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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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이웃, 정맥산업 속의 재일동포의 존재
신간
소중한 이웃, 정맥산업 속의 재일동포의 존재
저자
유정수
역자
-
분야
행정학 ▷ 지방/도시행정/지역개발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0.11.2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178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1133-3
부가기호
9330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4,000원

중판발행 2021.11.03

초판발행 2020.11.20


사람들은 다양한 기회와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편리함과 쾌적함을 누리기 위해서 대도시로 모여드는데, 도시 속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대량의 쓰레기(폐기물)를 배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쓰레기(폐기물)’는 더러운 것, 필요없는 것, 가치가 없는 것, 위험하거나 유해한 것 등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1957년에 개설된 일본 동경의 「꿈의 섬(유메노시마)」은 쓰레기매립장으로 유명하지만, 꿈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파리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엄청나게 발생한 파리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일본의 자위대까지 동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도시 외곽에 안이하게 쓰레기를 매립하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헛된 꿈이었으며, 이로 인해 상상도 못할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해 버렸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에는 동경 23구로부터 발생하는 쓰레기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바람에, 매립지 주변의 환경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쓰레기 운반차량의 증가는 주변의 교통정체를 유발했으며, 심한 악취와 먼지 발생으로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악화시켰다. 예를 들면, 동경 스기나미구(杉??)의 쓰레기 소각장(청소공장)의 건설반대운동이 날로 격해지면서 스기나미구의 쓰레기를 코토구(江東?)에 반입하려고 했지만, 코토구민들이 이를 강력하게 저지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이 사건이 소위 「동경 쓰레기전쟁」인 것이다.

일본은 고도경제성장기와 버블경제기를 거치면서, 쓰레기는 위생처리시대에서 자원재활용시대로 돌입하게 되는데, 현재는 국내의 자원순환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자원순환도 활발하다. 또한 최근의 폐플라스틱 해양오염문제, 중국의 폐기물자원 수입금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폐기물처리와 자원순환은 국제적인 합의와 협력이 필요한 지구환경문제가 됐다.

이제는 다양한 쓰레기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 및 유가물로서 취급하는데, 물건이나 원료를 제조하는 제조업을 「동맥산업」,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해서, 가공, 재자원화하고 무해화하는 산업을 「정맥산업」이라고 부르게 됐다.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자원을 가공해서 유용한 재화를 생산하는 제반산업을 동맥산업이라고 칭하는 것과는 반대로, 정맥산업은 이들 동맥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활동으로부터 배출되는 불용품 및 폐기물들을 모아서, 이것들을 사회전체와 자연의 물질순환과정에 재투입하기 위한 산업을 말한다.

대표적인 정맥산업은 리싸이클(재활용)산업인데, 거래형태에 따라서, (1) 개별 리싸이클법에 의해서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용기포장, 가전, 자동차, 소형가전 등), (2) 기본적으로 유가물로서 폐기된 제품 등이 재생자원으로서 이용되는 것(종이, 의류, 금속, 병 등), (3) 역유상(逆有償)으로 폐기된 제품 등이 재생자원으로서 이용되는 것(소각재의 시멘트 원료화, 폐플라스틱의 고로(高爐) 원료화 등), (4) 폐기 제품에서 회수된 부품이 재생부품으로서 이용되는 것(복사기, 일회용 필름 사진기 등)(2014년 5월 개정)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필자는 1993년에 일본에 온 후, 약 27년에 걸쳐서 폐기물관리와 리싸이클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은 독일이나 프랑스가 용기포장재활용에 관한 법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폐기물을 연구분야로서 취급하는 대학이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하면, 도시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였지만, 학문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고, 그만큼 다양하고 큰 잠재력을 가진 유망한 연구분야였던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일본유학을 결심하고 지도교수님께 추천장 작성을 부탁하러 갔을 때, 교수님은 정반대의 말씀을 하셨다. 같은 대학의 대선배로, 유학을 가려고 했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모교의 교수님이 된 분, 그야말로 대학재학 중에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교수님은 “이런 장래성 없는 연구를 일본까지 가서 한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연구를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라는 말씀을 하셔서, 정말 큰 좌절을 맛 본 기억이 있다. 당시에 지도교수님이 왜 그렇게까지 반대를 하셨는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결국, 나는 지도교수님의 추천장을 받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당시 우리나라에서 폐기물문제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폐기물연구가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분야의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폐기물처리와 리싸이클에 관한 연구도 중요한 학술분야로서 자리잡게 되었는데, 당시는 일본에서도 전문가가 부족할 정도였다. 그 후에 폐기물문제는 단순히 쓰레기처리와 리싸이클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지구환경문제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필자의 연구관심과 테마는 더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이 책은 한일관계나 재일동포의 삶, 폐기물처리와 리싸이클의 역사 뿐만 아니라 사회학, 문화인류학, 경제학, 경영학, 환경과학, 폐기물리싸이클공학, 재해과학, 환경정책학, 지속가능성과학, 국제관계, 국제협력 등의 분야의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필자가 재일동포와 정맥산업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 온 지 10년 이상이 지난 2005년경이었다. 이때, 일본의 자동차리싸이클법이 시행되면서, 각 지방에는 대규모 자동차리싸이클공장이 건설되었다. 하루는 필자가 살고 있는 일본 동북지역에 대규모 자동차리싸이클공장이 준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로 방문 약속을 한 후 같은 대학의 교수와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공장견학을 갔었다. 아주 깨끗한 리싸이클시설로, 최신설비와 중기가 도입된 최신식 공장이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리싸이클공장은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만큼 철저한 공장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며칠 후, 그 공장의 공장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사실 자기는 재일동포인데, 할아버지 때부터 쭉 폐기물처리와 리싸이클업을 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국의 대형 리싸이클업자 중에는 재일동포가 많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그는 내가 유학생으로서 일본에 와서 대학교수가 된 것, 한국 사람이면서 일본의 대학에서 폐기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기쁘다고 했다. 실은 이 전화 한 통으로 필자가 일본의 정맥산업과 재일동포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정맥산업 속에 재일동포가 많다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이 시기부터는 왜 재일동포가 일본의 정맥산업에 종사하게 됐는지, 정맥산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정맥산업 안에서 이렇게까지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쨌든 필자가 한국인 연구자라는 것은 현장중심의 폐기물리싸이클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공장견학이나 각종 데이터수집, 현장에서의 실험, 필드워크나 대학원수업, 학회개최 등 재일동포회사들은 항상 필자의 연구, 교육에 협조적이었고, 다양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생각해보면, 토호쿠대학(東北大學)에서 교편을 잡은 이후, 내 자신의 폐기물리싸이클연구, 사회공헌활동을 든든하게 지원해준 것은 일본의 정맥산업이었고, 그 중에도 특히 재일동포기업의 도움이 매우 컸다.

이 책은 일본의 정맥산업 속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재일동포기업은 물론 일본의 정맥산업에 은혜를 갚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역사, 사회, 정치,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서로의 특별한 관계를, 정맥산업이라고 하는 특수한 분야의 역사, 그들의 귀중한 경험과 교훈으로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한일양국이 소중한 이웃이라는 인식이 싹트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유정수
1967년 서울생
일본 토호쿠대학대학원 교수, 박사(도시․지역계획)
전문분야는 자원순환형환경시스템, 폐기물관리와 리싸이클정책, 환경영향평가

1993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쓰꾸바(Tsukuba)대학대학원 사회공학연구과에서 Waste to Energy와 지역냉난방시스템의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 토호쿠(Tohoku)대학대학원 국제문화연구과 조교수로 부임 후, 20년이 넘게 폐기물소각과 에너지회수, 용기포장, 자동차, 소형가전, 플라스틱, 재해폐기물, 국제자원순환, 폐기물 리싸이클분야의 국제협력, SDGs교육 등 다양한 테마의 폐기물리싸이클 연구와 교육,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2008년에는 아시아자동차환경포럼(Asian Automotive Environmental Forum: AAEF)을 공동설립해서 일본대표를 맡고 있고,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후에 민간기업, 예술가와 함께 「Dust My Broom Project」를 만들어서 피해지역의 폐기물처리와 재활용에 관한 환경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재일한국인과학기술자협회 이사(2007), 서울특별시 자문위원(2010), 중국사회과학원 순환경제연구센터 해외이사(2013-2014)를 역임했으며, 일본마크로엔지니어링학회 이사,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 이사,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 해외기술위원, 전일본 자동차리싸이클사업연합 고문, 스크랩워치 컬럼니스트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토호쿠대학대학원 국제문화연구과 부연구과장(연구담당)
동대학원 글로벌거버넌스와 지속가능한 개발프로그램 (Global Governance & Sustainable Development Program:G2SD) 부대표
국제환경자원정책론 및 국제정치경제론강좌 교수

주요 저작으로는 <쓰레기로 보는 세상>(2006) 삼성경제연구소, <静脈産業と在日企業>(2020) 三一書房, <Automotive Recycling>(2011) JARA(공저), “Emerging Issues on Urban Mining in Automobile Recycling: Outlook on Resource Recycling in East Asia” <Integrated Waste Management>(2011) Intech(공저), <한평생의 지식>(2012) 민음사(공저), 日中韓の都市鉱山政策の最新動向と今後の課題”(2014) <地域政策研究 Vol.12>, <Environmental Impacts of Road Vehicles :Past, Present and Future>(2017) Royal Society of Chemi1stry(공저), “Comparative Analysis of ELV Recycling Policies in the European Union, Japan and China”(2020) Investigationes Linguisticae Vol.43 등이 있다.

연구실 HP https://www.yu-circular-eco-lab.com/

프롤로그  1

제1장  일자리를 찾아서
1. 한국인 노동자모집 13
2. 빈곤탈출 16
3. 강제연행 19
4. 재일 정맥산업의 태동 22

제2장  살아남기 위해서
1. 스크랩상․고철상 30
2. 기업으로서의 성장 36
2.1 재일동포와 고철상  36
2.2 신뢰받는 기업으로  40
3. 조국을 향한 마음 48
3.1 죗값과 보은  51
3.2 성묘  52

제3장  고철상에서 리싸이클기업으로 : 경제성장과 더불어
1. 일본의 정맥산업 57
1.1 고물상․고철(철스크랩)관련업  57
1.2 패전직후의 제철소와 고철수집  58
1.3 재일동포와의 관계  60
2. 일본의 경제발전과 함께 67
2.1 유연한 대응  68
2.2 신용과 신뢰  69
2.3 고철상에서 전문업자로  72
3. 철스크랩과 재일동포기업 73
3.1 시대 변화와 철스크랩의 시황  73
3.2 철스크랩 수입에서 수출로  77

제4장  국제화와 지구환경문제 : 환경산업으로서의 성장
1. 정맥산업이란? 94
2. 환경산업으로의 성장 95
2.1 대형설비투자와 리스크 관리  95
2.2 폐기물행정과 리싸이클  102
3. 재해폐기물처리의 귀중한 경험과 유대감 112
3.1 동일본대지진의 기억  113
3.2 재해폐기물처리와 동료애  116
4. 두 번의 동경올림픽 121
4.1 도시광산과 금메달  122
4.2 「인증사업자」의 의미  125
5. 무대를 넓혀서 128
5.1 거대중국시장과 해외진출의 리스크  129
5.2 국제협력의 어려움과 새로운 가능성  130

제5장  세대교대와 경쟁격화:        새로운 연계․경쟁에서 공동가치 창조로
1. 재일동포 2세와 3세 경영자 133
2. 세대교대의 물결 136
3. 비즈니스 환경의 급변 140
3.1 경제성장의 한계  140
3.2 저출산․고령화  142
3.3 외국기업의 일본진출  145
4. 새로운 연계 154
4.1 산학관연계  155
4.2 사회공헌의 새로운 가능성  160
5. 경쟁관계에서 새로운 공동가치창조의 파트너로 163


에필로그: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서  167
감사의 글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