒロセ財團)’의 연구조성금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조사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한일 양국에서의 출판이 상당히 지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묵묵히 기다려주신 배려와 지원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인터뷰조사로 야학경험자를 방문하면 처음에는 ‘제대로 된 학교도 아닌데 왜 조사를 하느냐’라던가 ‘인터뷰할 정도로 대단한 내용도 없다’,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라는 등의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긴장도 풀리고 이야기도 탄력을 받아서인지 점점 마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이면서 당시의 경험담을 풀어내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인터뷰가 끝나고 작별인사를 할 때가 되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문 밖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고마워하시거나 “언제 또 오냐?”라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수 없어 야학에 다닌 사실을 부끄럽게만 여겨 왔던 자신들의 과거를 전부 쏟아내 후련해서인지 또는 누군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어르신들 표정에서 뭔가 치유 받고 해방된 듯한, 그리고 한층 기분이 고양된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종종 있었다. 이번 조사가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2013년 4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약 5년 6개월에 걸친 긴 조사 기간과 그 조사결과를 본서로 정리하기까지 걸린 약 4년이라는 기간을 합하면 조사개시부터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야학경험자들 중에는 본서를 받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여럿 계신다. 바지런하지 못한 필자 탓에 본서가 완성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야학경험자 및 가족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어려서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을 늘 한스럽게 생각하셨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지혜로우셨던 존경하는 나의 어머니 송정섭 여사를 비롯해 이번 조사에 협력해 주신 야학경험자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 


2023년 3월

이정연


이정연(李正連)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교수, 박사(교육학)

전공분야는 사회교육, 평생교육

동국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부 및 석사과정을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대학(名古屋大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 나고야대학 대학원 교육발달과학연구과 조교수로 부임, 이후 부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는 동경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교육 및 연구에 힘쓰고 있다. 2022년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사회교육’의 기원과 전개』(학이시습, 2010), 『日本の社會敎育·生涯學習―新しい時代に向けて―』(大學敎育出版, 2013, 공편), 『社会教育福祉の諸相と課題:欧米とアジアの比較研究』(大學敎育出版, 2015, 공저),『國家主義を越える日韓の共生と交流―日本で硏究する韓國人硏究者の視點』(明石書店, 2016, 공편저), 『躍動する韓國の社會敎育·生涯學習―市民·地域·學び』(エイデル硏究所, 2017, 공편저), 『人生100年時代の多世代共生−‘學び’によるコミュニティの設計と實裝−』(東京大學出版會, 2020, 공저) 등이 있다. 


서장 조선민중의 교육욕구는 충족되었는가?

제1절 근대 교육과 조선민중······················································ 3

제2절 선행연구의 검토와 본 연구의 과제······································ 9

제3절 식민지 교육사연구에서의 구술사연구방법의 가능성·············· 15


제1장 식민지 조선의 교육정책 전개

제1절 ‘취학독려’에서 ‘학생선발’로 전환······································· 25

1 3 · 1운동 이후의 교육정책 변화·········································· 27

2 조선총독부의 미온적인 학교증설정책·································· 33

제2절 일석이조의 사회교육시책 전개········································· 43

1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교육’시책··································· 45

2 ‘졸업생지도’시책························································· 51

3 ‘국어’의 보급정책························································· 57

제3절 사립교육기관에 대한 통제·············································· 63


제2장 교육욕구의 고조와 야학 증가

제1절 3 · 1운동 이후의 교육열 발흥과 입학난 문제························ 77

1 입학경쟁의 심화와 불취학 아동문제···································· 79

2 교육에서의 지역격차 및 남녀격차······································ 85

제2절 불취학자의 배움터, 야학의 증가······································· 91

1 야학의 유형: 야학과 학술강습소의 구분································ 94

2 야학의 설립주체 및 목적················································ 96

3 교육내용 및 교재························································ 103

4 재정 및 운영상황························································ 105

제3절 민중교육운동과 야학···················································· 111

1 청년 및 노농단체, 종교단체의 민중교육운동·························· 113

2 농민계몽 및 문자보급운동·············································· 114


제3장 불취학자들의 배움의 실태

-1930~40년대 야학경험자의 구술사를 바탕으로-

제1절 1930~40년대의 교육상황과 불취학 문제···························· 123

제2절 구술사로 본 야학 실태·················································· 133

1 조사대상 및 내용 · 방법················································· 137

2 야학경험자의 구술사로 본 불취학 아동의 배움······················· 147

제3절 사설학술강습소에서의 불취학 아동의 배움························· 191

1 입학난 문제로 인한 사설학술강습소에 대한 기대와 우려············ 193

2 학교 대체시설 및 입시학원으로서의 기능····························· 199

3 지역의 거점시설로서의 역할··········································· 203


제4장 여성의 배움과 야학

제1절 식민지기 조선인 여성의 교육상황···································· 213

1 조선인 여성의 불취학 문제와 요인····································· 215

2 조선총독부의 여자교육정책과 조선인 여성상························ 220

제2절 여성교육에서의 야학의 역할과 의미································· 227

1 3 · 1운동 이후 여성교육의 새로운 움직임······························ 229

2 신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야학·········································· 235

제3절 야학에서의 여성의 배움 실태와 특징

- 1930~40년대 야학경험자의 구술사를 토대로 -························ 243

1 야학에서 여성의 배움에 주목하는 이유································ 245

2 구술사로 본 여성의 배움과 야학······································· 246


제5장 야학교사의 교육실천

제1절 야학교사의 유형·························································· 263

제2절 야학교사에 의한 교육실천의 실태

-1930~40년대 야학경험자의 구술사를 토대로-·························· 275

1 학생들의 눈에 비친 교사들의 교육실천································ 278

2 야학교사가 증언하는 교육실천········································ 302

제3절 조선에서 살아가는 야학교사들········································ 311

1 민중의 교육욕구 및 생활향상을 위한 민중야학의 교사들············ 313

2 농촌계몽활동의 일환이었던 계몽야학의 교사들······················ 317

3 관제야학의 교사들······················································ 319

4 민간영리야학의 교사들······················································· 321


종장 불취학자의 배움과 야학

제1절 불취학자들에게 야학은 어떠한 곳이었나?·························· 327

제2절 본 연구의 의의와 과제·················································· 337


참고문헌············································································· 344

사항색인············································································· 355

인명색인············································································· 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