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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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금이다
신간
글이 금이다
저자
양성철
역자
-
분야
인문학/교양/어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19.08.31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492P
판형
신A5판
ISBN
978-89-10-98010-0
부가기호
0380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7,000원

머리말에 대신하여

제2차 세계대전 뒤 금 1온스를 미화 35달러로 바꿔주는 달러-금 태환(兌換)제도가 생겼었다. 달러로 금을 쉽게 바꿀 수 있었던 194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달러는 곧 금이었다. 이 제도를 미국 닉슨 정부는 1971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뒤 금값이 오르락내리락 널뛰기를 시작한 지 48년이다. 아직도 미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경화(硬貨)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달러를 포함, 기축통화도 금은 아니고 종이 위에 그 값을 표시하는 화폐일 뿐이다. 더구나 쉴 새도 끊임도 없이 삶과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바뀌는 전자 인간 (homo electronicus) 시대에 이름도 생소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crypto-currency)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온 세상을 뒤흔드는 기세다.

요즘 갈수록 종이책이 줄어들고, 책 읽는 사람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지만, 돈이 금이 아니고, 글이 금이다. Kindle, Nook 등 전자책이나 Facebook, Twitter 등 SNS 전자매체들도 글이 없다면 무용지물 아닌가?

물이 생명의 원천이듯이 글은 인간지식, 과학기술, 지혜의 샘이다. 글은 문명과 문화의 씨앗이요 그 뿌리다. 글을 전달하는 매체, 형태, 도구, 기기는 쉴 새 없이 바뀌어도 글은 인류문명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한,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있는 한, 죽지도 결코 죽어서도 안 된다. 글의 죽음은 바로 인류문화와 문명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하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로 시작하는 성경 요한복음서 1장 1절의 우리말 ‘말씀’이 영어로 ‘Word’이니 직역하면 ‘글’이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불교, 유대교, 도교, 유교, 회교 등의 경전들도 모두 ‘글’이니 글은 금보다 더 귀한 보물이 아닌가.

“말이 씨가 된다” 는 우리 속담 속의 ‘말’도 글의 정곡(正鵠)을 찌른다. 자유, 평등, 평화, 복지, 박애, 홍익(弘益)인간 등 인류 보편적 개념이나 ‘혁명적 구호’에서부터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거나 사로잡는 ‘따뜻한 한마디’에 이르기까지 좋은 말(나쁜 말), 바른말(그른 말)도 글이 되어 영원히 남는다. 글이 빛이 되어 세계인을 깨우고 세상을 밝힌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서울의 한 대형서점 벽에 붙은 문구는 명언이다. 좀 아쉽다면, “사람은 글을 짓고, 글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가 책을 포함, 우리가 사는 전자인간 시대의 다양한 새매체의 글까지도 모두 아우른다고 생각한다. 돈, 금, 부동산 등 재물은 기껏해야 사람이 쓰기 위해 모으지만, 좋은 글은 바람직한 사람을 만드니 그보다 더 값진 것이 무엇인가?

마치 금광에서 금을 캐내듯이 비단 종교 경전뿐만이 아니고, 좋은 글은 그것이 시, 산문, 소설, 희곡… 아니 인문사회, 역사, 철학서, 과학서든 모두 금이다. 아니 금보다도 더 값진 보물이다.

엘리엇(T. S. Eliot, 1888-1965)은 ‘고전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고전이란, 마음의 완숙, 행동거지의 완숙, 언어의 완숙, 문체(文體) 또는 표현방법의 완벽함에 이른 작품이며, 특히 마음의 완숙은 행동거지의 완숙과 편협성의 부재(absence of provinciality) 등을 든다.

그리고 고전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포괄성(comprehensiveness), 즉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인격을 묘사하는 작가의 감정표현이 거의 극치에 달해야 하며(“the maximum range of feeling which represents the character of the people who speaks that language…”), 작품이 모든 조건의 사람과 모든 계층(계급)에 호응할 수 있는 가장 폭넓은 호소력(“the widest appeal”)을 지녀야 하고, 그리고 생각, 문화, 신념이 좁거나, 가치들을 왜곡, 배제, 과장하지 않는 뜻으로서의 보편성(“universality”) 등 세 가지를 주문한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위 엘리엇이 주문하는 고전이거나, 그 범주에 가까운 소설과 희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여기에 소개된 몇 개 소설과 희곡들을 읽고 내 나름대로 느낀 독후감을 포함, 이 이야기들을 엮은 이 저자는 문학인은 아니다. 문학애호가일 뿐이다. 사회과학, 특히 정치학 관련 책을 평생 읽고 쓰고, 배우고 가르치고 이제까지 살아온 글쟁이지만 문학은 저자의 생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또 하나, 이 책 속 열두 편 작품들의 작가 일곱 사람은 지역적으로 모두 유럽 출신들이다. 시간 간격도 기원 전 500년에서 20세기 초까지 거의 2,500년이란 긴 세월이다.

구체적으로, 옛 그리스, 소포클레스(c. 496-405 B.C)의 3부작?『오이디푸스왕, 콜로누수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 스페인, 세르반테스(1547-1616)의 『돈키호테』, 영국, 셰익스피어(1564-1616)의 『리어왕』, 독일,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 러시아,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쥐구멍에서 쓴 노트』, 노르웨이, 입센(1828-1924)의 희곡 네 편?『민중의 적』 , 『인형의 집』 , 『유령들』 , 『야생오리 』? 그리고 콘래드의 어둠의 속마음』이다.

셰익스피어와 콘래드의 작품만 원문이 영어이고, 다른 작품들은 원래 옛 그리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노르웨이어 등이지만 여기에서는 위 비(非)영어권 작품들도 이 저자가 모두 영문 번역본을 읽고 쓴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밝힌다.

위 책들만을 고르게 된 무슨 특별한 이유나 기준도 없다. 꼭 하나 개인적인 까닭을 찾자면, 평소 바쁘게 살면서 언젠가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이 저자가 읽고 싶어서 서제에 꽂아놓았는데, 어느 날 내 눈길을 끌어 무작위로 뽑은 작품들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즉, 여기에 소개된 몇몇 작품뿐만 아니라 고전이란 동서고금, 종교, 문명, 문화권을 모두 훌쩍 뛰어넘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인간조건, 인간관계, 권력, 재산, 명예를 둘러 싼 사람의 다양한 모습 등?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불후, 불멸의 가치들?사랑, 자유, 평등, 평화, 진리(진실), 진선미, 권선징악(勸善懲惡) 등?을 깊이 파헤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처럼, 이 몇 가지 고전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지혜를 독자들은 쉽게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혜는 사람의 소관이 아니라 신의 은총이라고도 하지만….

글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 글 속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것이 바로 값있고 풍요로운 우리 삶의 샘이요, 우리 생명의 자양분이라면, “글이 금이다”라는 이 저자의 선언이 결코 허황된 구호가 아니리라고 믿는다.

끝으로 이 저자와 오랜 지기지우(知己知友)인 박영사 안종만 대표께, 그리고 실무를 담당한 노현 이사, 그리고 이 책 출판을 직접 담당한 강민정 편집자의 아낌없는 노고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 What is a Classic?" An address delivered before the Virgil

Society on the 16th of October 1944 by T. S. Eliot, Faber &

Faber Limited 24 Russell Square, London.


2019년

양 성 철

엮은이 양 성 철(1939년생)

그의 전문분야인 비교정치 전공 관련 저서 외에도 『북한기행』(공저, 1986년), 『삶의 정치』(1997년), 『물구나무서기 정치』(1998년),

『움: 민구의 작은 발견 』(2007년)과 『Polemics and Foibles: Fragments on Korean Politics, Society and Beyond』(1998년) 등 산문 저서가 있다.

그는 10년가량 정치와 외교 마당에서 봉직한 바 있다. 미국의 동 켄터키 대학교를 시작으로 경희대학교 평화복 지대학원을 거쳐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을 마지막으로, 그는 거의 31년 동안 대 학 강단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일했다.

머리말에 대신하여

1. 소포클레스 c. 496 - 405 B. C.

I. 그리스 신화 속의 오이디푸스왕가 13

오이디푸스 · 16

안티고네 · 21

일곱 두목의 말로 · 30

Ⅱ. 소포클레스는 누구인가? 33

Ⅲ. 소포클레스 3부작 줄거리 37

오이디푸스왕 · 37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 53

안티고네 · 70

오이디푸스왕가 3부작을 읽고 · 92


2. 세르반테스 1547 - 1616

I. 바뀌는 세상, 바뀌지 않는 삶의 지혜 129

II.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 135

III. 세르반테스의 삶 143

『돈키호테』(1권, 2권) 줄거리 · 150

『돈키호테』를 읽고 · 158


3. 셰익스피어 1564 - 1616

I.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영국 203

II. 고달픈 삶, 떠오르는 새 영국 209

『리어왕』줄거리 · 213

『리어왕』을 읽고 · 248


4. 괴테 1749 - 1832

I. 왜『파우스트』를 다시 읽는가? 267

파우스트 전설 · 270

『파우스트』(1권, 2권) 줄거리 · 274


5. 도스토옙스키 1821 - 1881

『쥐구멍에서 쓴 노트』· 293


6. 입센 1828 - 1906

『민중의 적』· 315

『인형의 집』· 324

『유령들』· 333

『야생오리』· 342

입센 희곡 네 편을 읽고 · 352


7. 콘래드 1857 - 1924

I. 뱃사람에서 작가가 되다 363

『어둠의 속마음』줄거리 · 366

『어둠의 속마음』을 읽고 · 374


지혜: 생명의 샘

맺는말에 대신하여 · 384


부록: 인용구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397

셰익스피어, 『리어왕』· 442

도스토옙스키, 『쥐구멍에서 쓴 노트 등』· 448

콘래드, 『어둠의 속마음 등』· 454


미주 · 471

찾아보기 · 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