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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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의 이론과 실제: 건강한 공론 형성과 진단을 위한 길라잡이
신간
공론화의 이론과 실제: 건강한 공론 형성과 진단을 위한 길라잡이
저자
은재호
역자
-
분야
행정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2.01.01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476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303-1340-5
부가기호
93350
강의자료다운
-
정가
30,000원

중판발행 2023.05.10

초판발행 2022.01.01


# 1
이 책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본래 일터인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파견가게 되어 그나마 손에 익은 연구와 멀어질 참이었다. 익숙하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지원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절차 끝에 연구계획이 채택되자 신나서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미 그 1년 전에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지원으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길을 묻다. 2014 국민대토론회’를 기획하며 이론보다 먼저 실무를 익혔고 숙의 토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엿본 그 날, 공론화의 미래에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래로 가는 길이 저절로 열린 것은 아니다. 하나를 알면 둘이 궁금해지고, 둘을 알면 셋이 모호해졌다. 그러다보니 연구재단과 약속한 3년을 훌쩍 넘겨 꽉 채운 7년 만에야 겨우 탈고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대통령 탄핵(2016)과 새 대통령의 취임(2017), 신고리 원전 공론화(2017)가 있었다. 그리고 지방선거(2018)와 총선(2020), 보궐선거(2021)가 줄줄이 이어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열망과 탄식이 교차하는 지난 5년 동안 필자가 기대한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민주주의’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의 시작과 끝에서, 그리고 그 전체 과정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직접 참여를 통해 대표성의 흠결을 보정하고, 숙의를 통해 참여를 협력으로 전환하면 벤자민 바버(Benjamin Barber)가 말한 ‘강한 민주주의’가 우리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공론화를 새 나라의 시민참여 기제로 브랜드화하지 못했고, 시민참여의 법제적 기반을 다지는 일에는 더더욱 소홀했다. 2016년 겨울의 ‘촛불’이 청산하기 원했던 진정한 적폐는 한국 정치·행정시스템을 옥죄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87년 헌정체제였지만, 인적 청산에 빠진 적폐청산은 법제적 토양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하다못해 매우 온건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마저 정치인 카르텔의 이익에 복무하느라 광장의 시민들을 등졌다.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넘어 ‘괴물국회’로 불리는 의회정치 현실에서 여·야가 모처럼 의기투합했으니 기뻐해야 할 일인가.

# 2
역사적 소임을 다한 87년 헌정체제는 폐기하는 게 옳다. 그리고 2016년 겨울의 ‘촛불’ 시민들이 마땅히 가야할 길을 가도록 길을 비껴줘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이 책은 무엇보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융합하는 시민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답한다. 구체적인 실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회의 대표 기능을 바로잡으면 된다. 흔히 국회가 공전하는 이유를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쟁은 국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여야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겠다는 데 무엇이 문제인가. 진짜 문제는 대표해야 할 집단을 모두 대표하는가이다. 여야 모두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집단이 맞다면 말이다. 본격적인 비례대표제야말로 현재의 여야는 물론 미래의 여야 모두에게 필요하고 이로운 개혁이다. 비례대표로 창출되는 다당제 덕에 합종연횡이 용이해지면 양대 정당의 대결로 빚어지는 교착상태에서 쉽게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 국회선진화법도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둘째, 대표돼야 할 집단이 모두 대표된다면 이제 각 집단의 대표자들이 자기 집단의 이익과 선호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그에 조응하는 정책을 ‘제대로’ 만드는지 자문할 때다. 비례대표제가 낳게 될 이익의 다각화와 대표의 다변화만으로는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게 할 수 없다. 직접민주주의 3종 세트인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을 넘어 주민감사와 주민소송에 이르기까지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익과 선호를 스스로 대표하게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렇게 미국도 스위스도 정치인 카르텔의 지대추구행위를 제어하며 대의의 품질을 높이고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시민들과 직접 교통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의 감시자를 자임하는 선량(選良)들에 대한 신뢰는 덤으로 따라오는 심리적 계약 효과다.
셋째, 다수결의 함정을 경계하며 건강한 공론장의 형성에 힘써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든 직접민주주의든 다수결을 맹신하는 모든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포퓰리즘의 위험에 노출된다. 오죽하면 ‘절반의 바보들에 바보 하나만 덧붙이면 만들 수 있는 민주주의’(필리프 부바르) 즉, 다수결 민주주의를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억압’(오스카 와일드)이라고 했을까.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다수결에 도달하는 숙의와 공론의 수준이다.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판치며 정보를 왜곡하고 정제되지 않은 의견을 투박한 감정과 막말로 포장해 일방적으로 유통한다면 대의제는 물론 직접민주주의 역시 무질서와 혼란, 대립과 반목의 원천이 될 뿐이다. 반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투명하게 검증되는 공론장의 건강함이 보장되면 시민들의 직접참여가 종종 범사회적 의사결정의 교착을 타개하는 합리적 절차로 작동된다. 사회협약 정치가 그것이다.

# 3
이 책은 위 세 가지 전략 가운데 특히 세 번째 전략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했다. 진영논리로 무장된 편협한 세계관들의 적대적 양극화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가 건강한 공론장의 형성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제1장과 2장은 공론과 공론장의 개념을 살펴보되, 특히 한국 사회에서 유통되는 공론화의 의미가 한국인의 언어 실천 가운데 어떻게 외연화(外延化)되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공론화라는 단어의 사회적 활용법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아울러 유교적 공론장과 서구 부르주아 공론장 개념의 차이를 탐색하며 ‘건강한’ 공론장의 조건과 환경을 숙고했다. 공론화의 개념을 탐구하는 연구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제3장과 4장은 한국 사회의 정치·행정 맥락에서도 과연 공론화가 효과적으로 작동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진행한 실증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진실로 숙의는 애초에 가진 생각과 선호를 변화시켜 타인을 이해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될까? 정말로 성실하게 토론에 임하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그럴까?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하지만 답은 ‘그렇다’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장과 절에서는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가 주장한 ‘소통으로서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실행 전략이 바로 공론화라는 관점에서 참여적 의사결정과 숙의적 정책형성의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고 소개했다. 한국의 정치과정은 물론 특히 행정과 정책과정에서 시민참여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과 공론화를 준비하는 분들로서 이론적 배경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제5장부터 7장까지는 한국 사회의 맥락에 조응하는 공론화 실행모형과 적용 기법을 분석하는 한편,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행 매뉴얼(길라잡이)을 구성했다. 그래서 공론화 실행모형에 관한 연구는 실행전략을 유형화하는 이론적인 작업부터 국내외 사례 정리와 매뉴얼 구성까지를 포괄한다. 특히 7장의 매뉴얼은 국내외 공론화 경험의 산물로서 기획에서 실행을 거쳐 평가에 이르기까지, 공론화를 준비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경험적 교훈을 소개한다. 이론은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시간이 없어서 전체를 다 읽을 수 없는 분들은 여기에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 4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많은 사람의 도움과 인내에 빚지고 있다. 그들의 기대와 채근이 없었더라면, 도움과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지금도 백지상태로 빈둥거리고 있을 것이다. 일일이 이름을 밝히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엔 지면이 너무 작다. 그저 마음속에 담아둔 고마움으로, 그들을 축복한다.

2021년 10월 6일
은 재 호

은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10대학((Université Paris 10-Nanterre))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했다(석사). 이후 고등사범학교(ENS-Cachan)에서 정치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무총리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에 재직하면서 튀니지 총리실 정부혁신 자문관(파견)과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지원국장(파견) 등을 역임했다. 또한 프랑스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 방문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직교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객원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아카데미즘과 정책 현장을 이어주는 정책중개자(policy mediator)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특히 평화학과 숙의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길을 묻다, 2014 국민대토론회’를 시작으로 ‘신고리 원전 공론화’ 등 중앙과 지방의 다양한 공론화 현장에서 참여와 숙의를 통한 합의형성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갈등관리와 사회통합, 거버넌스와 리더십, 공적개발원조 등이며 주요 저서로는 Sida et action publique(2009), 국가 거버넌스 연구(공저, 2010), 공정사회와 갈등관리(공저, 2016), 한국 행정학 60년(공저, 2017), 대한민국 공무원 그들은 누구인가(공저, 2019) 등이 있다.

서 론  공론화의 시대, 공론화를 묻는다

제1장  공론과 공론화의 한국적 맥락
제1절  공론, 공론화의 한국어 용례와 범주
제2절  공론화의 다차원성과 공론의 다중성

제2장  공론의 개념과 공론화의 조건
제1절  공론, 공론장, 공론화의 개념
제2절  공론화의 원리․원칙과 민주주의 혁신

제3장  미래의 갈등관리, 공론화
제1절  소통, 사회갈등 해소 기제
제2절  공론장, 사적 소통과 공적 소통의 교차로

제4장  공론화 기법의 발전과 수렴
제1절  거버넌스의 제도화와 참여적 의사결정의 다변화
제2절  거버넌스 실패와 숙의적 정책형성의 고도화

제5장  공론화의 3차원과 실행모형
제1절  민주주의 혁신과 한국 맥락에서의 수용
제2절  공론화 실행모형과 적용기법

제6장  공론화 실행모형과 적용사례
제1절  의제형성 공론화 사례
제2절  정론형성 공론화 사례
제3절  합의형성 공론화 사례

제7장  공론화 6단계와 실행 전략
제1절  기획과 준비
제2절  실행과 관리
제3절  평가와 환류

결 론  미래를 여는 창, 공론화

부 록  국가공론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안