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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왕과 손 없는 소녀: 감정, 무의식의 지름길(사철누드제본)
신간
어부 왕과 손 없는 소녀: 감정, 무의식의 지름길(사철누드제본)
저자
로버트 A. 존슨 저
역자
신장근
분야
상담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1.04.29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140P
판형
사륙판
ISBN
979-11-6519-140-5
부가기호
9318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0,000원

초판발행 2021.04.29


이 책은 서양의 대표적인 두 신화에 관한 책이다. 신화는 시(詩)와 같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신화를 문자 그대로만 읽으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신화는 상징과 은유를 통해서 어떤 산문보다 더 극명하게 인간 삶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가 입고 있는 상징과 은유라는 옷 안에 감추어진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신화를 비신화화해서 그 안에 숨은 메시지를 읽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로버트 존슨의 작업이 귀한 것이다.
저자인 존슨은 이 책에서 모든 현대인이 겪고 있는 감정기능의 손상을 고발하며, 그 후유증으로 나타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서양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신화인 ‘어부 왕’과 ‘손 없는 소녀’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통해서다. 저자의 지적처럼 현대인들의 감정기능은 이미 견딜 수 없을 만큼 손상되어 있다. 이미 프로이트와 융과 같은 심리학 분야의 선구자들은 현대사회의 심각한 질병인 감정기능의 손상을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여주었다.
현대인들은 인간다움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지나치게 동일시한다.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지성인다운 태도라고 현대인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현대인들을 더 병들게 한다. 그것은 물이 가득한 대야에 바가지를 거꾸로 뒤집어 얹고 위에서 누르는 것과 같다. 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반발이 강해져서 어느 선을 넘어서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억눌린 감정들의 이런 돌발적인 폭발이 원인이 된 사건 사고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합리성과 이성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더 이상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하고 있다. 예전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어부 왕’과 ‘손 없는 소녀’에서 다루고 있는 감정기능의 손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어부 왕과 손 없는 소녀가 각각 남성과 여성의 감정기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로버트 존슨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융의 핵심적인 사상이다. 융은 인간을 전인적인 존재로 보았다. 즉 모든 사람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지닌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다. 남성의 무의식 속에는 아니마라는 여성적 요소가, 여성의 무의식 속에는 아니무스라는 남성적 요소가 있다고 융은 설명했다. 개성화라고 하는 인간발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융이 제안한 한 가지는 생물학적 성과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남성은 남자답고, 여성은 여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거부해야 한다. 과연 무엇이 남자다운 것이고, 무엇이 여자다운 것인가? 여기에 대해 일치된 견해가 있을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이 믿음이 현대인들의 영혼을 좀먹는 편견이다. 많은 사회들 안에서 말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정의는 지극히 문화적인 옷을 입고 있다. 즉 보편적이라기보다는 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의 독특한 관점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러한 성 관념은 절대화되고 권력화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특성을 정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지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처 입은 어부 왕과 손 없는 소녀가 각각 남성과 여성의 내면적 특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무의식의 현실은 그와 반대이기 때문이다. 즉 손 없는 소녀가 남성의 상처 입은 내면적 특성이라면, 어부 왕은 여성의 상처 입은 내면적 특성인 것이다.
우리가 왜곡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감정영역을 끊임없이 손상시키고 있다. 그러한 감정영역의 손상은 인간의 행동뿐 아니라 언어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한국어는 동사보다 형용사가 발달한 언어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이것은 특히 남성에게 그렇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라는 질문 앞에 한국남성들이 흔히 하는 대답은 “좋아요.”나 “나빠요.”다. 그들 자신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해서도 그렇겠지만, 더 큰 원인은 오랫동안 이성과 합리성만 발전시키는 교육환경 속에서 감정기능을 발달시킬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이 되어서도, 아니 어른이 될수록 한국 남성들은 감정표현이 서툴러진다. 그리고 말로 자신의 생각은 잘 표현하면서도 감정표현에는 취약하다.
저자도 말했듯이, 말이 빈곤해졌다는 것은 감정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 병리적 언어가 넘쳐나고,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건강한 말이 점점 빈곤해지는 것은 바로 우리 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감정기능의 손상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신화가 가진 기능은 다양하겠지만, 하나는 치유의 기능이다. 신화는 세계의 현실에 대한 설명이자 해석이면서,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신화 자체를 읽고 주인공과 함께 순례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장 값진 선물은 자아의 발견과 인격적 성장이다. 이 책의 독자들은 저자의 흥미로운 안내를 따라, 두 개의 신화 속에서 우리가 지닌 감정기능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가치를 알게 될 때 사람은 애써서 그것을 구하는 법이다. 그것은 마치 신약성경에 나오는 사람과 같다. 이 사람은 값비싼 진주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판다. 모든 것을 팔아서 그 진주 하나를 사도 손해가 아닐 만큼 진주는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 존슨이 말하는 감정기능도 감추어진 진주와 같지 않을까? 정말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보석이지만, 많은 사람에 의해 소홀하게 여겨진 보석이 감정이 아닐까 하는 말이다.
냉정한 국제정치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지치고 상한 사람들로 가득 찬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아도 빈약한 감정기능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학창시절 난다 긴다는 실력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정계에 입문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인재(人才)아닌 인재(人災)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주 언급되는 정치인들의 말실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미사어구만 늘어놓는다고 말다운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고,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말은 다른 이의 아픔에 대한 공감에서 나온다. 그 공감은 헬라어에서 유래된 영어단어 “sympathy”가 보여주듯이, 다른 사람의 고통(pathos)을 함께(sym-) 느끼고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감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며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자신의 상처 입은 감정에 대해 충분히 애도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을 공감하기는커녕 오히려 잔인하게 공격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신에게도 있는 그 상처를 직면하기가 두렵기에 나의 상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남성은 이렇고, 여성은 저렇다.”라는 고정관념에 매여서는 안 된다. ‘어부 왕’ 신화와 ‘손 없는 소녀’ 신화가 보여주듯이, 상처 입은 감정기능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걸음마를 배우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건강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듯이, 감정도 그 표현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감정기능의 회복과 인격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책의 번역을 마치면서 우리 사회가 이제부터라도 이성과 합리성에만 집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서, 우리 안에 풍부한 창조성의 원천인 감정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기를 소망해 본다.
끝으로 이 책의 가치를 알아주고 출판을 결정해준 피와이메이트 대표님과, 역자의 졸역 원고를 정성껏 교정하며, 아름다운 장정과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이 책을 빛나게 해준 피와이메이트 편집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이들 모두의 작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옮긴이 신장근

미국 페퍼다인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아주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국방상담리더십학과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심리치료 사례의 통합적 해석』(2011, 동문사), 『그림자 밖으로-성중독의 이해』(2011, 시그마프레스), 『권력과 거짓 순수』(2013, 문예출판사), 『신화를 찾는 인간』(2015, 문예출판사), 『창조를 위한 용기』(2017, 문예출판사), 『분열된 자기』(2018, 문예출판사)가 있다.

역자 서문 3
들어가는 말 13

제1부 어부 왕 
상처 25
연어 먹기 38
상처입음의 의미 46
어부 왕의 왕국 49
성배 성 54
어부 왕 상처의 치유 58
파르시팔 60
회복된 감정기능 73

제2부 손 없는 소녀
악마의 거래 79
기계의 속임수 91
악마의 대가 치르기 102
숲으로 들어가기 106
왕의 정원 찾기 111
왕이 선물한 은손 115
울며 숲으로 다시 들어가기 121
새로운 여성성 129

결론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