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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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교육의 지평
신간
한나 아렌트와 교육의 지평
저자
우정길, 박은주, 조나영
역자
-
분야
교육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0.05.18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410P
판형
신A5판
ISBN
979-11-6519-055-2
부가기호
9337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0,000원

중판발행 2021.09.07

초판발행 2020.05.18


왜 한나 아렌트인가?
지난 2006년 10월 14일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렌트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녀의 사상적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다채로운 학술문화 행사들이 열렸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파시즘 등 전체주의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대를 살았던 한나 아렌트의 저작들이 “문화의 세기”라 불리는 오늘날 “아렌트?르네상스”라는 현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우리는 왜 21세기에 한나 아렌트를 다시 읽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학계마다, 학자마다 다양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렌트의 “경계적 사유”가 주는 풍부한 통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서, 홀로코스트를 피해 파리와 미국으로 전전했던 무국적자로서, 누구보다 사유하는 삶을 살았지만 스스로 철학자가 되는 것은 거부했던 한 여성 정치사상가로서, 아렌트는 이미 태생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파리아’(pariah)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렌트는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유대인 편에 서거나,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만을 옹호하거나, 사상가로서 철학자들에게만 집중하지 않았다. 아렌트의 이러한 태도는 주류 집단의 전통적이고 통념적인 사고와 잘 맞지 않는 것이었으며, 그로 인해 아렌트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바로 이 점이 아렌트 사유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특정 집단, 영역, 시대에 매이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의 지평을 펼치면서도, 자기 안에 함몰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아렌트의 통찰과 분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렌트 당대보다 오히려 모든 영역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오늘날 더 큰 빛과 울림을 발하고 있다. 아렌트는 기존의 엄밀하고 분석적인 철학적 사색에 매이기보다 문학과 예술의 은유를 통한 내러티브 방식을 즐겨 사용하였고, 보통 사람들이 몸을 가지고 활동하며 살아가는 이 현상세계를 사랑하면서도 사유와 판단이 이루어지는 정신의 삶을 이 세계 안으로 회복하고 통합하고자 부단히도 애쓰고 노력하였다. 이와 같은 아렌트의 사상은 분명히 전통적인 경계짓기식의 사유와는 구분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모던의 해체주의와도 거리를 둔다. 이것이 언제나 사안 그 자체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유하며 소통하고자 하였던 아렌트의 난간 없는 사유가 가진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엇보다 교육철학자적 관점에서, 아렌트의 사유가 교육에 던지는 풍부한 함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아렌트는 20세기 최고의 정치철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아렌트는 “교육의 본질은 탄생성이다”라고 선언한 탄생성의 교육철학자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탄생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라고 천명한 아렌트의 선언은 고정된 목표와 계량적 결과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오늘날의 교육 풍토에서 더욱 큰 울림을 갖는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아렌트의 선언은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지평을 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른세대에게는 아이들의 탄생을 위한 조건을 구비할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타인과 소통하는 가운데 자신의 탄생성을 드러내는 말과 행위(활동적 삶),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세계(공적영역), 그리고 복수의 타인들과 함께 말하고 행위할 때 작동하는 인간의 사유와 판단(정신적 삶) 등, 아렌트의 이 모든 개념들은 한 사람의 인간존재로 탄생하기 위해 우리가 깊이 숙고하고 고찰해야 하는 교육의 조건들이다.
한나 아렌트는 20세기의 탁월한 정치 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아렌트에 대한 연구는 비단 정치학에 국한되지 않고 철학, 사회학, 미학, 교육학 등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 동향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교육학계에서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아렌트에 관한 연구가 조금씩 시작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교육학계에서 아렌트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아렌트에 관한 연구물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하는 일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아렌트와 그녀의 교육적 사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문적으로 꾸준히 연구해 온 교육철학자 3인의 논문을 엮은 선집이다. 이미 전문학술지를 통해 발표되었던 글이기에 새롭다 할 수는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간을 결심한 것은 그간 교육철학계에 소개된 한나 아렌트 연구를 체계화하여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렌트 연구의 스펙트럼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아렌트의 교육사상에 관심을 기울일 연구자와 교육자 모두에게 그들의 교육연구와 실천적 탐구를 위한 일종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 아렌트라는 걸출한 사상가가 교육학 이외의 학문체계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해외 교육학계에서 한나 아렌트 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도 이 책을 기반으로 일정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저자 일동은 감히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하여 제작되었다. 우선, 제1부는 아렌트 사유의 가장 특징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는 탄생성에 관한 글들로 엮었다. 탄생성은 그 기본발상이 교육과 포개어지는 면이 많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교육학의 연구주제로 인식되고 고찰된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그중 지난 10년 동안 이 책의 저자들이 발표한 글들이 제1부 “탄생성과 교육”에 실려 있다. “교육적 사유의 새 지평”이라는 소제목의 제2부는 아렌트의 사유가 교육학과 맺는 접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한 연구의 결과들로 구성하였다. 이 연구들을 통해 우리는 아렌트 사유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는 행위, 사유, 판단이 교육학과 이루는 이론적 접점에 관한 논의들과 아울러 아렌트의 ‘세계사랑’(amor mundi)이라는 사상적 동인이 교육 실천을 위해 갖는 함의(책임, 권위)를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제2부의 글들을 통해 우리는 흔히 정치사상가로만 인식되어 온 아렌트가 현대 교육의 이해와 실천을 위해서도 대단히 폭넓고 입체적인 사유의 지평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교육학계 내 “아렌트-르네상스”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다만 아렌트의 교육사상에 관한 연구를 한자리에 모아서 세상에 내어놓는 이 작은 시도를 통해, 이 책의 제목에 담긴 저자들의 염원처럼, 교육의 유의미한 지평을 조금이라도 확장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나아가 미래를 향한 교육의 새로운 지평들을 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저자들은 진심으로 소망한다.

2020년 5월
저자 일동

우정길(Jeong­Gil Woo)

독일 Justus-Liebig-Univ. Giessen (Dr. Phil.)

(前) 독일 Justus-Liebig-Univ. Giessen 연구강사/강의전임

(現)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저서> Lehren und Lernen mit Bildern(2008, 공저), Lernen und Kultur(2010, 공저).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2019, 공저), 「포스트휴머니즘과 인간의 교육」(2019). 「일제강점기, 저항과 계몽의 교육사상가들」(2020, 공저), Confucian Perspectives on Learning and Self-Transformation(2020, 공저)

<역서> 「마틴 부버의 교육강연집」(2010)

<주요논문> Subjektivität und Responsitivität(2008), Teaching the unknowable Other: humanism of the Other by E. Levinas and pedagogy of responsivity(2014), Niklas Luhmann의 체계이론과 교육적 관계에 대한 소고(2015), Revisiting Orbis Sensualium Pictus: An Iconographical Reading in Light of the Pampaedia of J.A. Comenius(2016), Pädagogischer Bezug. Erzieherisches Verhältnis (2019) 외 다수

박은주(Eun Ju Park)

서울대학교 교육학 박사

(前)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연구원

(現) 서울대·경인교대 강사, 한국교육철학학회 학술위원, 한국아렌트학회 운영위원

<주요논문> 한나 아렌트의 ‘행위’개념을 통한 가르침의 의미 재탐색(2018), 실천교육학의 관점에서 ‘교육연구’(educational research)의 성격 재탐색(2016), 교사정체성에 관한 철학적 접근: 존재론적 정체성의 시론적 탐색(2018), 반성의 역설에 대한 고찰: 아리스토텔레스의 ‘프로네시스’ 개념을 중심으로(2018), 학습자와 교과의 관련방식에 관한 듀이와 아렌트의 관점 비교(2018), 가르침의 의미 회복을 위한 일고찰: 몰렌하우어(K.Mollenhauer)의 교육개념을 중심으로(2015) 외 다수

조나영(Na­Young Cho)

고려대학교 교육학 박사

(前)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연구위원

(現) 고려대 강사, 한국교육철학학회 학술위원, 한국아렌트학회 운영위원

<저서> 「사라진 스승」(2019, 공저),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2019, 공저)

<감수·교정>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2019)

<주요논문> 한나 아렌트(H. Arendt)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 salem)」: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2016), ‘인정’ 패러다임 안에서 주체로 ‘투쟁’하기: 호네트(A. Honneth)의 ‘인정 이론’과 교육비판(2018), 한나 아렌트 ‘세계사랑(amor mundi)’의 교육적 실천 고찰: ‘탄생성(natality)’에 관한 교육 논의를 중심으로(2019), ‘인정 망각’과 ‘자기 부정’의 교육에 대한 비판적 고찰: 호네트의 「물화: 인정이론적 탐구」를 중심으로(2019) 외 다수.


제1부 탄생성과 교육
1장  “교육의 위기”와 탄생성  3
2장  탄생성의 교육학적 의미  31
3장  탄생성의 교육인간학 ∙ 65
4장  탄생적 상호주관성과 교육  95
5장  교실­탄생성의 공간(I): 관점의 비교  121
6장  교실­탄생성의 공간(II): 사례의 분석  151

제2부 교육적 사유의 새 지평
7장  활동적 삶과 교육: 행위  185
8장  정신적 삶과 교육(I): 사유  221
9장  정신적 삶과 교육(II): 판단  257
10장  포스트모던 시대와 교육: 세계  291
11장  “세계사랑”의 교육적 실천(I): 교육적 책임  319
12장  “세계사랑”의 교육적 실천(II): 교육적 권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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