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판 2019. 11. 30
초판 2018. 9. 1
언제 어디서나 공동체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어떤 해결지침(정책)으로서의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궁구해 왔다. 그런데 이제 토마스 쿤이나 피터 홀 같은 학자들의 연구 덕분에, ‘패러다임’ 차원의 ‘기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수용되고 있다. 그런 ‘패러다임 인식론’에 토대를 둔 ‘패러다임 정책관’(政策觀)에 의하면, 정책과 정책이론의 이해와 실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름 아닌 ‘정책의 패러다임’, 곧 ‘정책기조’(policy paradigm)라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이에서 보듯이 실질적으로 정책기조, 정책패러다임, 정책아이디어는 거의 동일한 의미를 표현하는 용어들로 사용된다).
실제로 정책기조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인식의 틀, 곧 ‘구체적인 개별 정책을 지배하고 지도하는 인식의 기본 틀과 방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정책기조에 대하여 우리 학계와는 다르게 구미(歐美)에서는 ‘PPP(public policy paradigm, 또는 PP, policy paradigm)이론’이나 ‘아이디어(또는 정책아이디어)학설’이란 이름으로 널리 연구되고 있다. 그들의 연구 중 대표적으로 Andrew Gamble과 Peter Taylor-Gooby의 다음 주장(요약 편집)을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패러다임 측면에서 사고하는 것’(thinking in terms of paradigms)은 문제의 원인과 성격을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탐색·선택·집행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책행위자들과 정책연구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세이다. 패러다임 접근법은 정책결정자들에게 일단의 잠재적 결과들에 대하여 예의 주시하게 하고, 지배적인 정통 가정들(the assumptions of the ruling orthodoxy) 안에서만 갇혀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특정 맥락에서 실현가능한 다른 이해방식과 대안들인 ‘다른 관점의 패러다임’에도 눈을 돌리게 한다. 그래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하여 더 광범위하고, 더 심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고취시켜 준다. 여기에 사회과학자들도 당해 분야에서 가능한 대안적 접근방법(패러다임)을 개발해 제시함으로써, 경쟁 대안들을 통하여 그 분야의 일련의 현상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움직이는가에 대하여 더 넓고 깊은 이해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행위 유형 등을 풍성하게 분석하며, 서로 다른 노정(路程, pathways)과 전망을 제시해 주게 된다. 그리하여 현안 문제를 더 넓고 더 깊게, 더 유연하고 더 탄력적인 관점에서, 각각의 맥락에 적실한 해결책으로 적절하게 대처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본문 44쪽과 그 각주 101번 참조)
이와 같이 이 책은 바로 정책에 관심을 갖는 학자, 학생이나 실무자가 새롭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 ‘정책기조’임을 제기한다. 그렇게 그에 관한 폭넓고 심층적인 탐구의 이론서이자 실무 지침서인 것이다. 다른 많은 분야의 학문과 그 관련 정책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중요한 사회과학의 하나로 발전하고 있는 정책학의 핵심 주제가 ‘정책기조’임을 제기한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정책기조’에 관하여 세계 학계의 최신 이론을 소개·반영하면서 일반이론체계를 수립하고, 실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운용의 이론체계도 정립하며, 정책리더십 중 가장 중요한 정책기조리더십에 관한 이론도 제시하는 등 정책기조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가급적 실제 사례를 곁들여 가며, 전문 학자는 물론 학생들과 현직 공직자,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읽고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았다. 독자들은 이 책의 연속 시리즈로서 기획된 <정책철학의 새로운 접근>이란 책을 함께 읽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내놓으면서 나는 일찍부터 정책학과 정책기조논리에 큰 관심을 갖게 해 주신 은사이신 허범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 원고를 읽고 유익한 조언을 해 주신 강근복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내 임희숙, 아들 박용국, 딸 박영신과 사위 홍성두의 끊임없는 지지와 지원, 기쁨을 주는 손주 홍요한 덕분에 이만한 집필을 해 낼 수 있었음에 고맙기 그지없는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를 올린다.
2018. 5. 31.
저자 씀
저자 박정택(朴正澤) 약력
학력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영국 The University of Leeds, Nuffield Center 졸업(diploma)
성균관대 대학원 졸업(행정학 박사)
경력
제15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보건사회부 행정사무관
보건사회부 서기관, 외무부 서기관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임
(대전대학교 교학부총장 역임)
저술
공익의 정치행정론(대영문화사, 1990)
국제행정학(대영문화사, 1996)
행정학개론(공저, 고려출판사, 1998)
시민사회와 행정(공저, 형설출판사, 2002)
인생은 게임으로 통한다(앨피, 2006)
일상적 공공철학하기 1, 2, 3(한국학술정보, 2007)
(2011년 한국행정학회 학술상, 저술부문 수상)
정책철학의 새로운 접근(박영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