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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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교육주장
신간
8대 교육주장
저자
오바라 구니요시 외
역자
한용진, 신현정, 조문숙
분야
교육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3.01.31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372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1010-7
부가기호
9408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5,000원

초판발행 2023.01.31


1. <8대 교육주장>의 서지학적·연구사적 접근

‘8대 교육주장’이라는 용어는 1921년(大正10) 대일본학술협회(大日本學術協會) 주최로 도쿄고등사범학교(東京高等師範學校: 현 쓰쿠바대학) 강당에서 개최된「교육학술연구대회」(일명 8대 교육주장 강연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1921년 8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당시의 교육계를 대표하는 8명의 강연자가 하루에 한명씩 자신의 교육론을 발표하였다. 행사가 진행된 도쿄고등사범학교 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연일 2,000명이 넘는 청중이 모여들어 보기 드문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하시모토 미호(橋本美保) 등은 “이 강습회가 성공한 것은 도쿄고등사범학교 교수인 오세 진타로(大?甚太?: 1865~1944), 도쿄제국대학 교수인 요시다 구마지(吉田熊次: 1874~1964) 등이 참석한 면도 있으며 강습회의 형식도 강연 후 질문을 받는 등 자유롭고 열정적인 분위기 덕분”이었다고 하였다. 

강연 내용은 행사 3개월 뒤인 1921년 11월에 대일본학술협회의 주간(主幹)을 맡았던 아마코 도도무(尼子止)가 정리·편집하여 <8대 교육주장>으로 간행하였고, 이를 1976년에 오바라 구니요시(小原?芳)가 다시 복각본으로 간행한 것이다. 다만 아마코가 편집한 1922년의 책자와 오바라가 복각본으로 발간한 1976년판의 목차는 다음 <표 1>과 같이 그 순서가 달라졌다. 


<표 1> 8대 교육주장 목차 비교


아마코 도도무(尼子止) 편,

대일본학술협회(1921)

오바라 구니요시(小原?芳) 편,

다마카와대학출판회(1976)

강연일

1

자학교육론(自學敎育論)

동적교육론(動的敎育論)

8월 1일

2

자동교육론(自動敎育論)

창조교육론(創造敎育論)

8월 2일

3

자유교육론(自由敎育論)

자학교육론(自學敎育論)

8월 3일

4

일체충동개만족론

(一切衝動皆滿足論)

자유교육론(自由敎育論)

8월 4일

5

창조교육론(創造敎育論)

문예교육론(文藝敎育論)

8월 5일

6

동적교육론(動的敎育論)

일체충동개만족론(一切衝動皆滿足論)

8월 6일

7

전인교육론(全人敎育論)

자동교육론(自動敎育論)

8월 7일

8

문예교육론(文藝敎育論)

전인교육론(全人敎育論)

8월 8일


오바라는 1976년 간행본을 통해 강연회의 발표 순서대로 정리하였다고 하지만, 1922년 간행본에서 아마코 간사가 어떤 이유로 이러한 순서로 정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발표자의 출생연도로 본다면 자학교육론을 주창한 히구치 초이치(?口長市: 1871~1945)가 가장 빠르고, 그 다음으로 자동교육론의 고노 기요마루(河野?丸: 1873~1942)이지만, 자유교육론의 데즈카 기시에(手塚岸衛: 1880~1936)보다 동적교육론을 주창한 오이카와 헤이지(及川平治: 1875~1939)가 연배가 더 위이고, 그 다음으로 마지막 장의 문예교육론을 주창한 가타가미 노부루(片上伸: 1884~1928)에 이어 일체충동개만족론(一切衝動皆滿足論)의 지바 메이키치(千葉命吉: 1887~1959)와 창조교육론의 이나게 긴시치(?毛金七: 1887~1946), 그리고 전인교육론의 오바라 구니요시(小原?芳: 1887~1977)는 모두 1887년 동년배이다. 어쩌면 연배와 함께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자학·자동·자유교육론과 같이 유사한 제목의 교육론을 앞으로 모아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8대 교육주장의 이론적 배경과 관련하여 시즈오카현(?岡?)의 하마마쓰니시고등학교(浜松西高等學校) 초대교장을 지냈던 영어학자 마쓰다 요소노스케(松田與?之助)는 교육학술계(敎育學術界)에서 간행된 <8대 교육주장 논란호(八大敎育主張論難號)>를 읽고 각각의 교육주장들을 <표 2>와 같이 정리하였다. 이러한 각 이론의 논거나 철학적 배경이 중요한 것은 각 교육론의 명칭만으로는 그 개념적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각각의 이론이 서구의 일제식 학교제도에 근거한 근대교육과는 상당히 다른 신교육을 주장하고 있었기에, 기존 방식에 익숙해진 교사들을 비롯하여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것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개념적 오해나 불명확성으로 이러한 주장들이 당대 일본 사회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표 2> 마쓰다 요소노스케의 8대 교육주장 분석표


발표자와 교육론

논거, 배경 또는 유사이론

출발점

귀착점

히구치 초이치, 자학교육론

정신심리학

본능

자학(自學)

고노 기요마루, 자동교육론

자아실현론

자동

초개인적

자아의 자동

데즈카 기시에, 자유교육론

이성철학

자유의지

자주(自主), 자립(自立)

지바 메이키치, 일체충동개만족론

자아실현론

충동

모든 충동의 만족

이나게 긴시치, 창조교육론

창조의 철학

창조성

창조(創造)의 창조

오이카와 헤이지, 동적교육론

기능론

욕구

자학(自學)

오바라 구니요시, 전인교육론

완전인격론

여러 능력

중용(中庸)의 발전

가타가미 노부루, 문예교육론

-

의욕

덕성 함양


국내에서 일본의 8대 교육주장과 관련된 연구물로 가장 먼저 발표된 것은 아마도 김정환에 의해 소개된 오바라 구니요시의 전인교육론이라 생각된다. 김정환은 <사학> 29호(1984)에 세계의 명문 사학(일본편)으로 “다마가와 가꾸엥(玉川學園)-전인교육의 도량(道場), 전인교육론의 산실(産室)”이라는 글을 실었고, 1987년에는 한국교육학회 교육사연구회(현 한국교육사학회) 편으로 간행된 <교육사상가평전>(2. 동양편)에 “오바라 구니요시”를 소개한 바가 있다. 이미 단행본으로 <전인교육론>(세영사, 1983)을 집필한 김정환은 오바라 구니요시뿐 아니라 페스탈로치의 교육론에서도 전인교육론을 찾아내며 자신의 교육이론으로 삼았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성 상실을 우려하던 시대적 분위기는 1980년대 이래 전인교육이라는 표현을 단지 오바라 구니요시의 교육론에 한정하지 않고, 온전한 인간을 길러내는 바람직한 교육을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1990년을 전후하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참교육’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대안학교와 대안교육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도 기존의 교육과는 다른 다양한 교육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지만 당시에는 1920년대 일본의 신교육운동에 주목한 국내 연구자나 연구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한국일본학회 편으로 간행된 <일본교육의 이해>(시사일본어사, 1998) 제1장 일본교육의 이해(한기언 집필)에는 “외래 교육방법에 힌트를 얻어 다년간의 경험을 살려 제창한 신교육설(8대 교육주장)도 나왔는데, 히구치 초이치(?口長市)의 자학교육론, 고노 기요마루(河野?丸)의 자동교육론, 데즈카 기시에(手塚岸衛)의 자유교육론, 이나게 긴시치(?毛金七)의 창조교육론, 지바 메이키치(千葉命吉)의 일체충동개만족론, 오이카와 헤이지(及川平治)의 동적교육론, 오바라 구니요시(小原?芳)의 전인교육론, 가타가미 노부루(片上伸)의 문예교육론이 그것이다.”라고 소개한 바가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8대 교육주장의 주창자와 해당 이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이후이다. 즉 이나게 긴시치의 창조교육론을 비롯하여, 데즈카 기시에의 자유교육론, 오바라 구니요시의 전인교육론, 히구치 초이치의 자학교육론, 지바 메이키치의 일체충동개만족론 등의 연구가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으며, 자동교육론이나 동적교육론, 문예교육론 등은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2. 다이쇼기(大正期)의 교육상황과 ‘8대 교육주장’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유럽과 미국 등 서구의 교육사를 보면 매우 다양한 교육적 실험활동들이 활발히 전개되며, 그 토대가 되는 교육이론들이 고안되었다. 근대적 학문으로서 과학적 교육학의 출발을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헤르바르트(J.H. Herbart: 1776~1841)에게서 찾고 있는데 이 밖에도, 19세기 후반에는 나토르프(P.G. Natorp: 1854~1924)의 비판적 교육학, 베르게만(P. Bergemann: 1862~1946)의 실증적 교육학, 듀이(J. Dewey: 1859~1952)의 실용주의적 교육학 등 다양한 교육학 이론이 만들어졌다. 특히 듀이는 시카고대학에 실험학교를 설립하였고, 스웨덴의 엘렌 케이(Ellen K.S. Key: 1849~1926)는 20세기를 시작하며 <어린이의 세기>(1900)를 간행하였으며, 교육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였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20세기 초 세계 각지에서는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는 다른 교육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은 이를 ‘신교육(New Education) 운동’이라 하였고, 독일에서는 ‘개혁교육학 운동’이라 불렀다. 독일의 교육학계는 ‘어린이로부터의 교육학’, ‘청소년운동’, ‘예술교육운동’, ‘전원기숙사학교운동’, ‘노동학교운동’, ‘사회교육학운동’, ‘국민교육운동’, ‘통합학교운동’, ‘발도르프 교육학’, ‘몬테소리 교육학’ 등을 모두 개혁교육학 운동 범주에서 다루고 있다.

정치사적으로 일본은 메이지(明治) 초기인 1880년대의 자유민권운동이 1889년의 제국헌법 반포로 위축되었다가, 다이쇼기(大正期: 1912~1926)를 전후하여 민중의 정치적 요구가 다시금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다이쇼기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혁명, 쌀 파동에 결부되며 지주층의 사회적 통제력에 저항하는 소작쟁의가 빈번했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지주들의 지배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공동체적 분배기구, 곧 온정주의에 입각한 특권의식이 더 이상 지탱될 수 없었던 시기로 현(縣)의 관료와 지방 당국이 손을 잡고 ‘관민공동’의 자치개량방침을 내걸었다. 이른바 ‘관치’의 말단조직부터 ‘입헌국가의 유기적 부분’으로 바꾸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다. 내무대신 고토 신페이(後藤新平: 1857~1929)를 중심으로 ‘자치’정신이 강조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는 ‘전문(專門) 분화’와 ‘대중화’가 진전하여 ‘교육개조’를 지향하던 시대였다. 따라서 교육적으로는 과거의 ‘신민교육(臣民敎育)’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획일적이고 교사중심의 주입식 교수방식에서 벗어나 아동의 관심이나 감동을 중시하며, 보다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교육체험을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를 ‘다이쇼자유교육운동(大正自由敎育運動)’, 혹은 ‘다이쇼신교육(大正新敎育)’이라 불렀다. 당시까지 일본은 메이지시대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체제 유지의 가치를 어린이에게 주입시키기 위하여 교육내용을 획일적으로 통제하였기에 교육은 형식화되고 형해화(形骸化)되어 있었다. 

이 시기 일본에서는 의무취학이 안정되면서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심상소학교 4년을 마치게 되었고, 생애진로를 고려한다면 고등소학교 2년도 끝내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모리카와 데루미치(森川輝紀)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소학교는 근면·정직 등의 통속적인 도덕이나 충효라는 ‘국가도덕의 교화의 장(場)’에서 사회적 진로선택과 관련된 ‘자격 부여의 장’으로 그 중심을 옮기게 되었다”고 하여, 전통적인 보수적 교육보다 능력주의에 입각한 후천적 학력(學歷)이 점차 중시되는 사회로 변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신교육운동은 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1912년부터 1926년까지 일본의 연호였던 다이쇼(大正) 시기와 상당 부분 겹쳐진다. 하지만 1930년대 세계적인 경제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신교육운동도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운동처럼 아동중심주의 교육방법은 상당히 위축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의 신교육운동은 특별히 ‘다이쇼신교육’ 혹은 ‘다이쇼자유교육’이라 부르고 있다.

나카노 아키라(中野光)는 “다이쇼 자유교육의 역사적 성격에 관하여 거시적으로는 제국주의적 발전단계에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이데올로기로 뒷받침되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이러한 지적만을 결론으로 하는 연구로는 오늘날 그 의미를 찾기에 부족하다”고 하였다. 즉 나카노는 “신교육을 메이지 절대주의 교육의 부르주아적 수정 지향이라는 입장과 함께 보다 자유주의적인 비판에 의해 민주주의화로 나아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에비하라 하루요시(海老原治善)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어째서 1930년대 일본의 신교육은 민주주의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파시즘 교육과 연계되었는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야모토 겐이치로(宮本健市?)는 21세기에 들어와 ‘신교육’을 보는 현대인의 시각은 이전처럼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하였다. 즉 신교육에 관한 연구는 신교육운동을 몸소 담당하였던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기에 이제는 완전히 역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20세기 전반의 거의 모든 교육개혁운동은 신교육의 이념과 연계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보며,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진행된 교육개혁의 이념과 실천을 교육사상사, 교육사회사, 교육방법사 및 교과교육사, 그리고 내셔널리즘과 신교육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신교육의 연구사를 정리하고 있다.

먼저 전체 신교육 연구물의 절반을 넘는 교육사상사 연구가 가장 일반적인데, 듀이(John Dewey: 1859~1952)와 킬패트릭(W. H. Kilpatrick: 1871~1965) 등 프래그머티즘과 진보주의 교육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이다. 둘째로 교육사회사적 연구는 독일에서의 어린이·청년을 주체로 보며 그들의 능동성을 육성하는 관점에서 신교육을 낙관적으로 보는 연구들이지만, 전원학사형 기숙학교에서 질서를 유지하는데 나타나는 ‘보호’와 ‘포위(包圍)’의 이중성을 언급하는 연구들이 있다고 보았다. 셋째로 교육방법사 및 교과교육사는 듀이나 몬테소리의 실험학교 사례와 같이 교재론, 교육과정론, 특수교육, 교사교육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다. 특히 노작교육이나 예술교육 등도 이에 포함된다. 넷째의 내셔널리즘과 관련하여 신교육을 보는 연구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는데 신교육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지어 미국에서도 개인주의적 세계관을 벗어나 사회적 유대 및 협동의식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국민국가 통합 이데올로기로 신교육이 작용하였다는 관점이다.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이 이데올로기가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한바 있다.

일본에서 다이쇼신교육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메이지·다이쇼 시대를 살았던 후지와라 기요조(藤原喜代藏, 1943, 1883~1959)를 필두로 오바라 구니요시(小原國芳, 1976, 1887~1977), 쇼와(昭和) 시대에 태어난 나카노 아키라(中野光, 1998, 1929~현재), 그리고 전후 세대인 모리카와 데루미치(森川輝紀, 1997, 1945~현재)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하시모토 미호(橋本美保: 1963~현재)와 다나카 사토시(田中智志: 1958~현재)의 <다이쇼신교육 사상: 생명의 약동(大正新敎育の思想: 生命の躍動)>(2015)이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기존 연구들이 듀이나 킬패트릭과 같은 진보주의 교육사상은 여러 차례 논해왔지만 정작 듀이 교육사상의 근간인 ‘자연사상’의 깊이는 등한시해 온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즉, 다이쇼신교육의 사상적 맥락을 모르더라도 거기서 강조되는 활동, 생활, 자유, 경험, 협동과 같은 말들이 사람들에게 큰 호소력을 발휘해 왔기에 굳이 사상사의 일부로 다이쇼신교육을 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교육방법에만 치중하는 접근방식의 문제점은 인간 사회의 역동성과 다면성 그리고 그 의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하시모토는 2016년에 <문헌자료집성 다이쇼신교육(文?資料集成 大正新?育)>(전6권)을 편찬하였다. 이 책들은 제1기 연구과제로 ‘8대 교육주장과 공립학교의 신교육’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이쇼신교육 역시 넓은 의미에서 ‘신교육운동’에 속하지만, 굳이 ‘다이쇼신교육’ 혹은 ‘다이쇼자유교육(운동)’이라고 하는 배경에는 ‘교육운동’이라는 용어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먼저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교육운동에 주목하여 <신흥교육운동의 연구(新興敎育運動の硏究)>를 쓴 가키누마 하지메(?沼肇)는 “교육운동이란 권력이 지지하는 교육이념과는 다른 교육이념을, 민간의 사회적인 힘이 지지하여 다양한 수단으로 그 실현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 있다. 둘째로는 가이고 도키오미(海後宗臣)의 ‘교육운동’ 개념인 “정부의 문교 관계정책 및 행정에 대해 작용하는 반관(半官) 내지 반관(反官) 대중운동”이라는 관점이 있다. 전자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전면적으로 구분되는 교육이념으로 민간의 측면을 강조한 데 반해, 후자는 반관이라는 용어를 통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하여 상반되는 대중운동뿐만 아니라 절반 정도는 관의 작용을 수용하는 개념도 포함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1920년대 8대 교육주장은 후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치카와 마사요(立川正世, 2018)는 <다이쇼의 교육적 상상력(大正の敎育的想像力)>이라는 책에서 ‘다이쇼신교육’을 다음과 같이 세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영역은 공립소학교에서의 ‘교육개혁’이다. 이를 담당하였던 교사들은 교육학자로부터 자립하여 교육현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기개를 지닌 ‘교육실천가’로 불리게 되었다. 둘째 영역은 ‘새로운 학교’의 창설이다. 이상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로서 세이조학원(成城學園), 지유학원(自由學園), 다마카와학원(玉川學園), 지도노무라소학교(兒童の村小學校) 등이 있다. 셋째 영역이 ‘예술교육’이다. 스즈키 미에키치(鈴木三重吉)가 창간한 잡지 <아카이토리(赤い鳥)>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郞), 니이미 난키치(新美南吉),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 사이조 야소(西條八十) 등 전도유망한 멤버들이 기고하고, 야마모토 가나에(山本鼎)는 자유화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렇게 보면 1920년대 다이쇼신교육은 교육개혁과 이러한 교육개혁을 실행할 새로운 학교의 설립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예술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문화, 생명, 자유, 사랑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아동·활동·경험 중심의 교육론을 활발히 전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바라 구니요시(1930)의 <일본의 신학교(日本の新學校)>는 제1편 신학교론, 제2편 공립학교, 제3편 사립학교, 제4편 특수학교, 제5편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제1편 신학교론에서 신학교 흥망사(1장)와 신교육의 곤란(2장), 신학교의 의의(3장) 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학교는 공립학교(14교), 사립학교(8교), 특수학교(10교) 등으로 당시 신교육운동이 단지 사립학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립학교가 오히려 더 많이 참여하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일본에서 1920년을 전후하여 어린이를 둘러싼 교육의 세계에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대표하는 사건이 바로 1921년 8월 도쿄고등사범학교에서 개최된 ‘8대 교육주장’ 강습회였으며, 식민통치하의 우리나라도 1919년의 3.1독립운동 이후 1920년대에는 이른바 문화통치기를 맞게 되는데, 이 역시 일본 다이쇼기의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역자 대표  한용진

[지은이]

오바라 구니요시(小原国芳: 1887󰌀1977)

일본 가고시마현(鹿児島縣) 출신.

히로시마(廣島) 고등사범학교, 교토(京都) 제국대학 철학과 졸업, 가가와(香川) 사범학교 교사,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 부속소학교 행정실장, 세이조(成城) 고등학교 교장, 다마카와학원(玉川學園) 설립자.

<저서> <전인교육론(全人敎育論)>, <사도(師道)>, <교육일로(敎育一路)> 등


[옮긴이]

한용진

고려대학교 교육학 박사, 나고야대학 및 도호쿠대학 방문교수. 

전) 한국교육사학회 회장, 한국일본교육학회 회장.

현)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저서 및 역서> <근대 이후 일본의 교육>, <근대 한국 고등교육 연구>, <기초주의의 세계>(공편),<한국 근대대학의 성립과 전개>(역), <일본의 교육인간학>(공역) 외 다수 


신현정

고려대학교 교육학 박사.

전) 가나가와치과대학교 교수.

현)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한국일본교육학회 학술이사.

<저서 및 역서>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에 답하라>, <일본의 재난방지 안전 안심 교육>(공저),<일본의 세계시민교육>(공저), <선생이 부서져간다>(역), <친구지옥>(역) 등 다수


조문숙

니혼대학교(日本大學) 교육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및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사철학 박사과정 수료.

<저서 및 역서> <근대한국 교육 개념의 변용>(공저), <교육정책1: 교육칙어와 조선교육령>(공역),<교육정책2: 일제강점기 교육논설>(공역) 등


일러두기/ⅰ

해 제/ⅲ

서 문/ⅹⅶ


제1장 자학교육론(自學敎育論)/히구치 초이치(樋口長市) 1

제2장 자동교육론(自動敎育論)/고노 기요마루(河野清丸) 23

제3장 자유교육론(自由敎育論)/데즈카 기시에(手塚岸衛) 61

제4장 일체충동개만족론(一切衝動皆滿足論)/지바 메이키치(千葉命吉) 103

제5장 창조교육론(創造敎育論)/이나게 긴시치(稲毛金七) 163

제6장 동적교육론(動的敎育論)/오이카와 헤이지(及川平治) 207

제7장 전인교육론(全人敎育論)/오바라 구니요시(小原國芳) 255

제8장 문예교육론(文藝敎育論)/가타가미 노부루(片上伸) 311


찾아보기/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