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SITEMAP
전체메뉴닫기
닫기
엄마의 글쓰기 사람의 글쓰기
신간
엄마의 글쓰기 사람의 글쓰기
저자
백미정
역자
-
분야
인문학/교양/어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19.10.2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96P
판형
변신A5판
ISBN
979-11-90151-39-9
부가기호
0380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5,000원

‘철저히 나의 입장’이었던 것을
‘어느 정도 당신의 입장’으로 바꾸어야 할 때


편집부에서 온 편지
‘귀하의 감동적인 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옥고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면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음을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편집부에서 오는 이런 거절 편지가
거의 매일 날아온다. 문학잡지마다 등을 돌린다.
가을 내음이 풍겨 오지만, 이 보잘것없는 아들은
어디에도 고향이 없음을 분명히 안다.
그래서 목적 없이 혼자만을 위한 시를 써서
머리맡 탁자에 놓인 램프에게 읽어 준다.
아마 램프도 내 시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빛을 보내준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헤르만 헤세-

위 시의 처음 4줄을 읽고는 반사적으로 훗, 소리가 코를 통해 나왔다. 15권 분량의 원고를 쓰며 어마어마하게 투고를 하며 수백 건의 거절 답장을 받아 보았는데 출판사 거절 포맷이 시간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공감의 소리, 헤르만 헤세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니 이거 실화니, 위로의 소리였다.
그러나, 자신의 시에 말없이 빛을 보내주는 램프 하나만으로 족하다는 헤르만 헤세의 의견은 반대한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은 크다. 그러나 내면의 포기가 주는 고통은 더 크다”라고 말한 류시화 시인의 생각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은 아니다. 취미로 쓰는 일기 형식의 글이 아니라면, 나 자신만을 위해서 글을 쓰는 과정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비슷한 것인데, 신이 나에게 부여해 준 재능과 삶의 목적 안에는 ‘타인’이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반드시.
나 자신은 타인들의 합이다, 라는 비슷한 문장을 어디서 본 듯하다. 100퍼센트 공감한다. 글은 타인에게 읽힘으로써 본분을 다할 수 있고 읽혀지는 행위를 통해 행복. 위로. 공감. 희망. 성찰과 같은 삶의 본질을 닮은 단어들을 체득시킬 수 있다. 그래서 글은 램프가 아닌 사람들에게 읽혀야 한다.
우리 엄마도 글쓰기 경험이 있고 나도 글쓰기 경험이 있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냐 아니냐는 차이점이다. 나의 습관이기도 한 ‘의미부여’를 통해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엄마와 나를 들여다본다.
엄마는 계속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말 안 듣는 막내딸을 향한 한숨을 거두어들이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아픈 다리에 서러워하고, 돈이 없다는 리플레이 기능을 사용하고, 자기 마음대로 세상의 온갖 질고를 마음 여기저기에 짊어지고 산다.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말 안 듣는 아들 셋을 상대할 수 있고, 더욱 자주 저려오는 오른팔이 훈장 같고, 돈이 없어 꽃을 한 송이 사면서 행복은 다발로 사 오고, 내 마음대로 세상은 감사할 거리가 넘친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이제는 ‘철저히 나의 입장’이었던 것을 ‘어느 정도 당신의 입장’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 나 자신은 타인들의 합이고, 읽혀지는 글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달아갈 수 있음에 확실히 공감하게 된 이때에.
하여, 쓰게 되었다. 나의 엄마, 엄마인 당신을 지속적으로 생각했고 바뀌지 않을 인생의 궤도를 글 쓰는 삶을 통해 슬로우 퀵퀵 슬로우 퀵퀵, 잘 걸어가기를 바랐다. ‘엄마의 글쓰기’라는 단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전체적인 삶 안에 부분적인 엄마의 삶을 포함시킬 수 있는 진정한 나를 발견해 가기를 바라며 ‘사람의 글쓰기’라는 쌍둥이 단어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가르치고자 하는 글을 질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독자를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은 내 삶을 나누는 것이라 판단 내렸다.

글쓰기를 통해 엄마의 삶이 멸하지 않기를,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삶이 멸하지 않기를,
철저히 나의 입장이 아닌, 어느 정도 당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백미정

누군가는 ‘애국자’라 칭하고, 누군가는 ‘거꾸로 목메달’이라 칭하는, 아들 셋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줌마. ‘생계유지’와 ‘현실도피’라는 아이러니한 이유 2가지로, 15년 동안 주야장천 일만 했다.
존재가 바스락, 소리를 낼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 잠시 희열에 빠졌으나,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글쓰기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금 당신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
당신 역시 글 쓰는 삶을 통해 “잘 살자, 함께!”를 당당히 외쳐주길 바란다.
25일 만에 3쇄를 찍었다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책에 나와 있는 이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01 직설화법 상처와 함께, 어찌되었든 살아가게 만들어 줄 글
02 ‘빌어먹을 년들’에 관해 
03 전태일의 우울함 엄마의 우울함 
04 정체되어 있는 정체성에게 
05 강자가 될 수 있는 방법 
06 살아내야 하는, 써 내야 하는 세 가지 
07 하고많은 불행 
08 시간, 글 
09 입을 확 그냥 찢어버릴라 
10 엄마들의 글쓰기는 
11 역사 속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란 
12 1929년과 2019년의 대공황이 말해주는 우리의 운명 
13 잠시 고민해 본다 
14 엄마의 뇌, 나의 뇌 
15 지랄하네 
16 튀는 행동 
17 그 시점에서 나에게 ‘삶’이란 
18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19 사는 것, 쓰는 것, 어정쩡함 
20 4월 18일 
21 꿈과 사실 
22 최고라뇨 
23 불멸의 엄마들 
24 존재의 정당화 행위의 정당화 
25 타인의 슬픔 
26 울어줄 만하옵니다 
27 수신차단자 
28 아빠의 뒷모습 
29 어벤져스 엔드게임 
30 혼자 펑펑 울고 싶은 날 
31 이 몸이 ‘새’라면, 그러나 이 몸은 ‘글’이었다 
32 꽃무늬 
33 첫사랑과 두 여자 
34 뜬금없는 생각을 공증하다 
35 우리들의 연약함은 진실의 한 조각이기도 하다 
36 아름답고 무의미한 
37 3천 5백 원의 글 
38 김치 뒤 물음표 
39 외롭다 슬프다 그냥 그렇다 
40 아이 셋, 찰나, 하, 
41 아프니까 엄마이다 
42 굶주림 
43 모호한 결의 
44 고지식하고 비효율적인 쉼표 
45 그냥 
46 마흔, 브라보! 
47 막내 
48 그것도 아주 여러 번 
49 불안, 불확실, 그리고 행복 
50 평범하기도 하고 비범하기도 한 모성 
51 밑져야 본전인 글쓰기 
52 침묵을 등에 업고 있는 글의 안색을 살피다 
53 사죄할 타임이었다 나의 과거들에게 
54 잘 살아야 잘 쓴다 

마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