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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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판국제개발론
신간
한국비판국제개발론
저자
김태균
역자
-
분야
정치/외교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19.08.3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84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0803-6
부가기호
9335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9,000원

중판발행 2021.04.12

중판발행 2020.10.22

초판발행 2019.08.30


국제개발의 발전적 성찰을 위하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김태균


국제개발이라 알려진 학문의 영역이 한국에서 형성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국제개발학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필요하며 비판적 성찰에 대한 적극적인 학술집단의 지지가 요구된다. 국제개발학이 사회과학의 독립된 분과로 제도화된 영국 및 서유럽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의 국제개발학이 태동하게 된 계기는 순수한 학문적 요구가 아니라 다분히 정책적 필요성에서 비롯된다. 2010년 한국이 OECD DAC에 가입하면서 이른바 선진공여국 클럽의 일원이 되었고, 이에 따른 국제개발과 관련된 글로벌 규범과 원칙을 빠르게 습득하고 준수해야 하는 정책적 요구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의 정책적 순발력도 필요하지만 이론적으로 정부의 국제개발 정책에 지식적 토대를 제공하는 학문적 지지기반의 동원이 필요하게 되며, 이러한 현실적 필요성에 따라 학계와 정부 간의 급조된 파트너십이 제도화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국제개발학의 출생환경은 곧바로 학문의 깊이와 경계를 확정짓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즐비하게 늘어난 정부 연구용역과제가 국제개발학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며 국제개발학 학문 자체의 탐구보다는 정책적 적실성과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주된 연구의 결과물로 정착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곧 OECD DAC에 한국이 가입한 지 10년이 된다. ODA 추진체계의 분절성 등 고질적인 한국병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책적으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제정되고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이 5년 단위로 재정비되는 등 국제개발 정책의 제도화가 어느 정도 안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학문적으로는 한국 국제개발학은 아직까지 사회과학 부문에서 다른 기존 학문 분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독립된 위상을 구축했다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학문이 정책에 보완재로서 역할을 수행할 때, 정부 정책을 인도하거나 재해석하는 성찰적 비판이 어렵게 되며 혁신적 이론이 설계될 기회구조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발전국가론을 방불케 하는 지금까지의 한국 국제개발정책은 개발을 도구적 가치로 접근하는 정부주도의 하향식 거버넌스에 의지해 왔다. 이제 도구적 가치로서의 개발을 지양하고 총체적 가치로서의 발전이라는 프레임으로 개발을 대체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했으며,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의 국제개발학을 하나의 독립된 사회과학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정책적 구조와 역사적 진화과정을 협의의 개발이 아닌 광의의 발전적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국제개발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학자들은 일찌감치 개발주의의 위기와 개발의 해방구로서 개도국 스스로의 사회발전을 주장해 왔다. 실제로, 공여국은 개도국의 현지조건과 필요에 따라 스스로 구성되는 내부 발전의 역사적 궤적을 외부에서 지원하는 탐색자(searcher)의 소임을 수행하는 것이지, 자국의 국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원조를 계획하고 협력대상국에 집행하는 기획자(planner) 역할은 사실상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요컨대, 개발주의 시각에서 즉자적인 개발성과를 국제개발의 최종 결과물로 인식하는 “개발의 편협적 특수주의”에서 대자적인 상호책무성(mutual accountability)에 근거한 “발전의 포용적 보편주의”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로써, 지금까지 국내외 학자들이 집중하여 온 서구중심의 근대화와 경제성장에 입각한 국제개발연구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이른바 ‘비판국제개발론’ 영역의 문을 열고 이를 통해 한국의 국제개발 역사를 새롭게 해부하고자 한다. 따라서 국제개발의 비판적 맥락에서는 한국의 국제개발론을 사회발전론 또는 발전사회학(sociology of development)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사실상 development studies의 우리말 표기도 개발학이 아닌 개발과 관련된 다각도의 사회?정치?경제 국면을 복합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발전학’으로 해석하고 통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총제적 가치로서의 발전을 위한 학술적 노력은 한국 국제개발의 철학과 비전에 관한 근원적인 토의부터 학문적 공공영역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감히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의 철학적 논의가 학계에서나 정책기관에서 배제되었거나 대단히 낮은 수준의 논의만이 지속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한국이 왜 ODA를 국제사회에 지원해야 하는가?’, ‘한국의 ODA는 한국의 국익을 위하여 어떤 역할을 하는가?’ 등의 국제개발을 둘러싼 국정철학에 관한 논의가 한국에서는 다른 선진공여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개발의 철학·원칙·비전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 정부부처 간 ODA의 정합성이 떨어지게 되고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각 이행기관은 각자의 원칙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분절화된 국제개발정책이 쉽게 확장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한국의 국제개발이 추구해야 하는 개발철학과 비전, 그리고 앞으로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국제개발의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필자가 본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는 다름아닌 연세대학교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IPAID) 정무권 원장님의 따뜻한 격려와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IPAID로부터 본래는 한국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입문서의 집필을 의뢰받았지만, 필자에게 한국 사례의 입문서는 곧 한국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비판적인 학문적 검토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한국의 국제개발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집필하기로 의견을 드렸고 이에 정 원장님께서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 주셨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빌려 본 연구결과가 IPAID 총서 시리즈로 세상에 나오게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정 원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필자가 지금까지 비판적 자세를 고수할 수 있도록 학문적 지원을 해 주신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임현진 명예교수님, 경희대학교 부총장 손혁상 교수님, 이화여자대학교 김은미 교수님, 강릉원주대학교 황원규 교수님, 한국인권학회 이성훈 부회장님, 한국국제협력단 송진호 이사님, 발전대안 피다 공동대표 한재광 박사님, 그리고 서강대학교 장대업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김태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각각 사회정책학,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 방문교수(2009), 일본 와세다대학교 고등연구소 조교수(2008~2011),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2011~2012)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및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개발학, 평화학, 국제정치사회학, 글로벌 거버넌스이며, 최근 저서인 『대항적 공존: 글로벌 책무성의 아시아적 재생산』(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이 2019년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공저로는 The Korean State and Social Policy: How South Korea Lifted Itself from Poverty and Dictatorship to Affluence and Democracy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통일연구원, 2012), 『어서와요 노동존중 CSR: 세계의 공장화 시대, 위태로운 노동시민권을 지켜주는 기업』(해피스토리, 2017) 등 다수가 있고, “Forging Soft Accountability in Unlikely Settings: A Conceptual Analysis of Mutual Accountability in the Context of South-South Cooperation” [Global Governance 23(2), 2017], “Poverty, Inequality, and Democracy: “Mixed Governance” and Welfare in South Korea” [Journal of Democracy 22(3), 2011], “개발원조의 인식론적 전환을 위한 국제사회론: 국익과 인도주의의 이분법을 넘어서”[『한국정치학회보』 50(1), 2016], “반둥이후: 제3세계론의 쇠퇴와 남남협력의 정치세력화”[『국제정치논총』 58(3), 2018]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01 들어가며:‘開發’에서 ‘發展’으로


02 국제개발의 비판이론


03 국제개발의 사회적 구성: 행위자, 제도화 과정, 정치화


04 한국 국제개발의 역사적 형성


05 도구적 가치로서의 開發 vs. 총체적 가치로서의 發展


06 나가며: 국제개발의 발전적 성찰

연세대학교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이 설립된 지 내년 2020년이면 10년이 된다. 21세기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원주캠퍼스) 구성원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응하여 미래캠퍼스의 새로운 위상으로서 연구와 교육의 특성화를 어떤 방향으로 전환하고 어떤 사회공헌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글로벌 사회에서는 UN이 21세기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개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서 새천년개발목표들(MDGs)을 한참 이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또한 한국은 마침내 OECD의 원조기구인 DAC에 2009년에 가입함으로써 명실공히 원조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하여 본격적인 ODA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를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미래캠퍼스 내에서는 연세대학교 창립이념인 ‘섬김의 리더십’으로 연세대학교가 한 세기 넘게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공헌을 다시 글로벌차원으로 환원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2010년 봄에 미래캠퍼스 정경대학의 지역발전연구소를 확대 개편하여 연세대학교 범캠퍼스 차원의 교책연구원으로서 글로벌 빈곤과 국제개발을 주제로 사회과학에 기반한 융합연구를 지향하는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이 출범하였다. 아마 글로벌 빈곤과 국제개발을 대학차원의 특성화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국내대학으로서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은 2010년에 설립되면서 바로 한국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되었다. 연구원의 연구재단 중점연구소 사업의 주제는 지역에 기반하여 보건의료, 농업, 환경, 거버넌스 등 융합적인 접근을 통해 통합적인 지역발전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원은 국제개발사업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국제개발연구의 특성상, 특히 지역기반 융합연구를 수행하려면, 자신 나름의 개발사업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사례연구와 데이터의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원은 2019년 8월에 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 사업을 3단계까지 9년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연구원은 그동안 각 단계별로 영역별 다양한 주제로 연구, 번역, 사례총서시리즈를 발간해왔다. 마지막 3단계 사업의 총서시리즈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국제개발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또한 우리나라가 공식적인 원조공여국이 되면서 수행해왔던 그동안 ODA사업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학술적 저술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하고 있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태균 교수에게 저술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이 책은 관점이나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우선 『한국비판국제개발론』이라는 제목부터 매우 의미심장하다. 한편으로는 익숙하지 않은데, 학문적으로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전반부에서는 비판적 관점에서 그동안의 국제개발이론들을 비판하였다. 서구에서 국제개발학이 단순히 정부의 ODA정책의 도구로서의 학문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총체적인 ‘발전’의 개념으로서 정립되어야 한다는 철학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철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그동안 국제개발학과 발전연구에서 제기되었던 이론적 패러다임과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사회과학연구의 핵심 쟁점인 행위자와 제도의 관계 관점을 도입한 것이 매우 신선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발전이론과 국제개발협력의 접근들을 한편으로는 구조적 차원에서의 거시적 맥락에서 제도와 구조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주요 행위자들의 역동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개개 이론의 장점과 한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틀을 제공해 주었다.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틀에서 현재 한국의 국제개발정책의 특성과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의 발전과정의 정치경제, 이념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국제개발의 역사적 과정을 비판하면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한국이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됨에 따라 우리의 국제개발 분야는 이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제개발 분야는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과거의 발전주의 유산에 비판적 대응 없이 파묻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래의 방향으로 우리의 발전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에 부응하는 창의적인 국제개발의 철학을 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저술이 연구원의 총서로서 개발(발전)이론과 국제개발 분야의 학계와 국제개발정책을 수립하는 정책관료와 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에게 모두 유용하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이 저술을 흔쾌히 집필해주신 김태균 교수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연구원의 연구 및 행정 책임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제 박사와 행정담당인 안나연 선생을 비롯하여 총서시리즈를 기획하고 출간되기까지 다양한 행정지원을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출간되는 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송병민 과장, 손준호 과장, 편집을 맡아준 이승현 과장 등 출판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연세대학교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 원장
정무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