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20.05.25

초판 2020.04.01

한국사회 갈등해소와 공론화

신철영 경실련 공동대표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최근 한국사회에서 ‘공론화’가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론화라고 통칭되는 방식들은 ① 균형 잡힌 정보의 제공과 학습기회의 제공, ② 소집단 토론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론화는 다수결보다는 참여, 대화, 이해, 공감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형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지향과 방식은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시민참여에 대한 욕구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 할 것이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성공적 실행은 한국사회에서 공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실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활동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각 영역에서 공론화를 통해 공공갈등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어졌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2018년 교육부가 의뢰한 ‘2022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및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개선 정책숙려제’, 기획재정부의 요구로 추진된 ‘2018 국민참여예산 공론화’가 실행되었고, 2019년에는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토종합계획수립을 위한 국민참여단’ 활동,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으로 이어졌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공론화 활동이 진행되었다. 2018년 ‘제주 녹지국제병원 공론화’, ‘대전 월평공원 공론화’, ‘광주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 ‘2018 서울지역균형발전 공론화’와 2019년 ‘창원 스타필드 입점 공론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공론화 경험은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 욕구를 제도화된 공간으로 흡수할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광장에서 난무하는 자기중심적 일방적 주장을 공론화를 통해 제도화된 합의형성을 도모함으로써 공식적 의사결정과정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참여와 숙의를 결합시켜 한국사회 주요 문제에 대해 합의를 기반으로 해법 모색을 추구하는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숙의 기반 시민참여 방식이 아직 도입단계이기 때문에, 성과 못지않게 다양한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사회 공론화 사례와 쟁점: 한국형 공론화 모델의 탐색’은 매우 시의적절한 저작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에서 실행된 다수의 공론화 사례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성과와 함께 개선점에 대해 꼼꼼히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작은 성과에 매몰되어 공론화가 무분별하게 남용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저자들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특정한 공론화 모델을 과도하게 일반화하여 적용하지 말 것과 상황의 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유형의 공론화 모델을 탐색하여 적용할 필요성을 역설한 점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론화를 실천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한국사회 공론화 사례와 쟁점: 한국형 공론화 모델의 탐색’을 정독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제1장(공론화와 공론화 모델)과 부록(공론화 10개 사례분석에 따른 주요 이슈)에 대해 열독 해 보기를 권한다.

공공갈등관리와 공론화 활용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교수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이사장)

우리 사회를 흔히 갈등 공화국이라 한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 7년간 시행한 공공갈등관련 인식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 7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와 불평등이 빠르게 심화된 만큼 사회 전반에 다양한 갈등의 형태가 표출됨에 따라 체계적인 갈등관리제도 운영의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상’, ‘조정’, ‘숙의적 갈등해소방안(공론화기법)’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갈등당사자 간 합의형성을 위한 절차가 필수적이지만, ‘당사자 간 합의’가 어려운 경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에 의한 갈등조정과정’은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그만큼 합의안의 실행력도 높아진다. 특히, 갈등조정이나 협상과정에서는 스스로 풀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거나 이해관계집단 구성원 다수의 의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국가적인 이슈에서 일반국민들의 생각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 여러 형식의 ‘숙의적 갈등해소방법(공론화기법)’을 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많이 회자되고 실제로 여러 가지의 변형된 모습으로 시행되었던 ‘숙의여론조사’가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며, ‘시민배심원단제도’도 구성원들이 동의가 있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합의회의’와 같은 방식도 사용 가능하나, 과학적 입증이나 해석이 상이하여 국가적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도 ‘전문가회의’ 같은 형식을 빌려 과학자들에 의한 문제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상황에 적합한 방안을 찾아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갈등당사자 집단구성원들의 동의도 구하면서 합의안에 대한 만족도와 실행력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그러나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이후로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 수단으로 공론화가 유행처럼 퍼지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공갈등을 공론화로 풀어야 되는 것은 아니며, 숙의여론조사 기법을 천편일률적으로 남용하는 것도 갈등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의 성격, 이해관계자들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갈등관리 수단을 활용하여야 하며, 숙의적 갈등해소방법(공론화기법)을 활용할 때는 이해관계자와 일반시민의 관계, 공론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갈등의 성격 등을 무시하고 3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진행되는 우리 사회 공론화는 공공기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정당화 이벤트라는 비난을 태생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등 우리사회 대표적인 공론화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분석하여 한국사회 공론화의 성과와 문제점을 발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2009년 ‘국립서울병원 이전 및 재건축 갈등조정’ 사례를 공론화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2014 대한민국 미래비전 국민대토론회’ 사례 발굴을 통해 우리사회 공론화가 우연한 유행이 아니라 한국사회 갈등예방 및 해결,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모색되어온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밖에 다양한 공론화 사례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사회 경험에 입각한 한국형 공론화 모델의 단초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 공론화 활용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갈등 예방과 해결은 이론과 실무적 경험이 중요하다. 공론화의 올바른 적용 또한 마찬가지이다. 10개 사례를 통해서 도출된 공론화 교훈과 시사점은 공론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공공기관과 연구자에게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갈등관리의 실효성과 신고리원전 공론화 이후 무분별한 공론화를 지양하기 위해서 공론화를 포함한 정부의 갈등관리 관련 법제를 빠른 시일내에 완비할 필요가 있다.

이강원

약력
∙KDI 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 석사
∙미국 Program on Negotiation Harvard Law School 객원연구원
∙미국 Consensus Building Institute 인턴십
∙(사)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현재)
∙(사)한국갈등학회 부회장(현재)
∙경실련갈등해소센터소장 역임
∙국립서울병원이전관련 갈등조정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등 숙의 진행 등
저서
∙한국사회 공공갈등 이렇게 풀자(이선우·이강원 편저, 호두나무, 2013)
∙소통과 갈등관리 방법찾기(공저, 교보문고, 2014)
∙소통과 갈등관리 방법찾기(공저, 교보문고, 2015)

김학린

약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졸업(공학사)
∙숭실대학교 통일정책대학원 졸업(정치학 석사)
∙뉴욕주립대학교(Binghamton) 정치학과 졸업(정치학 박사)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협상학과 주임교수(현재)
∙(사)한국갈등학회 회장(현재)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현재)
∙환경부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현재)
∙인천광역시 공론화위원회 부위원장(현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자문위원(숙의분과) 역임
∙2022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 역임
저서
∙갈등관리와 협상(공저, 노스보스, 2018)
∙소통과 갈등관리 방법찾기(공저, 교보문고, 2014)
∙리더의 소통전략(공역, 지식노마드, 2012)
논문
∙A Study on Public Deliberation Process Design in Local Community–A Focus on the Gwangju Metro Line 2 Public Deliberation Case(단독저자, Lorean Regional Sociology, 2019)
∙국책사업갈등에 있어 시민참여형 갈등해결프로세스 설계에 관한 탐색적 연구–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례를 중심으로(제1저자, Crisisonomy, 2018)
∙전략적 선택이론의 관점에서 본 비선호시설 입지선정과정 분석: 장성광산변전소 공모사례를 중심으로(제1저자, 정책분석평가학회보, 2018)

제1장 공론화와 공론화 모델 / 19
1. 공론화에 대한 개념적 정의 19
2. 공론화 모델의 유형 20

제2장 사례분석의 준거와 대상 / 35
1. 공론화의 절차와 구조 35
2. 사례분석의 준거 37

제3장 공론화 10개 사례 분석 / 47
Ⅰ. 국립서울병원 이전 및 재건축 갈등 공론화 47
Ⅱ. 2014 대한민국 미래비전 국민대토론회 사례 67
Ⅲ. 4·16 세월호 참사 안산시추모사업 공론화 89
Ⅳ.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여부 공론화  109
Ⅴ.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개선 정책숙려제’ 130
Ⅵ. 2022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153
Ⅶ. 기획재정부 ‘2018 국민참여예산제도’  173

Ⅷ.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186
Ⅸ. 2018 서울지역 균형발전 공론화  206
Ⅹ. 국토교통부 ‘제5차 국토종합계획수립을 위한 국민참여단 운영’  225

제4장 결론: 교훈과 제안 / 237
[부록] 공론화 10개 사례분석에 따른 주요 이슈 / 253
Ⅰ. 공론화 유형의 선택  254
Ⅱ. 합의지향과 의견조사  257
Ⅲ. 사전공론화의 필요성  260
Ⅳ. 공론화기구 구성 및 권한 264
Ⅴ. 공론화 의제의 적절성 268
Ⅵ.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공정성) 270
Ⅶ. 숙의의 성찰성 272
Ⅷ. 시민참여단 구성(대표성) 274
Ⅸ. 온라인참여단 활용  277
Ⅹ. 공론화 확장성 279

참고문헌 281

찾아보기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